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문학 알고리즘 톺아보기]깡팸 신화로 본 동시대 광장문화
[청년, 인문학 알고리즘 톺아보기]깡팸 신화로 본 동시대 광장문화
  • 윤지수 미술(문화)비평가/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 승인 2020.05.26 23: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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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1992년 생)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를 나와 동양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특히, 동시대 문화 현상과 변화에 대한 관심이 많고 미술, 과학, 역사를 포함한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 관해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코로나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2월까지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개관 50주년 기념전을 가졌다.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전시 제목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근현대사는‘광장’을 중심으로 한 저항과 투쟁의 역사가 반복되었다. 따라서 광장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동시에 특정한 물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광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서울시청 앞의 서울광장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광장은 더는 특정한 물리적 공간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더 이상 광장은 물리적이지 않고 특정한 공간을 상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물리적인 공간인 동시에, 플랫폼의 형태를 띠는 모든 비물리적 공간을 포괄한다. 이 비물리적 공간은 인터넷 공간에서 수없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왔다. 또한,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유대관계가 또 다른 광장을 파생시키기도 한다. 코로나 19 범유행(Pandemic)이 선언된 이후 물리적인 광장은 더더욱 많이 사라졌다.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과 물리적인 유대관계는 줄어들었고, 끊어졌다. 그러면서 비물리적인 광장이 이를 대체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유튜브이다. 오늘날 광장의 특징 중 한 가지는 AI의 한 형태인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의 역할이 우리를 광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머신 러닝은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던져준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를 통해 쇼핑하기 위한 정보를 검색하면, 머신 러닝은 그 정보를 학습하여 우리에게 쇼핑사이트를 추천해주거나 관련된 상품을 팝업창으로 띄워준다.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같은 형태로 사람들에게 추천 영상을 띄워주는 것이다.

비의‘깡팸 신화(비의 노래 <깡>을 즐겨 듣고 하루에 한 번 깡을 춘다는 1일 1깡 이상을 실천하는 무리, 깡 패밀리의 줄임말)’ 또한 유튜브의 알고리즘 기능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2017년 12월에 발매된 비의 노래‘깡’은 2년이 지나서야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곡이 발표되었을 때는 트렌드에 뒤처지는 노래와 연출로 인해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이 노래와 연출, 그리고 뮤직비디오와 안무를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에서 비판과 조롱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이를 패러디하는 영상이 제작되어 또 다른 유튜브 비디오로 게재되는 쪽으로 전개됐다. 깡을 비판과 조롱하며,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1일 1깡’, ‘깡 챌린지’, ‘깡팸’이라는 새로운 신조어와 활동을 만들어냈고, 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필자는 비의 깡팸 신화를 통해 새로운 광장문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먼저, 깡팸 신화는 대중이 사라져가고 있는 동시대의 특징적인 현상을 반영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기업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그의 책 『이상한 놈이 온다We all weird』에서‘대중’을‘튀지 않으며, 다수에 쉽게 접근하여 편안함과 생존을 모색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또한 과거의 대중은 모든 그룹의 평균값을 상징했고, 기업은 대중을 위한 표준화된 물건을 생산해내며 돈을 벌었지만, 동시대는 대중이 사라지고 수많은 변종의 그룹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튀고 변종이라고 여겨지는 문화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하나씩 생겨나고, AI의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유입시킨다. 여기에 합세한 사람들은 이 문화를 소비하고 홍보하며 그 집단을 계속 키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깡’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여 당시에는 대중적인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이를 비판하고 희화화하는 변종 문화가 생겨나면서 2년 후에야 비로소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이 문화를 무한정 지지하고 소비하며 계속해서 연관된 문화를 만들어내는‘깡팸’이라는 무리 때문에 더욱 공고해졌다. 저자는 책에서‘변종이 점점 늘어날수록 변종은 정상이 되어간다.’라고 말한다. 비의‘깡팸’ 문화는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 중 하나인 MBC의 메인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큰 방송인 유재석 씨에 의해 이야기되었다는 것은 변종 문화가 정상적인 문화로 탈바꿈 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깡팸 문화는 광장이 대중들을 위한 공간에서 탈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개인의 의견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광장을 파생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화에 유입되어 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유튜브 플랫폼의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는데, 이 댓글 문화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깡과 관련되어 만들어진 영상들을 감상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음은 물론이다. 이는 댓글이 궁금해서 계속 찾아온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비 또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요새는 예능을 보는 것보다 댓글을 읽은 것이 더 재미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는 오늘날의 광장문화를 만들고 파생시키는,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의 말과 행동의 중요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늘 나는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가? 매일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개개인은 더는 대중을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이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이번 호부터 ‘청년, 미술 알고리즘 톺아보기’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 윤지수 씨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를 졸업하고 동양학 공부를 위해 네델란드 유학을 앞두고 있는 청년 미술비평가이자 문화비평가입니다. 그동안 김동유의 <시진핑(마오쩌둥)> 읽기.2019./<귀국박스>(2008), <비념>(2013),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7)을 통해 알 수 있는 임흥순 작가의 역사 서술 방식 해독.2018./감각의 역사 안에서 이탈리아 미래주의 요리 운동이 위치한 지점 탐구.2018. 등 다수의 비평문을 써 왔습니다. 2014년도부터 2019년 1월까지 서울아트가이드 온라인 (Seoul Art Guide / 달진닷컴)에 ‘윤지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미술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역사, 과학의 현장을 인문학적 통찰로 녹여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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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희 2020-06-04 14:25:01
내용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