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ㆍ유근택 호형호제하는 두 예술가 만남, 그들이 보는 풍경은?
강홍구ㆍ유근택 호형호제하는 두 예술가 만남, 그들이 보는 풍경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6.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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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갤러리 2인전, 상상력을 가득한 화면 속 풍경...익숙하지만 낯선 기억

“강홍구 작가의 작품 ‘미키네 집-구름’이, 유근택 작가 작품 ‘풍덩!’ 속에 그려져 있어요”

전시장 중앙에는 두 작가가 맞바꾼 강홍구의 ‘미키네 집-구름’과 유근택의 ‘A Scene-대화’ 두 작품이 마주 보며 걸려있다. ‘미키네 집-구름’ 옆에는 시선을 끌어 잡는 노란색 배경색, 유근택 작가의 작품 ‘풍덩’이 전시돼 있다. 전혀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표현된 두 작가의 작업이 한 공간에 걸렸다. 그러나 오묘하게 닮아 있다. 그들의 작품에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위트가 담겨있다.

▲강홍구 작가가 유근택 작가 작품과 맞바꾼 작품 ‘미키네 집-구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두 작가에 관심은 ‘집’과 ‘일상의 풍경’에 맞춰있다. 강홍구 작가는 작업에 대해 "재개발로 폐허가 된 현장에 관심을 두고,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사방에 재개발이 이뤄지고 폐허가 생기고 통째로 마을 자체가 없어져도 무감각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집’을 일종의 애증의 대상으로 본다. 반지하 어려운 생활부터 비교적 먹고 살 만해졌다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34번의 이사를 할 정도로 강 작가는 이사를 많이 했다. 일상생활에서 떨어질 수 없는 안 될 공간, 더욱 안락한 공간이길 희망하는 일종의 욕망과 희망의 감정이 아우러진 대상이 ‘집’인 것이다.

▲누크갤러리 2인전의 주인공 유근택,강홍구 작가  

그럼에도 대부분의 우리는 주거공간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개발로 인해 도시 풍경이 사라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일상의 변화에 무감각하게 살아왔다. 작가는 이제는 사라진 풍경을 사진이란 장치를 활용해 기록하고 기억한다. 삼성역 근처ㆍ은평구ㆍ부산 산동네, 감천동ㆍ북한산 등 재개발 지역 혹은 그린벨트를 사진 혹은 사진과 이미지로 보여준다.

강 작가는 “작품 속 안개가 낀 풍경이 신비로워 보이지만, 지금 남아있는 장소는 한 군데도 없다. 이젠 돌아갈 수도 없는 공간이다”라며 “내 작품 속 모습은 재개발 지역이라 집이 철거되고, 잡초가 무성해져서 작품 속 분위기는 로맨틱(?) 해 보인다. 참 기이한 광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다 아파트가 세워졌다. 사람들은 새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 외에 관심이 없다"라며 시사점을 드러냈다. 평화로운 일상 속 풍경, 언덕 위 우뚝 서있는 한 채 집 유토피아적인 공간, 상상 속에 각인된 지점을 작품으로 보여주지만 이제는 사라진 풍경이다. 작가는 현재를 사는 모두에게 유효한 묵직한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위트 있게 표현한 셈이다.

▲누크갤러리 2인전의 주인공 유근택, 강홍구 작가

유근택 작가의 작품 ‘풍덩’의 배경은 아파트 내부다. 작품에 대해 유 작가는 “아침에 일어나 이불에 햇살에 비친 장면이 땅과 바다, 물결 같기도 하다”라며 “이불 속에 풍덩 빠지는 것처럼, 징글징글한 세계, 일상의 바다로 다시 빠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업 배경에 대해 “홍수로 사물들 떠오르거나 담기게 되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참 기묘한 풍경이다. ‘풍덩’은 땅으로 떨어졌을 때 일상이라고 하는, 바다에 풍덩 빠진 뉘앙스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 배경은 작가가 실제 생활하는 집의 모습, 잠자고 일어나는 침대 등 일상의 풍경이 담겨있다.

특히 전시에는 유근택 작가가 지난해 베를린에서 한 달간 레지던시 생활을 하며 작업한 일기와 같은 일상의 풍경, 자화상 등을 포함하는 '베를린 풍경'시리즈도 선보인다. 유 작가는 “이번 작품 속에는 베를린에만 있는 ‘과일’을 많이 그렸다. 베를린의 과일은 낯선 도시에 있는 나의 모습, 이민족들의 표정과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레지던시를 다녀온 소회에 대해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베를린에 머물렀다. 한국 작업실에서 스스로가 무뎌질 때, 의식적인 나를 풀어낼 수 있는 장치가 됐다. 낮선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와 내가 부딪히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회화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베를린에서 작업한 '베를린 풍경'시리즈에 대해 설명하는 유근택 작가 모습

누크갤러리 조정란 관장은 “두 작가는 기존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에 궁금증을 갖고 일상을 탐구하는 작가들이다”라며 “강홍구 작가는 사진ㆍ드로잉ㆍ영상까지 하는 작가고, 유근택 작가는 동양화가지만 다들 서양화인 줄 알 정도로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추구한다. 두 작가의 작품에는 유머와 위트가 있다. 일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전시가 기획됐다”라고 전했다.

한편 누크갤러리는 2013년 개관된 이후, 그동안 2인 전으로 평면작업과 입체작업을 함께 선보였다. 최근에는 페인팅-페인팅 작업을 하는 2인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삼청동에서 평창동으로 이전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12일까지 이어지며,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02-732-7241와 nookgallery1@gmail.com으로 하면 된다. 블로그를(http://blog.naver.com/jrcho80) 통해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