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생산자와 소비자·유통처 연결 산업공간 개관 "현대적 용처 개발 시급"
한지 생산자와 소비자·유통처 연결 산업공간 개관 "현대적 용처 개발 시급"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22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로구 북촌 ‘한지문화산업센터’에 지난 20일 정식 개관
19개 전통한지 공방과 한지 유통처가 보유한 400여 종 지종 한자리에

문화재보수지ㆍ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 등 한지만의 우수한 특성을 반영한 일상 속 쓰임은 적지 않다. 그러나 대량 생산되는 값싼 서양식 펄프 종이와 유리ㆍ플라스틱 수입이 늘면서 전통 한지의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한지 분야 육성지원 사업 일환으로 조성한 ‘한지문화산업센터’가 종로구 북촌에 지난 20일 정식 개관했다. 전통 한지문화를 지키고 한지 대중화를 위한 공간이다. 현대에도 한지가 소비될 수 있고 쓰임을 개발해 유통 판로 확장을 돕는 문화산업(비즈니스 시설) 공간으로 조성됐다.

▲‘한지문화산업센터’ 내 한지 벽장에 걸린 지종 200여 종을 설명하는 모습

이에 지난 21일 공간의 기능과 의미ㆍ앞으로의 공간 활용 방향 등을 설명하는 ‘한지문화산업센터’개관 간담회가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태훈 원장을 비롯하여 한지산업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지문화산업센터는 중국과 일본 종이와는 다른, 한국의 종이 ‘한지’의 한국성을 부각시켰다. 공간에서는 국내외 우수한 한지 제조 기술을 가진 전국 20여 개 전통 한지 공방의 한지 샘플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나아가 한지 유통 판매를 도모하는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및 한지 브랜드를 강화 방법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한지 영상 상영 시연 모습

1층 전시공간에는 19개 전통한지 공방과 한지 유통 처가 보유한 400여 종의 지종을 상설 전시한다. 한지 벽장(200여 종)과 중앙 배치 탁자에는 한지 용도와 종류를 지역 공방별로 지역별ㆍ지종별ㆍ용도별로 분류해 샘플 배치했다. 이를 통해 한지의 기초 정보 확인이 가능하며 센터를 찾는 방문객 누구나 손쉽게 한지를 직접 만지고 비교할 수 있다.

▲ 19개 전통한지 공방의 한지 샘플집(한지 미리보기책)

지하 1층의 한지 소통 공간은 한지 자료 아카이빙 공간 조성과 더불어 지역의 한지 생산자와 디자이너와 공예가ㆍ문화 예술 관계자ㆍ지역 자치 단체 및 기업ㆍ교육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향후 한지와 관련된 상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한지 연구공간’은 한지의 현대적인 쓰임을 연구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한지문화산업센터’ 전시 공간

간담회 자리에서 김태훈 공진원장은 “한지는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왔지만 정부 지원은 늦은 편이다. 지금은 한지 사업이 제대로 일어서느냐 자리에 주저앉느냐의 기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전에는 100여 곳이 넘는 한지 공방이 있었는데 현재는 20곳만 남았다.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 조달의 어려움과 외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대체 종이 수입 등의 원인도 있지만, 용처를 개발하지 않으면 산업이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라며 “한지 공간 조성은 늦었지만 한지 문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각 지역의 지종 샘플링

공예디자인융합팀 김지원 팀장은 공간에 대해 “비즈니스 특화 공간으로 전문가나 직접적으로 한지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의 공간을 조성했다. 아카이브 중심으로 세팅했다”라며 “공방을 대표하는 종이와 지속적 생산 가능한 종이의 실태조사를 통해 한지를 공간에 우선 구성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지 자료 저장소

그러면서 “앞으로도 전문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공간을 운영해 나갈 예정이지만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그동안은 한지에 대한 인식 낮았는데, 1층 공간은 전시 공간을 활용해 많은 대중이 한지를 알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한지를 둘러싼 공동체 간의 폭 넓은 교류의 장으로 전문가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지 교육 특화 프로그램과 한지의 쓰임에 대한 조사와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한지 연구공간도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한지 연구공간 전경

백철희 고감한지엔페이퍼 대표는 “수재지는 공방마다 미묘한 차별성을 있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한지의 차별성을 부각시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래서 마케팅 정도와 좋은 거래처 유무에 따라 공방이 운영돼 왔다”라며 “전체 공방들의 한지이 한 공간에 전시되는 공간이 조성 돼 뿌듯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백 대표는 한지 롤스크린을 제작해 전주전통한지의 산업화와 실용화에 기여해 왔다.

김보경  휘데스인터내셔날 대표는 “2002년 사업을 시작하며 정부 부처와의 간담회 자리가 마다 이런 공간의 조성을 언급했는데 센터가 생겨 감개무량하다”라며 “한지에 대해 사람들이 좋다는 말은 많이하지만, 실제로 보고 만지며 써봐야 알 수 있다. 한지의 새로운 쓰임새를 개발해 주지 않으면 수요가 늘어나기 어렵다. 국내 한지에 대한 수요 증가나 인식 제고는 센터를 통해 예전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002년부터 한지를 해외 박물관 등에 유통, 판매하며 한지의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써왔다.

▲'한지' 브랜드화의 일환인 인장

김현식 물나무사진관 대표는 “한지 사용은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전통에서 모티브를 얻고 현대적인 쓰임새를 만드는 것이, 후대들이 한지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라며 “우리 때 한지를 트렌드 화하지 못하면 앞으로 한지의 이용은 더 줄어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진을 인화 할 수 있는 한지를 개발해, 사진을 한지에 인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김현식 물나무사진관 대표가 한지에 인화한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한편 이번 자리에서는 일반인들의 한지에 대한 이해도를 돕는 ‘한지’브랜드가 출시를 알렸다. 브랜드의 스토리 개발을 위해 각 공방들의 전통한지와 이야기를 정리했으며, 인물 캐릭터가 들어간 지역 인장 등으로 대중과 한지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한다.

한지문화산업센터에 대한  자세한 프로그램 운영 계획은 센터 누리집(www.hanji1000.kr)에 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