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명사 글씨 총망라, 오세창 『근묵』...서울시 국가 문화재 신청
국내 최다 명사 글씨 총망라, 오세창 『근묵』...서울시 국가 문화재 신청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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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 정몽주부터 근대기 서화가 이도영 진적까지 수록

서첩에 수록된 필적(筆跡)으로 조선시대 국왕부터 사대부 · 중인 · 노비 등 다양한 계층들의 사회상과 생활사를 담고, 일제강점기 절개가 뛰어났던 인물까지 살필 수 있는  일종의 인명사전. 『근묵(槿墨)』의 국가 문화재 지정 신청절차가 시작됐다.

▲『근묵』표지(사진=서울시)

서울시는 한반도 600년의 기간 동안 1,136명의 유명 인물들이 남긴 글씨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서첩, 『근묵』 을 국가 문화재로 지정 신청했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소장본인 『근묵』은 모두 34첩의 서첩과 1책의 목록 집으로 구성됐다. 비단으로 된 표지에 전서체(篆書) 글씨와 ‘위창한묵(葦蒼翰墨)’ 의 위창 오세창(吳世昌) 인장이 찍혀 있어 그의 나이 80세인 1943년에 묶은 서첩임을 알 수 있다.

▲『근묵』권2 첨지로 기록된 본문(사진=서울시)

포은 정몽주부터 근대기 서화가 이도영의 진적까지, 수록돼 있다. 필적은 서간 724점, 시 359점, 제액 15점 등으로, 서간과 시문이 차지한다.

『근묵』을 집성한 위창 오세창은 일제강점기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자 계몽운동가 · 문예애호가다. 간송 전형필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 오세창의 신념과 정신, 감식안이 담겨 국내 서예사의 명실상부한 귀중본이다. 

▲포은 정몽주 필적(사진=서울시)

다만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근묵』가운데 일부는 비교 대상본이 없어 진위판단이 어려운 작품이 포함돼 있고, 1943년 제작시기를 두고 국가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신청 방향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와 검토를 했다. 논의 끝에 국내 최다의 명사 글씨가 총망라된 국가문화재로서 충분한 지정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 국가 문화재로 지정 신청했다.

현재 일제강점기 동안 절개를 지키고 변절하지 않은 민족지도자 ‘오세창’이 남긴 문화재들은 단 한점도 문화재로 지정(등록)되어 있지 않아, 이번 절차에 의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