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프리뷰]80년대 ‘광주정신’조명, 민주주의 과거-동시대 작품으로
[전시프리뷰]80년대 ‘광주정신’조명, 민주주의 과거-동시대 작품으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5.29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달 3일~7월 5일까지, 광주비엔날레 다국적 프로젝트 'MaytoDay-민주주의의 봄展'

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이다. 광주 지역의 예향(藝鄕)을 이으면서도 1980년 5월의 아픔을 문화예술로 치유하고자 설립된 (재)광주비엔날레는 올해를 기념하고, 광주정신의 동시대성 탐색을 위한 기획전을 개최한다.

다국적 특별 전시 프로젝트 ‘MaytoDay(메이투데이)’로 광주비엔날레가 2년에 걸쳐 선보이는 ‘민주주의의 봄’ 전시다. 역대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ㆍ5.18민주화운동 기념 전시에서 소개됐던 작품ㆍ당대 아카이브 자료ㆍ목판화까지 아우른다. 전시된 작품을 통해 1980년 5월 이후 40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민주주의의 또 다른 표현인 ‘광주정신’을 재조명한다.

이 중 판화展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시가 잠정 연기됨에 따라, 서울 아트선재센터와 인사동 나무아트 두 장소에서 열린다. 5개국의 작가 및 연구자 26명(팀)이 참여하며 출품작은 약 19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내달 3일 개막해 7월 5일까지 이어진다.

▲기획자 우테 메타 바우어(Ute Meta Bauer)가 전시에 대해 ‘민주주의의 봄’ 전시를 설명하는 모습

전시 개막을 앞두고, 지난 28일 아트선재센터는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전시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서울 전시를 기획한 독일 출신 기획자 우테 메타 바우어(Ute Meta Bauer)는 코로나19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해, 싱가포르에서 화상 통화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수차례 광주를 방문했던 일화를 밝히며, 5·18민주화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항상 만들어지는 과정이며, 주어지거나 멈춰져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것이다”라며 민주주의의 동시대성을 역설했다.

전시 구성에 대해 “아트선재센터 3층 전시장은 과거로 돌아가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다양한 세대의 작업 및 동시대 작업ㆍ언론 보도에 된 사진자료 등으로 구성된다. 공간을 어둡게 구성했고, 전시 작품을 바닥에서 떠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3층 전시장 전시 작품

2층 전시공간은 “전시장은 밝은 공간에 아카이브적인 자료를 구성했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는지 당시 운동과 경험 이후의 상황을 전했다. 5.18에 관련된 집단적 기억을 보여줌으로써 대중에게 보이지 않던 부분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광주가 남긴 기억들과 지금도 유효한 민주주의 정신에 집중했다. 또한 광주시와 전시를 상징하는 오렌지 색에 대해 “민주주의를 주제로 희망을 의미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시 주제 ‘MaytoDay’는 5월(May)과 일상 혹은 하루(Day)를 의미하는 두 단어를 더한 것이다. 1980년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을 오늘(today)로 재배치하고자 한다. 광장이나 거리 등 일상적 공간에서 촉발된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잊히고 기록되기를 반복한 개인의 역사들을 복원한다. 오늘의 초국가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전시 주제 ‘민주주의의 봄’은 “김준태 시인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민주주의의 봄’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통해 아시아 최초의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에서 발표된 주요 작품들을 재조명했다”라고 밝혔다.

▲3층 전시장

전시에는 민중미술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강연균ㆍ오형근ㆍ임민욱 작가를 비롯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06년 제6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오형근 작가가 선보였던 ‘광주이야기’ 연작과 보도사진들과 배치해 재현과 실재의 경계를 허물었다. 또한 2002년에 출품작인 가상의 영화 ‘광주탈출’영화 포스터와 회화를 전시했던 박태규 작가의 작품을 새롭게 제작했으며, 제10회 광주비엔날레(2014)의 개막식 생중계 퍼포먼스로 공개되며, 역사의 비극을 목도하게 했던 임민욱 작가의 기록 영상도 공개될 예정이다.

2층의 전시공간은 구 전남도청 광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구성됐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들을 엮어 현재의 시점으로 재구성됐다. 1980년 광주의 실상을 세계로 알리는 도화선인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 자료ㆍ5·18민주화운동에 개입한 당시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를 최초로 폭로한 미국 기자 팀 셔록의 아카이브 문서를 통해, 관람객이 당시 역사 현장의 기록들을 직접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층 아카이브 전시 전경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이들이 묻힌 광주 옛 묘역의 영정사진들을 선보인다.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잊히고 또 기억되는지 관객에게 묻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백승우 작가의 ‘연상기억법(2018.9.7.-11.11)’은 구 국군광주병원의 현재의 이미지를 아카이브로 구축했다.

한편 목판화 전문가인 김진하 나무아트 관장은 목판화 섹션인 ‘항쟁의 증언’을 큐레이션 했다. 조진호ㆍ한희원 작가의 목판화를 통해 민주화운동을 증언한다. 격변의 시대에 ‘항쟁의 증언’으로 역사와 민주주의 정신을 기록해온 ‘목판화’를 통해 당시 상활을 생생하게 전한다. 나무아트의 전시는 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김진하 나무아트 관장은 전시에 대해 “5·18민주화운동의 내용을 담은 광주 목판화가 서울에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80년대 목판화의 의미를 전시를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동시대의 혁명적 시각 기제이자 핵심적 미디어로 작동했던 목판화를 중심으로 격동기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김진하 나무아트 관장이 목판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다수의 광주지역 작가들이 참여해 5·18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된 다양한 예술적 시선들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 해 부터 본격 착수된 ‘메이투데이’는 코로나19 펜데믹 현상으로 한국과 대만, 독일, 아르헨티나에서 5월부터 6월에 걸쳐 동시에 개최하고자 했던 당초의 계획을 조정해 진행한다.

황 치엔훙(Huang Chien-Hung) 타이베이예술대학 조교수가 기획을 맡은 타이베이(대만)의 전시 ‘오-월 공감: 민주중적 증류’(May Co-sensus: Demo-stream in Democracy)는 예정대로 5월 1일 개막하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최빛나 큐레이터가 기획, 광주시민학교의 형식과 내용을 차용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광주시간’(Gwangju Lessons)은 일정을 변경해 오는 7월 3일부터 9월 27일까지 쾰른의 세계 예술 아카데미(Akademie der Künste der Welt)에서 열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에서 열리기로 한 ‘미래의 신화’(Myths of the Near Future)는 현지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지켜보고 일정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광주정신’의 동시대성을 이야기하게 될 ‘메이투데이’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maytoday.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