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문화예술은 국가 브랜드를 높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남정숙 칼럼]문화예술은 국가 브랜드를 높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 남정숙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20.04.12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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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코로나19 긴급지원 정책 제언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코로나19 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인들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각국의 의료체계, 시민의식, 국가관, 대통령 리더십 등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

세계인들은 초강대국이라고 믿고 있었던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자국의 시민을 살릴 최소한의 의료장비와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외부침략을 당했을 때 사회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약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총기와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시민의식 등 초강대국의 민낯을 접하고 그들이 과연 결코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초강대국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반면에 전염병 유포지라는 오명을 썼던 한국은 발 빠른 대처와 강력한 방역대책, 위생수준 높은 시민의식 등으로 새로운 세계질서의 리더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국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세계인들에게 선진국으로 인식될 것이 틀림없어 보이지만 투명하고 정직한 의료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일시적인 우연이 아니라 그동안 실력 있는 인재유입과 정부의 투자와 잘 훈련된 관료시스템이 누적되어 나타난 성과인 것이다.

그러나 내실 영광의 그늘 뒤에서 공장들의 기계는 멈추고, 소상공인들은 폐업이 속출하고, 문화예술인들은 죽을 지경이다.

코로나19도 여늬 보리고개처럼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문화예술계에서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을 버터야 하는 현실에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예총이 지난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 과제’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에 취소∙연기된 예술행사는 2500건, 금액은 6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와 문체부가 코로나 사태가 이후의 활성화를 위해서 갖가지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개별적인 예술가들을 직접 지원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거니와 문화예술계 현실과는 좀 어긋난 정책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크다. 사스-메르스-코로나19처럼 새로운 역병들이 등장할 때 마다 땜빵지원만 난무할 뿐 되풀이되는 피해상황이나 매뉴얼이나 지원효과를 DB화 해놓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에서는 위기상황마다 허둥거리며 땜빵예산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에게 필요한 위기대응 매뉴얼과 적절한 긴급지원예산의 규모와 단계별 지원정책에 대한 중장기 전략이 구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위기상황 시 문화예술 현장에서 필요한 긴급지원에 대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자기만족적인 관 입장의 구휼정책

국가적 위기는 언제나 문화예술계를 위축시키고, 주눅 들게 하고, 배제 당하게 한다.어느 나라 건 국가적 위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그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노동자 등 먹이사슬의 최하단부에 위치해 있거나 아예 먹이사슬에 속하지 않는 열외계층들이다.

이들의 약점은 최약체이면서도 그룹이 아닌 개별적 존재로 움직이므로 존재를 증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급여와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므로 위기상황이 곧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과 동의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문화예술인들 대부분이 딱 그렇다.만약 그동안 국가에서 의료계처럼 문화예술계에도 우수한 인재유입, 정부의 투자, 잘 훈련된 관료시스템이 뒷받침되었다면 문화예술계 대부분이 차상위계층으로 떨어졌을까? 76%가 비정규직인 프리랜서이고, 개인 수입이 년 평균 1,281만 원(2018년 기준)을 받는 문화예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반짝 긴급자금지원이 아니라 작더라도 예술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정급이 필요한 것이다.

언제나 위기상황이었던 문화예술계가 다른 국가 비상사태 때보다 코로나19 시국에 조금 더 어려운 점은 블랙리스트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이 정부의 공정성을 믿어 보려던 참에 다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또 맞다보니 “예술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금에 의존해서 예술활동을 연명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자괴감과 우울감이 특별할 뿐이다.

그래서, 정부와 문체부의 코로나19 긴급자금지원도 아주 긴 터널을 터덜거리며 걷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생계지원도, 예술활동 지원도 아닌, 평생 배고파보지 않고 현장과 먼 곳에 계시는 관님들과 기관장님들이 짠 그저 마른 사막에 호수로 물 뿌리는 것 같은 별 감흥 없는 자기만족적인 관주도 구휼정책이 될 것 같은 자조감만 들어서 모다 서글프다.

