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지구별 여행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지구별 여행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0.05.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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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마샬리스와 뉴올리언스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지난달 컬럼을 보낼 때 이번 달이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바랬는데 최근 젊은이들이 집합되는 곳을 중심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 세계가 거리두기에 모임 금지령이건만 젊은이들의 발을 묶어 둘 수 없고 몇몇의 무모함을 탓해야하는지. 문을 열고 상행위를 한 유흥업소를 단속해야하는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그저 감기로 시작한 증상들이 전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발을 묶는 것도 모자라 많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지난 달 미국의 재즈가문의 대표주자 피아니스트 앨리스 마샬리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안타깝게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뉴올린언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많은 음악가를 키워냈으며 재즈음악을 집대성한 그다. 4명의 아들이 색소포니스트. 음악감독, 재즈드러머, 음반제작자 등 재즈음악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으며 재즈의 대가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삶을 살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이번 달 지구별 여행기는 앨리스 마샬리스의 본고장 재즈가 가득했던 뉴올리언스에 대해서 기록하기로 한다. 뉴올리언스 시장이 그를 추모하는 성명서에 “앨리스 마샬리스는 우리의 스승이자 아버지이며 우상이었다. 이 세계에 보여준 예술과 기쁨, 경이로움은 다 표현할 수 없다”고 기록한 것만 보아도 뉴올린언스를 중심으로 활약한 그의 재즈 업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다.

미국 루애지애나주,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는 프랑스, 스페인의 문화가 융합되면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음악이 가득한 거리를 걷고 햇살이 비치는 테라스에서 시원한 비어 한잔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재즈인이 된듯하다. 그 공간에 있는 모든 행위가 재즈의 눈빛 몸짓으로 변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애틀란타와 달라스, 휴스턴 등 미국 남부도시에서 뉴올리언스로 가는 항공편은 매우 다양한 편이지만 한국에서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아직 없다. 필자는 일리노이주 일정이 먼저 있었기에 시카고 샴페인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여정을 가족들과 계획했다. 끝없는 옥수수 밭을 반나절 달리고 한가로워 보이는 목조주택과 느긋한 소떼 몇 무리를 넘어가니 넓은 전원이 펼쳐지는 루이지애나 주에 도착했다. 로드 트립은 변경되는 계획이 무수히 많으므로 이것저것 챙기며 움직이나 보면 이렇다 할 사진도 변변히 없지만 당시 뉴올리언스의 거리는 너무도 생생하다. 대체 어디서 몰려들은 인파일까? 건물테라스마다 각종 재즈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인과 백인이 섞여 연주자의 몸체보다 거대한 콘트라베이스를 튕기고 흑인들의 소울이 가득한 다양한 퍼커션의 두드림이 온 곳에 퍼져 있다. 이들을 드로잉한 그림들과 음반들, 기념이 될 만한 작품과 악기들이 거리에 가득 걸려 있었다. 한 장에 달랑 1불하는 엽서에도 영혼이 담겨 있다니…이곳을 한 바퀴 돌 때쯤 미국 동부나 중부에 비해 흥이 있는 몸짓과 자유로운 흑인들의 소울이 가득한 재즈 영혼을 만나게 된다. 

프렌치 쿼터는 미시시피 강 연안에 있는 100블록 안팎의 일대를 말하는데 뉴올리언스 관광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이 개척을 했지만 스페인 통치를 지나 두 번의 큰 화재를 겪으며 프랑스식 건물은 이미 사라진 대신 스페인풍 양식이 가득한 것이 꽤나 멋스럽다. 필자만 느끼는 것인지 몰라도 각 상점의 간판이 매우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판조차 재즈를 노래하고 있었으니….이곳 중심에 위치한 잭슨 스퀘어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마상으로 불리는 뉴올리언스의 전쟁영웅 앤드루 잭슨의 기마상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고 명소로 기억을 남기고 있다. 

