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파랑은 귀신집, 빨강은 정육점?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파랑은 귀신집, 빨강은 정육점?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0.06.18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작품 속에서 청색광을 자주 사용하는 라이트 아티스트 Yann Kersale는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색을 선택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가 디자인한 남프랑스 마르세이유 올드포트는 청색광이 드리워진 바다와 구도심의 주황색 나트륨 광원의 빛의 아름다운 대비가 야경을 물들여 그 깊이와 신비함을 더한다.

노르웨이의 자연사박물관의 고래 전시관을 청색광으로 채운 건축가 Erik Selmer는 이 계획을 위해 많은 설명을 해야만 했는데 실제 그가 방을 청색으로 비추었을 때 주광에 의해 비추어지던 고래의 뼈가 청색광에 의해 형성된 낮은 조도로 보다 관찰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고 관람자에게 푸른바다에 대한 상상력까지 가능하게 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노르웨이 베르겐과 오슬로 사이의 Laerdal 터널 (2000)에서 노르웨이의 파란 하늘에서 영감을 받은 청색광과 더불어 여명이 밝아올 무렵의 노란색 빛을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서 24.5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시각적인 지루함을 해소하고, 자연에서 시각적으로 익숙하게 경험하는 에너지를 갖도록 계획하여 사고를 줄이는 결과를 얻어냈다. 

도시의 야간경관에 있어서 청색광의 효과를 가장 강력하게 이끌어낸 프로젝트는 영국의 조명디자이너 스피어스가 계획한 Buchanan street, Glasgow일 것이다. 그는 새로이 조성되는 도시의 공간이 전체적으로 일률적인 노란색 빛으로 채워져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지는 것을 피하고자 하얗게 비추어지고 있는 건축물로부터 보행로를 분리하기 위한 청색광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청색은 스코트랜드 국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낮은 조도에서도 청색광 스펙트럼 속의 사물을 선명하게 인식하는 우리 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미 의학계에서는 많은 연구를 통하여 청색광이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 뇌 세포가 청색 파장에 가장 민감하여 잠들기 전 모바일 폰이나 모니터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불면의 원인이 된다 - 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청색광에 의해 독특하고 매력적인 도시의 이미지가 만들어 지거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경계심을 증가시켜 사고를 예방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많은 뇌과학자나 심리학자들이 빛 -밝기, 채도, 색조-가 우리에게 육체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특정의 색이 어떤 효과를 가져온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청색광과는 반대로 적색 (혹은 황색) 광은 치유의 빛으로 주로 이용된다. 실제로 적색광은 청색광의 스펙트럼으로부터 가장 멀리 나타나며 우리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색조로,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켜 밤에 수면을 취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야간근무자들의 공간에 적생광원을 권하거나 불면증 환자들에게 적색광치료 (red light therpy)를 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것이며 외국의 색채에 대한 자료를 보면 적색광을 로맨틱, 정열, 치유의 색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처음 서울로에 갤럭시 블루가 제안되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청색광에 대한 인식은 죽음, 귀신, 음산함이라며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배했었던 기억이 있다. 서울시 야간경관에 대한 심의기구인 좋은빛 위원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파란빛은 안된다는 의견과 함께 색에 대한 편견일 뿐이며 계획자가 의도한 대로 빛의 파편으로 가득한 도심 속에 상상속의 갤럭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누구라도 지적하면 바로 조명의 색을 바꿀 수 있도록 RGBW광원을 비겁하게 숨기고 지금의 갤럭시 블루는 자연스럽게 서울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여의도의 파크원 프로젝트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건물 입면의 빨간색 기둥이, 그리고 밤에 그 빨간색 기둥에 들어오는 빨간색 조명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사람이 주인인 건물인가 혹은 아직 칠하지 않은 건물인가 등등..

이 건물을 계획한 Richard Rogers는 파리의 퐁피두센터, 런던의 밀레니엄 돔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건축 구조가 기술적, 시각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동시에 전체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지배하게 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퐁피두센터의 파랑, 빨강 녹색, 밀레니엄 돔의 노랑, 마드리드 공항의 노랑, 바르셀로나 라스 아레나의 빨강.. 이 색들이 입혀진 건축요소의 공통점은 건축의 주인공, 구조체로 원색으로 칠해져 강조되고, 외부에 노출되어 건축물이 위치한 도시에 활력을 준다.

파크원의 입면을 수직으로 지탱하는 빨간색 기둥은 우리나라 전통의 오방색 중 선택된 색상이며 도시의 에너지가 가득 하기를 바라며 칠해진 빨간 기둥은 해진 뒤에 빨간색 조명을 입어 그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빛의 색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결론은 단호하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나의 생각, 편견이 내 안에, 우리 이웃 안에 나아가 우리 도시 안에 영향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럽 도시에서나 보았던 선명한 색들이 우리 서울에도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갖게 되는 시작일 것이다. 서울로의 갤럭시 블루와 같이 서울에 처음 들어오는 낯선 색의 빛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편견없이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