코로나19가 밀어 닥치기 바로 전에도 BTS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으로 국격이 높아지고 짜빠구리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관련기업은 물론 국가브랜드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고 앞 다투어 경제적효과를 발표했었다.

문체부는 ‘한국영화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등 영화산업 지원책을 업그레이드 하고, 영화산업 전반을 리셋하겠다고 했으며,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기생충 세트장을 서로 유치하려고하고, 기생충 테마파크, 영상밸리를 만들고 심지어는 봉준호 감독의 동상과 생가를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잘 나갈 때는 국가 핵심산업처럼 대접했던 정책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코로나 시국에서는 수혜와 구휼수준의 정책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런 조변석개 같은 변덕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할 때도 그랬고, 김연아가 벤쿠버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도 그랬고, 조수미가 ‘마술피리, 밤의 여왕’을 부를 때도 그랬다. 까무러치게 전 국민이 칭찬하고 연이어 정부에서는 각종 지원정책을 발표했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기를 수십 년 간 반복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국가브랜드를 높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숙련의 기간이 필요하듯이 문화예술도 하루아침에 대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 돈 버는 기업이 국가브랜드를 높이기는 쉽지 않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문화예술, 체육, 문화유산 등이 국가브랜드와 국가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 역할과 기능을 한 것이다.

봉준호, 조성진, BTS, 손흥민 등 세계적인 문화예술체육인들은 문체부 지원이 아닌 그들 스스로 최고가 되었다. 그들의 키즈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예술 교육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며,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인 충격에도 재능 있는 그들의 키즈들이 기초예술 교육과 훈련과 실험을 멈추지 않도록 지원하고, 국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다. 

그런데 잘 나갈 때는 수많은 지원책을 남발하던 중앙∙지방정부들이 막상 위기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최약체인 문화예술분야에 대해서는 왜 임시방편으로 일관하고 있는가?

기업과 문화예술계 지원정책의 큰 간극

중앙정부는 개인과 약소자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코로나19 긴급지원자금’을 흩뿌리고 있지만 진정성도 시의성도 없어서 해갈은 물론 문화예술의 위기를 고착화 시킬 뿐이다.

아래 표를 보자
표 1)은 국가가 코로나19 사태 지원에 대해 소상공인과 문화예술계 지원내용을 비교하면 국가에서 기업과 문화예술계를 대하는 정책적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가의 소상공인과 문화예술계 지원정책〉

우선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에 대해서만도 ‘기업’과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금의 규모와 숫자가 턱 없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자료가 지원금의 다는 아니겠지만 언뜻 보기만 해도 기업의 지원금은 150억 ~ 4조 200억 원까지 다양한 기관에서 기업들이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해놓았다. 그에 비해 문화예술계 지원은 30억 ~ 362억 원까지 100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지원서비스도 지원자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관주도의 일방향적인 수혜위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긴급재난지원이란, 긴급한 재난에 문화예술인들이 생계곤란이나 소득의 상실에 처하여 도움이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표 1)을 보면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개인 창작지원금은 벌써 마감되었고, 다음 예산은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예술단체 위주의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당장 코로나 시국에서 일을 할 수 없거나 생계를 위협받는 개인 예술가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가을 이후 휴지기를 지나서 봄 공연을 망치고, 국가지원금이 진행되는 3월부터 언제가 될지 모를 실업상태를 장기간 겪고 있는 개별 문화예술인들은 망연자실하다. 어떤 월급쟁이라도 6개월 이상을 고정급없이 버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창의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박양우 장관께서 긴급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애쓴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긴급을 요하는 만큼 기재부에서 나오는 예산만 기다리지 말고 강력하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기대한다. 문체부와 산하기관을 탈탈 뒤져서라도 예산을 마련해서 지금∙당장 문화예술인들에게 긴급생계비와 창작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셔야 한다고 요청 드린다.

