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쭉정이를 날리는 키에 대한 추억
[정영신의 장터이야기]쭉정이를 날리는 키에 대한 추억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0.05.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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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1988 구례장
1988 구례장 Ⓒ정영신

농가에서는 아직도 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키가 팔리고 있다.

키에 대한 추억은 어렸을 적,

이불위에 지도를 그려본 사람은 갖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소녀가 사는 집에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갔다면 어린 마음이 어땠을까

이렇게 호되게 놀라운 창피를 주면 오줌싸개가

오줌을 가리게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1991 담양장
1991 담양장 Ⓒ정영신

키는 곡식을 까불러 돌이나 쭉정이는 버리고 알곡만 골라내는데 쓰인다.

가을이면 햇볕 드는 마당에 콩과 함께 누워있어.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보면 콩과 햇빛이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1990 청양장
1990 청양장 Ⓒ정영신

장터에서 키를 고르는 모습은 신중하기 그지없다.

직접 들고 까불어도 보고, 잘 엮어졌는지 이리저리 살피기까지 한다.

키 하나 고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하기사 이씨할머니가 꽃무늬 브라우스 하나 사는데 반나절이나 걸린다.

1990 청양장
1990 청양장 Ⓒ정영신

이처럼 느린 삶을 느끼고 싶다면 5일장에 가면 된다.

오일장에 가면,

시간이 한 방울씩 흘러가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