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코로나19 빌미, 정부의 일방적 예산 삭감은 모순”…문화예술인 1인 릴레이 시위 진행
[핫 이슈]“코로나19 빌미, 정부의 일방적 예산 삭감은 모순”…문화예술인 1인 릴레이 시위 진행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4.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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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예산 삭감 반대에 반대하는 예술인, 23일 1인 시위
시위 참여자 “예산 삭감, 문화예술 질적 저하 및 국민 문화복지 기회 박탈 초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각 지자체에서는 문화예술 공연 및 축제 예산을 우선적으로 삭감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현장에 몸담고 있는 예술인들이 23일 예술의전당 앞에 모여 ‘문화예술 예산 삭감 반대’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문화예술 예산 삭감 반대’ 요구 시위 참석자들
▲‘문화예술 예산 삭감 반대’ 요구 시위 참석자들

규탄시위의 빌미가 된 일은 ‘제1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예산 감축이다. 오페라페스티벌은 30일간 예술의전당에서 6팀~10팀의 국립·민간 오페라단이 각각 오페라를 제작해 옴니버스 공연을 선보이는 축제다. 

하나의 단체에서 오페라를 제작할 경우 제작비, 주연 성악가, 오페라 합창단원, 오케스트라, 의상비, 조명·음향·무대 비용 등으로 최소 2억~4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그런데 해당 축제의 올해 예산은 기존 7억 원에서 3분의 1가량 줄어든 4억 5천만 원이다. 이미 턱없이 부족한 지원예산에서 그마저도 줄어 결국 오페라 한 팀 제작비로 오페라페스티벌 6팀~10팀이 공연을 해야 되는 상황인 셈이다.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측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행사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축제임에도 하루아침에 예산을 삭감하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전달방식은 문제가 있다”라며 “급격한 예산 감소는 오페라 제작 수준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오페라 및 기초예술 소비자의 감소와 오페라에 대한 외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 예산 삭감 반대’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 모습
▲‘문화예술 예산 삭감 반대’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 모습

시위 참가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앙·지방정부의 문화예술 예산 삭감이 문화예술 및 문화예술 교육의 발전과 국민들의 문화복지를 저해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로 간주하며 중앙·지방정부의 문화예술 예산 삭감을 반대하고 있다.

오페라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는 박세훈 성악가는 이날 “코로나를 빌미로 정부 책임자들이 문화예술인들을 긴급지원의 홍보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막상 뒤에서는 공연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을 깎고 선별·선택적 예산지원을 하는 것은 굉장한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위 현장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 예산의 삭감 및 유용 현상이 차후 ‘사회적 재난이 닥치면 우선적으로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해도 된다’는 위기 대응 관형으로 남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훈 연출은 “문화예술 축제의 역량을 관객 수, 티켓 판매량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라며 “문화재단에서 예술인을 상대로 기업인과 같은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23일 오후 예술의전당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이 토론을 나누고 있다
▲23일 오후 예술의전당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이 토론을 나누고 있다

이번 예산 삭감은 정부가 순수예술을 대하는 민낯을 국민들에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대책이 기초예술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페라페스티벌을 비롯한 공연예술 행사와 축제는 성악가와 관계자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방편의 일환임에도, 당사자들은 예산이 줄어든 경위나 사유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남정숙 문화기획자는 “4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예술 환경이 훨씬 열악함을 느낀다. 그때는 철학이 있었는데 지금은 멍한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오페라페스티벌은 국민들이 수준 있는 오페라를 저렴한 가격에 감상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소비자들의 문화 향유 및 예술 교육에 이바지해 왔다”라며 “정부는 문화복지 기회가 국민의 권리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위에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이소영 조직위원장, 호남오페라단 조장남 단장, 연극 이상훈 연출, 성악가 박세훈, 남정숙 문화기획자 등 10 여 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