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전 산업 활동 금지 요구, 문화예술 유일”…전국 문화예술인 '컬쳐 사이다' 열어
[핫 이슈]“전 산업 활동 금지 요구, 문화예술 유일”…전국 문화예술인 '컬쳐 사이다' 열어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6.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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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 올해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 2,500여 건
현장 문화예술인 “정부의 ‘영상 사업화’ 등 재난마케팅, 부적절한 대응”
'카르텔 타파, 4차문화산업사회 작동요구 성명서' 발표

수도권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수도권 소재 국립문화예술시설의 휴관 연장이 결정됐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도권 지역 공공시설 운영 중단 결정에 따라,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시행된 10개 소속 박물관·미술관·도서관과 4개 국립공연기관의 휴관, 국립극단 등 7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중단을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예술시설 재개관 및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재개 시점은 미정인 상태다.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현장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남정숙 문화기획자 발언 모습

그 시각 대학로에서는 문화예술 현안을 주제로 문화예술인들의 긴급 대담이 진행됐다. 지난 12일 오후 혜화동 극장에서 진행된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는 현장 문화예술인들과 남정숙 문화기획자가, 국가 문화예술 정책의 혁신을 요구하는 주체적인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다. 

남정숙 문화기획자는 이날 자리에서 “팬데믹 고통을 극복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숨죽이고 있으나, 국가는 문화예술인들의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그 어떤 산업도 문화예술처럼 전 산업 활동을 금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김정태(설장구) 공연 모습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김정태(설장구) 공연 모습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지난 3월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2,500여 건에 이른다. 피해액은 약 600억여 원에 이르고, 예술인 10명 중 9명은 전년 대비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1,614건), 경북(156건), 부산(150건) 등의 순이다. 또한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할 경우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지인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예술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 실업 상태를 인내했고, 구직과 생업을 포기했다. 문화예술 생태계는 멈추었고 창작활동을 해야 하는 예술인들은 지원금으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문진수(진쇠춤) 공연 모습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문진수(진쇠춤) 공연 모습

모임에 참여한 현장 문화예술인들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터졌는데, 문화정책 라인에서는 문화예술의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재난 결과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영상 사업화’ 등 재난마케팅을 주장하며 문제해결의 핵심을 비껴가고 문화예술인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라며 “단지 코로나19 등의 일시적 문제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정책 전반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문제 중 하나로, 해당 지역을 책임지는 문화예술 기관장, 문화예술 정책 결정자 등이 비문화 예술인들로 구성되는 것을 꼽았다. 문화예술재단 및 단체에 전문성을 가진 문화예술인들이 배제되는 역 고용이 상습적으로 용인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문화예술 기관장은 문화예술인들 스스로 추천할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양향진(광양북춤) 공연 모습
▲ ‘공연과 토론이 있는 문화예술인의 속 풀이 쇼-컬쳐 사이다’ 양향진(광양북춤) 공연 모습

현대무용가 A 씨가 속한 대구시립무용단은 유일하게 상임 단원을 두고 월급제를 시행하는 국공립 현대무용단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시즌 단원을 운영 중이다. 그는 “국공립 중 유일하게 상임 단원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적은 임금, 예술 감독 월권에 따른 단 이곳의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중앙·지방정부의 문화재단과 예술단, 학교, 방과 후 학교 등 고용시장 자체가 작다. 더군다나 작은 고용시장 내에서도 국립오페라단에는 소속 오페라 가수가 없으며, 국립현대무용단에는 국립현대무용가가 없는 등 국가 예술단체조차 예술가들의 고용을 막고 있다. 현장 예술인들은 “‘국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기관조차 정규직 고용을 막고 민간예술단에 외주를 주고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참석자들의 즉석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참석자들의 현장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성악가 B 씨는 “올해 1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모여 ‘광주성악가협회’를 창립했다. 협회를 만든 이유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라며 ”하나의 단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 과정이 무색할 만큼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자의 입장과 사정으로 문제를 인식하고도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누군가가 고쳐주길 바라기보단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전국 각지의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발언 및 토론과 더불어 성명서 발표, 광양버꾸명인 양향진의 광양북춤, 김정태의 설장구, 문진수의 문진수류 진쇠춤 등 공연이 함께 진행되어 모임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좌석 띄어 앉기,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