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정문 옆 돌담 헐어내라
창덕궁정문 옆 돌담 헐어내라
  • 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 승인 2009.11.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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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참다운 멋을 보고 갔다는 기쁨을 주자

유서 깊은 창덕궁에 가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반한다. 조선시대에 조성된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궁궐 중에서 가장 원형보존이 잘 된 곳이기도 하지만 특히 정원의 짜임새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죽하면 비원(秘苑)이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이 비원도 일제하 창경궁이 동물원으로 변했듯이 아무나 드나들도록 만들어 울창한 숲길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관광객의 출입이 시간적으로 제한받는 곳이다.

목요일에는 자유 관람을 시킨다고 하지만 입장료를 1만5천원으로 올려 받고 경로나 국가유공자도 무료관람이 안 되기 때문에 과연 ‘비원답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평일에는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을 할 수 있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영구보존하기 위해서 문화재청이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곳에는 한국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외국 관광객들이 버스로 몰려든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창덕궁의 정제(整齊)된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중국의 궁궐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어디 하나 빼내기 힘든 정돈된 절제미에 넋을 빼는 것이다.

그런데 비원 내부는 이처럼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면서 창덕궁에 들어오기 위하여 주차하는 곳은 어쩌면 그렇게도 멋대가리가 없는지 또 한번 감탄(?)하게 만든다. 명색이 주차장인데 그 옆에 지어놓은 찻집은 무엇인고?

게다가 화장실까지 지어져 참으로 볼품없는 건축물이 늘어져있는 셈이다. 이들 건축물을 감싸고 있는 돌담이 길게 둘러쳐 있는데 왜 이런 구조가 되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원서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돌담이 원래 창덕궁의 담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인지 외성(外城)처럼 둘러쳐 있지만 참으로 보기 싫게 생겼다. 이 돌담에 기대어 찻집과 화장실을 꾸몄고 길게 늘어선 담장을 끊어 중간에 자동차 출입구까지 만들었다.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모양이지만 오직 승용차만 이용할 수 있을 뿐 대형 관광버스는 아예 좁은 길거리에 세워야 한다.

창덕궁 주차장이라면 관광객 위주로 주차시설을 운영하여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외국관광객을 대거 실어 나르는 버스 주차장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버스 주차장은 아예 없고 관람객도 아닌 직원들이나 인근 주민, 사무원들의 주차장을 뭣 때문에 운영할 필요가 있는가.

더구나 질서 없이 배치해 놓은 건축물의 추한 모습은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흐리게 할 뿐이다. 길옆에는 새로운 감각으로 지어진 현대사옥이 자리 잡고 있어 바로 대조가 된다.

현대 측에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하여 지하수영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위로는 동산을 조성하여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원을 조성했다. 동네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도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휴식공원으로 이용한다.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창덕궁 주차장은 한마디로 추악한 몰골이다. 명색이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이런 모습으로 외국관광객을 맞이해도 되는 것일까.

돌담의 정체가 뭣인지 모르지만 중간을 헐어내 출입구로 만든걸 보면 원래부터 있었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아닌 것 같고 창덕궁의 소유지를 획정하기 위해서 돌담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 참으로 그렇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헐어내야만 한다.

우리는 과거에 서대문 영천에 있는 독립문을 옆으로 옮긴 일이 있다. 역사적으로 독립문은 민족의 독립성을 고취하기 위해서 선각자들에 의해서 건축되었다. 독립문 옆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과거를 회상하고 민족의 긍지를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계획에 의해서 길을 넓혀야 하는데 하필이면 독립문이 한가운데 있어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 할 수없이 그 자리에 지석(誌石)을 묻은 다음 옆으로 이전했다.

창덕궁 돌담이 원래 창덕궁 돌담이라면 지석으로 그 자리를 표시하고 헐어내도 된다. 현재 보존하고 있는 방법으로 보더라도 귀중한 문화재는 아닌 듯 하다. 단지 소유를 표시하는 돌담이라면 더구나 보존할 가치가 없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막론하고 창덕궁 정문 옆에 세워진 돌담과 화장실, 찻집, 주차 관리소, 매표소 등은 일괄 철거하는 것이 관광객을 위한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본다.

그리고 승용차 주차는 소수에 국한하고 대형 관광버스 위주의 주차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다. 창덕궁은 우리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일뿐더러 무한한 관광자원이 되어야 한다.

외국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아오는 인사동은 걸어서 불과 5분 거리다. 이들의 절반이라도 끌어드려야 한국의 참다운 멋을 보고 갔다는 기쁨을 준다. 창덕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시간차로 개방하는 것도 해제해야 한다. 차라리 입장료를 목요일 수준으로 올리는 게 났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제일 시급한 것은 관광 제일명소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보기 싫은 건축물로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문화재청에서 빨리 깨닫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