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미술품 고치는 의사, '보존과학자'의 일상 어떨까?
병든 미술품 고치는 의사, '보존과학자'의 일상 어떨까?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6.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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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展, 10월 초까지
'학예사 투어' 영상 내달 2일 공개...보존과학자 일상 인문학적 시각 풀어

미술관은 미술품의 수집ㆍ전시ㆍ보존·복원을 목적을 세워진 기관이다. 그동안 미술관의 주요 업무는 미술품의 수집ㆍ전시만이 집중 부각돼 왔다.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을 전시 소재로 삼아, 미술관의 드러나지 않던 업무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로 오는 10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 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청주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해 수장-연구-보존-전시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 입체화의 일환이다.

▲500여 종의 다양한 안료 설치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라는 전시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한다.

보존과학자를 전시의 한 축으로 하는 전시다.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보존과학에 접근한다. 기획자가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접근해 풀어낸 다는 점에서 특별한 시사점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를 통해 작가와 작품, 관객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보존·복원을 수행하는 한 인물의 일상과 고민 등을 시각화한다.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이라는 측면에 집중해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다.

전시는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해 ‘상처와 마주한 C’ㆍ‘C의 도구’ㆍ‘시간을 쌓는 C’ㆍ‘C의 고민’ㆍ‘C의 서재’라는 5개 주제로 구성됐다.

▲권진규, 〈여인좌상〉, 연도미상-보존과정 영상(사진=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상처와 마주한 C’에서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공간는 기계음, 파열음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C의 도구’에서는 실제 사용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분석 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함께 전시해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작가 김지수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체취를 유리병에 담아 설치했다. 시각적 설치 효과로 보존과학실의 냄새를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정호 작가는 보존과학실의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보존과학자의 초상을 사진 속에 박제해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 과학자를 인식하게 한다. 주재범 작가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소개한다. 경계가 분명한 픽셀을 활용해 시간과 시간을 오가며 작품을 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준다.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2020) 설치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또한‘C의 도구’에서는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ㆍ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되어 보존과학자의 현실도 보여준다.  한국 근ㆍ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해 1920~80년대 흰색 안료의 성분 변화를 추적한 분석 그래프와 제조사에 따라 물감의 화학적 특성이 다름을 시각화한 3차원 그래프는 보존과학에 있어 ‘과학’의 영역을 보여준다. 또한 자외선ㆍ적외선ㆍX선 등을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야외전시로 인해 표면의 변색과 박락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이서지(1934-2011), 육명심, 전상범(1926-1999) 등 작품 분야별 보존·복원에 관한 기록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C의 고민’에서는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 한다.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의 복원 문제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수용 문제를 다룬다.

특히 우종덕 작가는 최근 이슈가 되어온 백남준 作 《다다익선》(1988)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한 사람의 보존과학자가 복원을 수행하기까지 고민하며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시각화 했다.

▲제로랩, 〈C의 서재〉(2020) 설치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청주)

‘C의 서재’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을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연구 공간이다.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과 미술ㆍ과학 도서 등 아카이브 자료를 배치한 공간이다. 보존과학자로서의 일과 삶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다.

한편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전시를 만날 수 있으며, 녹화 중계는 내달 2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덕수궁 3관은 휴관중이지만, 청주는 미술관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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