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문화 알림이' 기산, 풍속화展 민속박물관에서 개최
원조 '문화 알림이' 기산, 풍속화展 민속박물관에서 개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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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오는 10월 5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
125년 만에 독일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기산 풍속화 공개

19~20세기 제작된 민속,공예품의 실제 쓰임과 제작 과정 등을 당시 그려진 회화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특별전이 개최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활동했던 화가 기산 김준근(箕山 金俊根, 생몰년 미상)의 풍속화와 민속박물관의 유물을 전시장에 함께 병치해, 민속 흔적과 변화상을 일종의 기록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산 풍속화와 민속박물관 유물을 함께 전시했다

기산 작품은 19~20세기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에선 독일 MARKK 소장의 기산 풍속화 71점을 포함,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이 수집한 기산 풍속화 28점까지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다.

특히 독일 MARKK(舊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기산 풍속화는 12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로 의미를 더한다. 이에 박물관 측은 온습에 민감한 회화 작품의 보존 관리를 위해 박물관 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장마다 조습제를 넣었다. 민박 회화 전시는 2006년 민화 전시 이후 약 10여 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기산 풍속도 세계 분포도

오는 20일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층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윤성용 관장은 전시 개최 배경에 대해 “최근 한국의 문화가 외국에 많이 알려졌는데, 앞선 세대는 문화와 생활 모습 등을 어떻게 알렸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산의 풍속화는 외국에 우리 문화와 삶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준근이 그린 삽화가 포함된 『텬로력뎡』

그러면서 “박물관 관람객 중 반 정도가 외국인이기에, 외국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당시 문화를 보여주는데도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청소년들은 박물관의 ‘유물’을 관람하지만 전시 유물을 통해 당시 삶의 모습을 유추하기는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회화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산 풍속화와 ‘두부판’, ‘씨아’ 등과같은 민속자료 총 340여 점을 함께 소개하는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 ‘풍속이 속살대다’에선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풍속이 국립민속박물관과 독일 MARKK 소장품을 중심으로 풍속화와 나무기러기ㆍ종경도 등 민속품이 생활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기산 김준근, 시장 (독일 MARKK)(도판=국립민속박물관)

이경효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에 비해 기산 김준근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대중에게 알리고자는 의도를 담았다”라고 말했다. 기산은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 작품 『텬로력뎡』(천로역정)의 삽화를 그린 작가로 잘 알려졌지만, 이번 전시는 19~20세기 서민층의 생활상을 그림으로 기록한 풍속화 화가 기산의 의미를 강조한다. 기산은 생업과 의식주, 의례 등 전 분야의 다양한 풍속을 그린 화가다. ‘형벌제도’까지 작품 소재로 삼은 화가는 기산이 유일하다.

▲기산 김준근, 포청에서 적토 받고(독일 MARKK)(도판=국립민속박물관)

이 학예연구사는 옹기 만드는 4~5가지의 전 과정을 한 화면에 담은 ‘독점’을 "기산 작품의 특징을 담은 작품"이라고 꼽았다. 그는 “수공예 진행 전 과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록화의 의미를 갖는다. 당시 외국인 주문자가 수공예 진행과정을 알고 싶어 그림을 주문한 했고, 한 화면에 전 과정을 그려 표현한 것 같다”라며 “실제 제작 과정에서는 기산 작품과 같이 한 번에 진행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기산 김준근, 밥 먹고(독일 MARKK)(도판=국립민속박물관)

전시는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시장과 주막에서 시작한다. 기산의 작품 시장을 통해 소리꾼ㆍ굿중패ㆍ솟대장이패의 갖가지 연희와 갓ㆍ망건 등을 만드는 수공업 과정을 살필 수 있다.

글 가르치는 모습ㆍ과거, 현재의 신고식과 유사한 신은(新恩) 신래(新來)ㆍ혼례와 상·장례 등의 의례ㆍ널뛰기와 그네뛰기 등 당시 풍속을 기록한 작품을 통해 한 세기 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준다.

2부 ‘풍속을 증언하다’에선 19세기 말 20세기 초 기산 풍속화와 그 속 등장하는 기물을 보여준다. “민속은 전승되지만, 또 변화한다”의 의미를 기산 풍속화와 박물관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에는 사라진 기물도 있고, 모양과 재료, 사용 의미는 변했지만 기능이 남아있는 것 등 과거와 현재의 기물을 살필 수 있다. 

▲기산 김준근, 장기두고(민박)(도판=국립민속박물관)

‘수공업(갈이장이, 대장장이)’ㆍ‘식생활(맷돌, 두부, 물긷기)ㆍ’놀이(바둑, 장기, 쌍륙)ㆍ‘연희(삼현육각, 탈놀이)ㆍ’일생 의례(혼례)‘ㆍ’의생활(모자, 다듬이질)ㆍ‘사회생활(시험, 합격)’의 7개 주제를 기산 풍속화와 사진엽서ㆍ민속자료ㆍ영상을 전시해 쇠퇴하거나 변화하고 지속하는 민속의 특성을 소개한다.

▲기산 김준근, 망근장이(도판=국립민속박물관)

기량 전시운영과장은 “민속적인 자료와 기산이 작품 표현이 일치하는 것도 있지만, 일부 오류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산 작품은 미술사를 포함해 복식ㆍ민속학 등 여러 분야 연구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전공자들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8월쯤 각 분야에서 기산 작품을 해석하는 학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산 풍속화 알아보기’코너

한편 전시장 중간 설치된 ‘기산 풍속화 알아보기’는 기산 풍속화를 주제·인물·기물(器物) 별로 나눠, 작품을 조금 더 크게 확대해 살필 수 있게 했으며, 틀린 그림을 찾고 퍼즐 맞추며 색칠할 수 있는 ‘기산 풍속화 즐기기’로 전시의 흥미를 유도한다.

오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http://www.nfm.go.kr/) 홈페이지를 통해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