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 오를레앙 허
  • 승인 2009.11.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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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다리, ‘정헌메세나 후원 작가전’을 다녀와서

   
오를레앙 허
프랑스의 보수적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는 우리나라가 내년 의장국가로서 G20 정상회담을 잘 치러내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 했다. 기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선진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에서 발표한 2008년도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향유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일년에 평균 5회 문화공연 관람을 하는데 그 중 4회는 영화관람이라고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은 5년 만에 1회 미술관을 찾고 30년 만에 1회 무용회를 관람하는 것으로 조사돼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문화시민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조건으로는 확연히 거리감이 있는 성적표다. 사람이 동물과 공통점은 다들 먹고사는 데 바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핑계로 미적 경험을 포기하고 살면 불행히도 그것들과 인간이 크게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조물주의 은혜로 ‘진ㆍ선ㆍ미’ 와 같은 전통적인 규범을 인지할 수 있게 프로그램 됐다.

쉴러에 의하면 아름다움을 인지할 수 있는 점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유일무이한 것이라 했다. 슐레겔 예술이론에 따르면 현대예술적 경향은 예술과 담을 쌓고 사는 우리들에게 더 슬픈 소식을 전해 주는 데 ‘현대예술은 아름답지 않고 흥미롭다’ 라는 관점으로 소통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미적 자질은 아름답다 혹은 아름답지 않다 라고 구분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반해 현대예술은 교양이 부족하고 취향을 갖고 있지 못한 이러한 대중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소통을 원하는 작가들은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주려 노력한다.

운 좋게도 오를레앙 허, 이처럼 대중들과의 흥미로운 소통을 원하는 작가들 가운데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예술의 전당, ‘정헌 메세나 후원 작가전’이 열리는 한가람 미술관을 찾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기업인들이 예술가를 후원하는 메세나 사업은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본격화 됐다고 한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자신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세간의 인색한 평가를 견디다 못해 예술가는 캄캄한 밤하늘에 화살을 날리는 미친 사람이라고 자괴했다고 하는 데 그에게 후원자가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말러의 교향곡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명규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늘의 작가 한호라는 친구는 파리에서 활동하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서울, 파리, 뉴욕, 도쿄, 북경, 홍콩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년예술가 중 한사람이다.

그가 주목받기에 합당한 이유는 그는 '빛의 역사 '라는 오로지 하나의 일관된 테마 속에 우리나라 역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작가 개인의 이야기도 깊이 담아내고 있다는 데 있다. 

예술가는 대상이 지닌 깊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수성의 깊이까지 파고 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예술작품이라 할 만하다. 괴테는 예술작품의 창작과정에서 ‘대상의 깊이’와 ‘예술가 자신의 깊이’에 동시에 파고든 작품만이 진정한 예술작품이라고 했다.

2002년 봄, 나는 파리 퐁피두센터 앞에서 성경책을 한 손에 든 그를 처음 만났는 데 급기야 손에 이끌려 지휘자 정명훈이 출석하는 파리한인침례교회를 다니게 됐다. 이후 나는 청년부 회장까지 하게 됐다.

낯선 이국땅에서 고독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던 중 그를 통해 같은 색의 눈동자와 같은 언어를 가진 종족의 따뜻한 군집 속으로 백기를 들며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나보다 두 살 위여서 형인 그는 여러 면에서 나보다도 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배는 더 행복해 보였고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고 더 긍정적이었다. 아마도 신앙의 힘이 아닐까.

그가 허름한 창고 같은 아틀리에서 시작해 화려한 저택의 시테 유니베르시테 아틀리에로 옮겼을 때 나는 신의 개입이 느껴졌다. 감격 속에 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기도하던 대로 신개선문 갤러리, 빨레드 도쿄, 그랑 빨레등 빠리와 같은 최고의 갤러리에 작품을 걸었다. 지금은 호평 속에 세계를 누비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호. 그의 작품은 그의 인생만큼이나 자연적이며 동시에 초자연적이라 할 만하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르레앙 허 (본명 허성우)

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을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