첫째, 문체부 장관께서는 전국 지자체장들과 소통하셔서 3월~5월 말까지 취소된 지자체 행사, 축제 등의 자금을 다른 곳에 유용하는 것을 멈추고, 지역에서 최하위 계층인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생계지원에 사용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의 예술가들이 창작을 지속하고, 지역의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방과 후 예술교사와 계약직 예술교사들의 계약을 유지해 주시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기존의 한문연, 한문위,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의 예산은 건들지 않고, 다만 거리예술 공연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피치 못하게 지원할 수 없는 예산들이 산하기관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한문연의 지원금 중 매칭형, 기획형, 청년형 예산이 있는데 주먹구구로 계산해 보아도 코로나19로 공연하지 못한 3월~5월 말까지 3개월 예산만 취합해도 약 73,838,244원이 가능할 것 같다.

      * 매칭형 115건 / 100억 원 지원금 중 = 26,086,956원
      * 기획형 72건 / 64억 5000만원 지원금 중 = 26,875,000원
      * 청년형 97건 / 67억 5000만원 지원금 중 = 20,876,288원

      한문연의 지역문화예술회관 문화가 있는 날 예산도 있다
      56개 단체 / 1,580백만 원 지원금 중 = 47,3999,960원을 모을 수 있다
 
      한문연 우리동네 문예인 프로젝트 (체험형)
      50개 프로그램 / 624,200,000원 지원금 중 = 187,260,000원

      한문연 어른들의 예술감상 놀이터 (감상형)
      19개 프로그램 / 215,800,000원 지원금 중 = 64,740,000원

등을 모을 수 있다. 지급한 예산은 어쩔 수 없겠지만 아직 지급하지 않은 예산은 지원금을 받을 예술인들을 설득해서 제하고 줄 수 있도록 장관님께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체부의 예비비와 부서별로 긁어모을 수 있는 예산들을 모은다면 기재부 재가(裁可)도 필요없는 예산들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돈으로 지금∙당장 예술가들을 장관님 의지대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문체부장관께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문체부와 산하기관, 지자체 문화재단과 예술회관들 임직원들이 1회 급여 삭감을 제안하고 선언해 주셨으면 한다. 삭감한 임금으로차상위 문화예술인들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문체부가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기관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신다면 어려움 속에서 문화예술인들과 문체부가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현장에 맞는 긴급지원이라야 한다

문체부 공직자들이 발로 뛰어 따낸 지원금을 주는데도 문화예술인들이 시큰둥해서 서운할 것이다. 그러나 도끼가 필요한 사람에게 삽을 주면 안받은 것보다야 낫겠지만 난처한 경우와 같다. 긴급자금지원이라고 하더라도 문화예술의 산업적 특성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타들어가는 갈급한 현장에 맞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1~2개월 살 정도 수준의 창작지원금 1회 긴급지원자금으로는 76%가 비정규직인 문화예술인들을 살릴 수 없다. 문화예술인들에게는 긴급지원금의 과∙소액보다는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정급이 필요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고정급이 아닌 긴급지원은 정부와 문체부가 빈 독에 물 붓기만 되풀이 하는 격이 된다.

둘째, 문화예술은 개인이나 단체를 개별적으로 돕는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맞물려 돌아가는 산업이며, 우리는 이를 문화예술 생태계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연극공연을 하나 올리더라도 대본을 쓰는 작가와 연출과 배우가 있어야 하고, 극장과 연습실과 조명과 음향과 의상 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예술창작지원금 300만원은 누구를 위한 지원금인 지 잘 모르겠다. 만일 문체부에서 공연제작비를 지원한다면,

      1) 창작지원금 – 작가, 연출가, 기획자, 무대디자이너
      2) 공연지원금 – 대관료 지원, 연습실 지원, 연습비 지원
      3) 출연료     - 배우
      4) 장비지원금 – 무대제작 지원, 조명지원, 음향지원, 소품 및 특효
      5) 홍보 및 기타 – 홍보비, 영상제작비, 저작권료, 세제혜택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의 특성상 문화예술 생태계 전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효과가 나지 않을 것이다.