광장 앞쪽에는 세인트루이스 대성당이 보인다. 미국에서 현존하는 베스트 성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1718년 처음 지어진 이 성당은 몇 차례 재해가 있었고 재건을 거듭하며 보존하는 중이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어느 성당을 들어가도 느끼는 건데 대충 지어진 건축양식은 본적이 없다. 이 곳 역시 스테인드글라스와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내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뉴올리언스의 유명한 마디 그라스(Mardi Gras)축제는 3월중 열리는데 하루에도 여러 번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계급이 있던 시대를 추억하고 귀족들이 빈민들에게 사탕이나 동전을 던져주는 행위를 그대로 재현하는데 2주간 열리는 이 축제기간에 이곳을 들린다면 그 재미가 얼마나 있는지 기대해도 좋다. 다양한 곡이 연주되고 세계의 재즈 애호가들이 몰려드는 이곳은 서로 모르는 이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춤추고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시공간을 선사한다. 뉴올리언스의 매력은 재즈뿐 아니라 독특한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해안가가 가까워서 그런지 해물이 적지 않았고 흑인의 문화와 멕시코, 스페인, 프랑스가 뒤섞인 요리다. 일반적인 여행지에서 맛보는 깔끔하고 멋스러운 음식과는 다르게 육지와 바다를 잇는 특별한 음식이 많았다. 어쩌면 뉴올리언스를 다른 지역과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일 듯하다. 부자들이 즐기던 크레올(Creole)은 도시의 느낌이 조금 나는 요리이며 이에 비해 향신료가 강한 케이준(Cajun)은 빈민가에서 많이 해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라틴풍의 강한 향신료는 이곳이 미국인지 의심스러운 향이 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맛볼 수 있는 요리로 생선 야채 고기 등을 넣고 밥을 지은 잠발라야(Jambalaya)가 유명하다. 원산지에서 너무 기대를 하고 먹었는지 한국에 비해 왕성한 해산물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 점시에 담긴 음식 색과 향이 한참 기억에 남는다. 뉴올리언스는 지형이 해수면보다 낮고 습한 곳에 위치하다보니 홍수와 태풍의 피해가 유독 많은 곳이다. 흑인이 대다수 살고 있고 어느 정도 걷다보면 빈민가도 적지 않다. 관광산업으로 빈익빈 무익부가 심한 곳이니 홈리스가 많이 보인다. 2005년 맥시코 만에 태풍 카트리나가 몰려와 도시의 80%가 잠기고 1000명이 넘는 사상자와 100여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곳. 멕시코 만의 석유개발로 도시를 확대하고자 늪지대위에 건축을 하고 이것으로 인해 둑이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으니 엄청난 피해를 기억하는 곳. 당연히 범죄율이 상승되고 많은 구호의 손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려 ‘뉴올리언스증후군’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곳. 세계에서 손꼽는 뉴올리언스 항구였지만 자연의 피해를 피할 수 없어 막대한 피해를 남긴 곳. 불안하게도 잘 이겨내고 이곳의 특성을 부각시켜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이다. 초기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미국의 감염자 수를 몇 십 배로 상승시킨 이유로 많은 외신들이 뉴올리언스의 마디그라스 축제를 들었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에는 감염자가 없었기에 행사를 진행했지만 전 세계에서 150만 명 이상이 몰려서 미국 코로나19의 온실이 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재즈음악을 향유하고자 모인 관광객들의 열기를 느끼며 매우 안타까웠다. 아마 그즈음 재즈의 대가 앨리 마샬리스가 감염이 되지 않았을까 혼자 추축해 보았다. 남은 세대에서 그가 집대성한 재즈를 잘 이어가기를 고대하며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기록해본다.

뉴올리언스 주변에는 소소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보인다. 사실 마크 트웨인의 명작 “톰소여의 모험”이 배경이 되는 이 곳, 찬란한 햇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불과 몇 해 전이건만 당분간 다시 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마디그라스 축제안내  www.mardigrasneworlea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