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세상 위에서 줄을 타는 방법
[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세상 위에서 줄을 타는 방법
  • 윤영채/밀레니엄 키즈
  • 승인 2020.06.02 0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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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채(2000년 생) 21살의 카페 부사장이자 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입 삼수생이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존 말코비치 되기’, 좋아하는 책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다. 좌우명은 ‘마음먹기 나름!’, 훗날 떠나게 될 마다가스카르 여행에서의 설렘을 미리 기대하며 살고 있다.
윤영채(2000년 생) 21살의 카페 부사장이자 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입 삼수생이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존 말코비치 되기’, 좋아하는 책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다. 좌우명은 ‘마음먹기 나름!’, 훗날 떠나게 될 마다가스카르 여행에서의 설렘을 미리 기대하며 살고 있다.

이 눈딱가리들아. 이 한심한 생물체들아. 이 거짓부렁 사기꾼들아. 이 허풍쟁이들아. 가치 없는 작자들아. 아, 망나니 같은 작자들아. 구더기 같은 작자들아.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작자들아.

글의 시작부터 욕을 적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는 페터 한트케(Peter Handke)의 도발적인 희곡 ‘관객 모독(Publikumsbeschimpfung)’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욕은 우리를 더 가깝게 하고 집중하게 하며, 몸을 경직되게 한다고 한다.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이 조금은 집중하고 긴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뒤에 나올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언급하기 위해 잠시 페터의 글을 빌려왔다.

분명 우리는 어디선가 이런 욕을 들어봤을 것이다. 반면 집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학교에서는 성실하고 겸손하며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칭찬도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는 망나니와 좋은 사람 그사이의 어디쯤이란 말인가.

잠시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다.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을 베풀지만,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는 인성의 바닥을 보여주기도 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나를 향한 평가는 두 가지다.

유쾌하고 남을 챙길 줄 아는 친절한 영채 씨, 그리고 이따금 씩 분위기를 망치며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불편한 영채 씨. 이 모든 평가가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여보기도 한다. 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도, 과거에 누군가에게 고의로 상처를 줬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내가 정말 구더기 그 이하의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구더기와 좋은 사람 그사이. 나는 그사이의 어디 즈음에 있는 걸까.

이쯤에서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입을 닫기로 했다. 나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가 똥파리보다 못한 사람이었다가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페터 한트케는 책에서 비슷한 말을 던지고 뒤집기를 반복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이란 정말 모호한 것이구나. 그래서 우리는 결국 이 정의할 수 없는 세상을 등에 지고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이로구나.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자신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이 우주에서, 매일 아침 쏟아지는 뉴스와 각종 견해 그리고 타인을 평가하는 시선으로부터 우리는 자신만의 중심을 잡아가며 살아가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 버러지 같은 놈아.’라는 욕을 듣는다면,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살아있는 쓸모있는 ‘나’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욕을 한 그는 내면에 아름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중심을 잡고서 한발 한발 내일로 향하는 줄을 타고 건너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한다.

아빠는 언제나 ‘물’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을, 물의 표면처럼 언제나 평평한 평정심을, 수많은 생명을 품는 포용력과 자연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를 가지길 바라신다. 이전의 나는 악에 가까운 인간이었지만, 지난날의 치우친 삶에서 벗어나 다시금 균형을 잡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가슴에 ‘물’을 새기고 천천히 마음을 돌아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진 않은지 혹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면서 산다. 이것이 내가 이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을 사는 방식이고, 아슬아슬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삶의 외줄을 건너는 과정이다.

*‘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의 필자 윤영채 씨는 밀레니엄 세대로, 영화학도를 꿈꾸며 부단히 노력해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삼수생' 청년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청춘들의 좌절과 극복과정을 윤영채 씨의 '톡톡 튀는'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담담히 내 보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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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희 2020-06-04 14:28:38
이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