셋째, 76%의 문화예술인들이 프리랜서라는 뜻은 76%의 문화예술인들이 개별적인 사업 주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체를 지원한다면 다수의 금액은 단체장에게로 가고 연극배우나 오페라배우, 연주자 등은 소액의 출연료 밖에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체부는 76%의 프리랜서 예술가들 개인 위주의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공리적 설계가 될 것이다.

넷째,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연관람료 8000원 지원은 문화예술 창작지원보다 후순위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인들이 작품을 만든 후에야 국민들이 관람을 할 수 있으므로 보다 많은 예술인들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창작지원금과 공연장∙전시장 대관료지원 후에 공연관람료를 책정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체부의 소외계층의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는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예산도 2019년 951억 원이나 된다. 지금은 공연관람료보다 더 필요한 곳에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문화예술 긴급지원이 필요한 곳은 공연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예술분야, 미술, 문학, 행사대행업, 극장 및 축제와 관련 있는 개인과 단체들, 의상과 분장업체들 모두 어렵고 힘들다. 여기에 이들 문화예술계를 떠받치는문화예술매체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따라서 다수의 기관과 은행과 지자체가 열정적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뛰어 달라!

결론적으로 코로나19 긴급자금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애쓴 문체부 장관님과 공무원들이 고맙기도 하고, 이번 정권에서는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수백억 원의 긴급자금을 중간 거간꾼들이 아직은 챙겨먹지 않은 것 같아서 약간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청빈한 삶에 이골이 난 문화예술인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역병과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문체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문화예술 산업에 적합한 대응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메르스 당시처럼 긴급자금을 새치기 당하는 것도 싫지만 마치 문화예술인들이 어려움 속에서 창작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처럼 뻥 튀기고, 허풍을 떠는 것도 꼴사납다. 현실적, 진정성, 투명함이 담보되지 않는 지원정책은 상호 신뢰감만 저하시킬 뿐이다.

코로나19에 어른거리는 관료주의와 전체주의 망령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 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몇 가지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첫째, 반복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공연을 영상으로 대체하자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고 구체적인 영상시스템 예산을 제시하는 기관과 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의견에 반대하고 분노한다. 예술기획자들의 필독서인  ‘공연예술, 경제학적 딜레마’라는 논문에서 보몰과 보웬은 ‘예술은 현장성과 노동집약성, 비규격화, 비표준화로 인해 만성적자인 비용질환(Cost Discase)이 생기므로 공적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화정책은 효율성과 시장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공연예술은 복제가 가능한 문화산업이 아니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호흡과 하모니를 관객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과 공감의 예술이다. 공연예술에서 영상은 기록과 부가재는 될 수 있어도 대체재는 될 수 없다. 그리고 출연료를 받기위해 현장공연을 미래를 위해 영상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짓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물량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영원히 공연예술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한예총은 이 위급한 시기에 문화예술발전과 국민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한 종합예술단체를 설립을 주장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물론 긴급한 이유가 있으니 긴급히 주장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인 한예총이 이 위급하고 엄중한 시기에 새로운 단체 설립을 주장하는 것보다 긴급한 지원요청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혼란한 틈에 문체부나 단체들이 기능적이고 편의성을 위한 관료주의적 발상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인에게 피해가 간다고 코로나19 의심환자 중에 자가격리 위반자들에게 마치 성폭력범처럼 팔찌를 채우는 식의 관료주의적 발상은 문화예술 정책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4년 예술가들에게 출퇴근을 하는 조건으로 최대 8개월 동안 월 100만원씩을 생계유지비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문화정책 중에는 기능적이고, 이론적으로는 우수한 정책이지만 현장과는 괴리된 정책들이 많았다. 예술가들은 전체 속에서 존재가치를 증명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코로나19 위기나 몇 푼의 지원기금이 쥐어졌다고 통제가 가능한 집단도 아니다. 블랙리스트 휴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고 창작을 위해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제작에는 능하지만 유통과 판매에는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문체부는 비록 긴급자금지원이라고 하더라도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과 정책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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