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대한민국청소년트로트가요제, 이대로 좋은가?
[윤중강의 뮤지컬레터]대한민국청소년트로트가요제, 이대로 좋은가?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0.05.14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문화부가 ‘청소년 트로트가요제’를 국고로 지원하는 걸 반대합니다. 트롯열풍이 있기 전부터 지원했다는 것도 압니다. 한류와 관련해 콘텐츠의 다양성을 염두에 둔다는 입장도 압니다. 그럼에도 반대합니다. 그러나  문화부의 ‘청소년트로트가요제’의 지원을 매우 찬성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 글은 나와는 다른 입장과 또 다른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전제로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님! 트롯을 사랑하시나요? 저는 트롯을 무척 좋아합니다. ‘뽕짝’으로 낮춰 부르는 것도 잘못이고, ‘왜색가요’라고 치부하는 건 더 큰 잘못입니다. 일제의 영향권 아래서 트롯이 퍼져나갔지만, 아시아권에서 선호할 수 있는 정서를 트롯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선에 이식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트롯이 포함된 대중가요, 그 가사와 곡조를 잘 만들어내는 걸출한 인재가 많았었지요.

장르적으로 국악과 트롯 사이에는 친연성이 존재합니다. 오히려 그래서일까요? 국악계의 일부는 트롯에 대해 비(非) 우호적입니다. 난, 다릅니다. 일찍이 트롯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국악과 트롯이 만났을 때 서로 상생()相生)할 수 있다는 글도 썼습니다. 미스터트롯과 관련해선, 이 지면에 글을 써서 트롯팬의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은 크지만,  문화부의 ‘청소년트로트가요제‘의 지원은 확실히 반대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장관님! 트롯이라는 장르가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나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노래문화로 트롯이 꼭 자리를 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나요? 과연 트롯이 앞으로 한국의 청소년문화로 정착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문화부의 이와 같은 지원이 어떤 결실을 맺을 거라고 믿으십니까?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자신이 낸 세금으로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가 열리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박양우 장관님. 확실하게 대답해주십시오 ‘청소년 트로트가요제’에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첫째, 한류의 확산을 원합니까? 둘째, 트롯에 대한 애정입니까? 셋째, 청소년축제 또는 새로운 축제의 계발과 정착이 절실합니까? 장관님의 대답을 꼭 듣고 싶습니다. 현재의 문화부가 ‘‘청소년’과 ‘트로트’가 결합한 ‘가요제’애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다면, 저 또한 행복하게 설득 당할 용의가 있습니다.

박양우 장관님. 지금 여기서 ‘기초예술’ 운운하는 건, 시대착오적일까요? 작금의 문화부 정책기조와 맞지 않은 철 지난 개념일까요? 문화부가 여러 사업에 열의를 쏟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두 손 들고 환영해야죠.

지금 문화부에 가장 아쉬운 건 ‘기반조성’입니다. 이 땅에서 오래도록 문화적인 토대가 되었고, 앞으로 끝없이 기반이 되어줄 문화예술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서 문화부가 보다 더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접근이 무척 아쉽습니다. 지금의 문화부와 소통하려면, ‘첨단’과 ‘융합’을 내세워야 하고, 문화부조차도 ‘산업’적 측면을 크게 강조해야 하나요? 이 나라에 문화부가 없었던 공보부 시절에도, 문화의 “사회적 공공성”은 중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트로트가요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트로트라는 장르는 아직은 대한민국에서 ‘공공적’ 장르가 아닙니다. 하루 속히 그리 되길 바라는 한 사람이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합니다. 트롯이라는 장르가 대한민국의 음악적 공공재(公共財)가 되기 위해선, ‘트로트가요제’는 아닙니다. ‘청소년트로트가요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문화부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와 관련해서 트롯에 관심이 있다면, 국민의 대대수가 트롯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 조성’부터 해야 합니다.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그렇고, 음악적인 맥락에서도 그렇습니다.

혹시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대한민국 청소년 락 가요제’를 해도 반대하겠느냐? 반대합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락을 얼마만큼 수용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트롯이나 락이나 결코 다른 입장이 아닙니다.

장관님을 비롯해서 문화부가 트롯에 대한 애정이 크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십시오, 근대가요에 대한 연구자와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트롯애호가과 함께 트롯의 ‘역사적 맥락’과 ‘음악적 맥락’을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그것을 통해서 대다수의 국민이 트롯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앞서야 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는 다른 측면에서 볼 때도 문화부가 가장 잘 해낼 사업은 아닙니다. 대중적인 방송매체가 ‘대한민국 트로트 가요제’를 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그게 바람직한 역할입니다. ‘방송국’과 ‘기획사’가 연계하는 편이 훨씬 더 축제적 성과와 파급적 효과가 있다는데 대다수의 국민은 동의할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님! 우리는 지금, 이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 펜메딕의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이런 시기에 문화는 어떤 기능을 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문화부가 해내야 할 역할을 무엇일까요? 매년 계속해왔던 사업의 연속적인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보다 더 문화적으로 복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반 조성’을 조성을 하는 측면에 더욱더 치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문화의 ‘산업적 측면’보다는, ‘공공적 측면’이 더 중요하니까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매년 한 번씩 거행되는 일회성의 축제야 말로, ‘소모적’인 건 아닌지 점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요제가 어떤 특별한 스타를 키워내는 장치인지, 가요제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그 장르에 친해지도록 개최하는 것인지요? 추측컨대, 둘 다 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더욱더 고민과 연구가 절실합니다.

대한민국청소년트로트가요제, 여러 연유로 반대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가요제’를 계속 하게 된다면,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인 ‘가치의 창출’에 보다 더 힘을 기울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