리안갤러리 서울 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展, 국내 첫 선
리안갤러리 서울 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展, 국내 첫 선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4.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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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실수,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것, 불완전하고 미숙한 것’의 시각화

독일 쾰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독창적인 추상회화를 선보여 온 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David Ostrowski) 작가의 개인전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Menschen, Bilder, Emotionen>(사람, 그림, 감정)展으로 오스트로스키의 스프레이 페인트나 연필로 빠르게 그어 나간 선으로 화면을 채운 작품들을 내달까지 선보인다.

오스트로스키는 2004년에서 2009년까지 뒤셀도르프의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2006년부터 독일을 비롯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전시를 통해 독일을 대표하는 유망 중견작가로 부상했다. 2000년대 그의 초기작은 주로 표현주의적이고 스타일리시한 화필의 구상화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데이비드 오스트로프스키 David Ostrowski,F (F) ,2017,Acrylic on canvas, wood,241 x 191 cm(도판=리안갤러리 서울)

2014년부터는 유화 작업을 거부하고 추상화로의 급격한 화풍의 변화를 추구한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오류, 실수,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것, 불완전하고 미숙한 것’을 회화적 모티프로 채택했다. 유화는 수정을 거듭하면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여서 작업 방식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모더니즘 회화에서 선ㆍ면ㆍ색채는 화가의 고도의 정신성과 내면을 전달하는데, 오스트로스키는 기존 회화의 절대적이고 현학적인 면을 거부하고 오류나 실수와 같은 무의미, 무가치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데이비드 오스트로프스키 David Ostrowski F (Sketch) 2018 Acrylic, lacquer and pencil on canvas, wood 181 x 131 cm(도판=리안갤러리 서울)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F》 연작에서 회화 공간은 무이자 공허, 빈 공간이다. ‘F’는 독일어 Fehler(failure, error), 즉 실패, 실수를 뜻한다. 거의 비어 있는 이 공간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나 연필로 마치 낙서를 하듯이 빠르게 그어 나간 선들만이 존재한다.

시각적 표현에 대해 작가는 “선이 하나의 표시(mark), 흔적으로서 자신의 표현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모더니즘 회화와 달리 오스트로스키는 회화 공간이 작가 자신의 자기표현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반영된다. 예술적 테크닉을 배제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선을 그어 나감으로서 실수나 오류를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오른손으로 그리지만 마치 왼손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오스트로프스키 David Ostrowski,V(Vaporizer) ,2019, Acrylic, lacquer and cotton on canvas, wood ,201 x 151 cm(도판=리안갤러리 서울)

이렇듯 작가는 자신의 표현성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통해 관객 스스로 작품 자체에 내포된 잠재적이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유로운 상상으로 유도한다. 작가가 실수라고 말하는 푸른 선들은 보는 이에 따라 빈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에너지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으며, 불규칙적이고 우발적인 리듬을 유발하며 빈 공간의 무료함을 깨뜨리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오스트로프스키 David Ostrowski F (Bauleere) 2019 Acrylic, lacquer on canvas, wood 81 x 61 cm(도판=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에는 3미터가 넘는 두 점의 대형 회화를 포함해, 오스트로스키의 작품들은 벽을 떠나 조각이나 설치작품과 같이 전시장 한 가운데 설치돼 눈길을 끈다. 전시된 15여점의 작품은 작품이 설치된 주위 환경까지도 회화의 일부로 수용하고, 작품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 힘써 관객과의 감정이 교류를 펼친다.

그라피티와 같이 거리의 예술에서 출발해 순수예술로 편입한 오스트로스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존 예술 문법에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고, 이번 전시를 통해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오스트로프스키 David Ostrowski F(Auch die schönste Frau ist an den Füβen zu Ende) 2011/2019 Lacquer on cardboard, clipframe 40 x 30 cm (Framed) (도판=리안갤러리 서울)

내달 1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리안갤러리 서울 02-730-2243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