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아시아 작가 기획展, 사회 구조 속 '가족'의 의미와 형태는?
국현 아시아 작가 기획展, 사회 구조 속 '가족'의 의미와 형태는?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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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展, 8개국 출신 작가 15팀 정체성 고민 시각화
비엔날레 전시 부스 유사...포장마차, 농장, 투자 설명 부스, 뮤직비디오 상영 등

현대로 와 ‘가족’의 형태는 다양한 모습을 띈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다변화된 ‘가족’의 의미를 아시아 현대 미술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에서 찾고, 공공의 장(platform)을 도모하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은 22일부터 시작된다. 기존에 정형화된 ‘가족’의 모습 외에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지닌 ‘가족’을 전시로 풀어냈다. 사회적 연대로‘가족’의 의미를 찾고, 아시아 지역 내 다양한 문제들을 공유한다.

▲이강승(한국) 작가의 ‘미래의 심상들’

국현에서 2017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 2018년 개최한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4.7.~7.8.)展 이 아시아를 지리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비평적 관점을 제시했다면, 이번 전시는 미술관을 공간 연대의 장으로 만들어, 누구나 자유롭게 모여 토론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등 8개국 출신 작가 15팀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 국가, 세계로 확장되어 가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퍼포먼스, 사진, 영상 등 작품뿐 아니라 포장마차, 농장, 투자 설명 부스, 뮤직비디오 상영, 뉴스룸, 라운드테이블 등 워크숍을 통해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구성했다.

▲탄디아 페르마디 작가의 작품

21일 열린 전시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미뤄진 전시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개막식’ 진행과 코로나19로 인해 입국하지 못한 해외의 참여 작가들은 온라인 화상 회의으로 각자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전시를 개최할 계획을 전했다. 

전시기획 배경에 대해 “전시 준비하는 기간 보이지 않는 힘, 사회구조나 제도 안에서 개인을 제한하고 집단적인 사고를 하며 더 노골적으로 개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고민했다”라며 “코로나19로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는 것에 논란이 있는데, 공공 정의 위해 어디까지 개인의 정보가 공개되어야 할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로 인해 비판 여론이 생기는데 이후 어떤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고 고민하며, 지속적인 문제의식 제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라며 “이 모든 것을 함축할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가족을 떠올랐다. 가족의 의미는 다양한데, 가족의 모습은 현재 어떤가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통해 아시아 기반 작가 개인의 목소리 전시로 선보인다.

▲재일교포 정유경 작가의 '이등병의 편지'

전시는 5전시실, 복도 공용 공간, 전시마당, 6전시실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에 따라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이 된다. 먼저 5전시실에서는 집단 가운데 개인의 모습을 탐구하고, 이분법적 논리가 전제된 사회 체계 속에서 제한되는 신체와 정신을 이야기한다.

이강승(한국)은 퀴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석할지를 라운지 형태 서점 ‘미래의 심상들’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치, 상영회 및 드로잉 등으로 그려낸다.

듀킴(Dew Kim, 한국)은 무속신앙의 퍼포먼스에 주목해 퀴어와 젠더,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에 관한 문제의식을 K-POP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보여준다. 재일교포 정유경 작가는 한국, 일본, 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사회 안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병역의 의무를 신작 ‘이등병의 편지’를 통해 고찰했다.

탄디아 페르마디(Tandia Permadi, 인도네시아)는 사진 연작을 통해 가족 안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성역할(gender role)과 자아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니 하오(Ni Hao, 대만)는 뒤엉킨 플라스틱 리코더 조각 작품으로 정규 교육과정 속 서구 제국주의적 인식을 짚었다.

와타나베 아츠시(Atsushi Watanabe, 일본)는 6개월 이상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던 작가 본인의 경험을 콘크리트 집을 허무는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에이사 족슨(Eisa Jocson, 필리핀)은 여성 이주 노동자의 감정 노동을 주제로 한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The Filipino Superwoman Band)의 노래를 관객들이 영상을 보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슈퍼우먼 KTV’ 노래방으로 선보인다.

필리핀 문화예술가 그룹 레스박(RESBAK)과 사우스 호 시우남(South Ho Siu Nam, 홍콩)은 국가로부터 묵인된 폭력에 의한 비극을 사진으로 기록했으며, 아이작 충 와이(Isaac Chong Wai, 홍콩)는 홍콩, 중국 우한, 한국 광주에서 모인 240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퍼포먼스 영상 ‘미래를 향한 하나의 소리‘를 선보인다.

복도 공용 공간 및 전시마당은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작품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찾는 공감과 연대의 출발점으로서 ‘또 다른 가족’을 이야기한다. 필리핀 작가그룹 98B 콜라보레이터리(98B COLLABoratory), 허브 메이크 랩(HUB Make Lab), 칸티나(KANTINA)는 협업프로젝트 ‘투로투로(TURO-TURO, 가르키다/가르치다)’를 통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토론하며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논의와 연대를 제안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Jatiwangi Art Factory)와 한국 작가 그룹 버드나무 가게가 협업한 ‘투자로 가는 길‘은 삶의 기반인 토지를 투자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문을 품고 실제 투자 설명 부스를 세워 관람객과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말레이시아 사바(sabah) 지역의 작은 마을 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협업하는 이 이란(YeeI-Lann)은 지역이 품은 역사적 기억과 모순을 전통공예를 기반으로 한 대형 직조작업으로 재현했으며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FDSC뉴스'를 선보인다.

▲'FDSC뉴스' 작품

6전시실의 왕 투오(Wang Tuo, 중국)의 영상 작품 ‘강박’을 선보인다. 최면에 걸린 건축가의 시점으로 베이징 중심에 위치한 1950년대 건물의 역사를 더듬어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진 신념에 대한 허무함을 그려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족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라며 ”아시아 각국에서 참여한 작가들의 독특한 발언들이 전시장을 채울 것으로 기대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학예연구실장으로 임용된 김준기 실장

한편 이번 간담회 자리에서는 지난 15일 학예연구실장으로 임용된 김준기 실장이 인사를 전했다. 김 실장은 “학예실장은 관장과 학예사, 미술관과 미술계 사이에서 매개자 역할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국현 서울관에서 오는 8월 23일 까지 이어지는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현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