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전통과 세계화 사이 균형 지킬 것”
[Special Interview]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전통과 세계화 사이 균형 지킬 것”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6.1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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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대중 사이 좁히는 노력 지속할 것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선발 과정 TV 통해 매주 소개 희망

미국 문학의 거장 마크 트웨인은 고전을 “누구나 읽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아무도 읽으려 하지 않는 이야기(A classic is something that everybody wants to have read and nobody wants to read meaning)”라 정의했다.

지나온 시간만큼 고전의 표지는 무거워 쉽게 들출 수 없지만, 그 책장은 항상 넘어가고 있다.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는 완전무결하거나 우월해서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는 생명력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고전은 문학만이 아닌, 역사가 담은 모든 것을 뜻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온고(溫故)를 바탕으로 지신(知新)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옛것과 새것을 분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사실 불가분의 관계다. 옛것이라는 이름의 뿌리가 단단히 박혀있어야만, 새것이라는 가지에 잎이 더욱 푸른빛을 낼 수 있다.

▲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인터뷰 모습
▲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인터뷰 모습

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은 방송국 PD로 시작해 교단과 여러 연구기관을 거쳐 다시 방송 현장으로 돌아왔다. 35년간 제자들을 가르치며 90여 편의 학술 논문을 썼으며, 지난해 한양대(국악과)에서 정년퇴임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93~’07)에 14년 간 몸 담으며 연구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했다. 저서로는 ‘경성방송국 국악방송곡목록’, ‘가곡 연창형식의 역사적 전개양상’, ‘북녘땅 우리소리 : 악보자료집’, ‘창덕궁 깊이 읽기’, ‘국악개론’ 등이 있다. 아울러 현재 전통예능 부문 무형문화재 위원(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중은 전통문화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거의 한 세기를 보냈다. 그리고 김영운 사장은 대중의 기호에 부응하는 것과 대중을 전통 쪽으로 끌어당기는 구심점 역할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지난 12월 출범한 국악방송TV는 음악을 중심으로 예술과 문화 전반을 다루며 전통의 중심적 역할을 자처했다. 이들은 영상매체의 장점을 활용해 방송의 콘텐츠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음악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방송,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즐기는 방송, 특정 시청 층을 겨냥하는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악방송TV 개국식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해 12월 국악방송TV 개국식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

쓴 약을 바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설탕을 바른 약을 건네듯 국악의 대중화, 월드뮤직, 크로스오버, 퓨전 등의 음악들이 당의정(糖衣錠)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설탕이 벗겨진 약을 공급하기 전에, 대중 국악이 먼저 설탕 덩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가지고 있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는 말처럼 퓨전, 크로스오버와 같은 작업은 정체성에 접근성을 더하며 새로운 탄생을 거듭하고 있다. 

개국 6개월 차에 국악방송TV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서울 돈화문 국악당 ‘운당여관음악회’, 국립국악원 ‘사랑방 중계’ 등 현 상황에 맞는 중계방송, 예술인들을 위한 무대 마련 등 예술가와 청중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김영운 사장을 국악방송TV 사장실에서 만나 국악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2월 국악방송TV가 개국한 이후로 6개월이 되어간다. 현재까지의 진행 사항은?
여러 IPTV 채널 가운데 현재는 KT에서만 송출이 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통신사 가입자들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아직 시청률이 높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6월 중으로 LG U+와 LG헬로비젼으로도 방송예정이다. 더 많은 분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채널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구성상으로는 현재 몇몇 특징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다.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얻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프로그램 하나로 이룰 수는 없다. 그 때문에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방송,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즐기는 방송, 그리고 때로는 특정 시‧청취자를 위한 방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악방송TV ‘국악in(人)’ 방송 캡쳐
▲국악방송TV 국악in(人) 프로젝트 앙상블 ‘련’ 공연 모습

개국 이후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문화예술 분야의 모든 공연이 멈춘 상태다. 이러한 상황이 국악방송TV에 불러온 변화는?
예술가들과 청중이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매체가 기여할 부분은 꽤 크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서로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3월 중순이 지나면서부터는 온라인 무관중 공연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서울 돈화문 국악당 ‘운당여관음악회’, 국립국악원 ‘사랑방 중계’ 등으로 현 시류에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 방송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시대 젊은 문신들에게 유급휴가를 주어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가 있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사가청악(賜暇聽樂)’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취지였으며, 특히 무대를 찾기 힘든 젊은 예술인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크게 움직이긴 어려웠지만, 라디오와 TV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예술가와 청중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의 소임이다. 

국악방송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에는 구성의 차이가 있다. 각각의 주안점은 어떻게 두고 있나.
TV는 음악이 중심에 놓여있긴 하지만, 전통예술과 전통문화를 아울러 다루며 전통의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영상매체는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음악뿐만 아니라 무용, 미술, 그 밖에 다양한 부분들까지 방송의 콘텐츠를 확대할 수 있다. 더불어 어떤 형태가 됐든지 TV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국악이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서도 우리 방송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TV는 라디오보다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항상 의도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현재 바라보는 코로나19 이후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아 걱정이다. 여러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 머물지 않도록 여러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국악방송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부분이 바로 '국악의 대중화' 인 것 같다. 일반 대중이 국악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국악 보급을 위해 국악 TV가 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대중은 전통문화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거의 한 세기를 보냈다. 서구문화 지향 일변도(一邊倒)의 환경 속에서 형성된 대중이다. 대중의 기호에 부응하는 것과, 대중을 전통 쪽으로 끌어당기는 구심점 역할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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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국악의 대중화, 월드뮤직, 크로스오버, 퓨전 등의 음악들이 당의정(糖衣錠)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쓴 약을 바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설탕을 바른 약을 먹이고, 그 약에 적응한 후에 설탕을 벗기고 제대로 된 약을 공급해주면 흡수나 효과가 더욱 빠르고 뛰어나지 않겠는가. 다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남겨진 친 대중적인 국악이 설탕 덩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가지고 있다. 

어느 한쪽도 버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관심에서 영영 사라져버린다면, 기회조차 놓치게 될 것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어느 선까지를 지키며, 트랙을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전통이라는 구심력과 대중화‧세계화라는 원심력의 균형이다. 

젊은 예술인들이 최근 국악을 포함한 전통문화에 이바지를 한 것은 분명하다.
대중이 국악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다양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국악이라고 대중에게 소개되고 있는 음악 중 국악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지 걱정스러운 음악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통에서 소재를 취하고, 신라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야만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국악인 출신 연주자들이 국악기로 연주하는 곡을 전부 통칭해 국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염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국악적 요소를 조금 차용하는 정도로만 지속된다면 그것을 과연 국악이라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로서는 어렵지만, 참여형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따로 있는지? 
젊은 국악인들뿐만 아니라, 전통을 잘 지켜오고 있는 원로 국악인들이 스스로 관심을 가지며 참여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국악인들부터 국악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당신들의 활동의 장으로 활용해주길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내어 전통 무용이나 민요를 배우는 동호인들, 전국 각 지역의 풍물패들, 노후 취미로 시조를 즐기는 이들 등 우리의 우군이 되어주실 분들이 많다.

수도권에서 전문 국악인들을 위한 중요한 연주회가 열리거나, 지방에서 좋은 악단이 마련하는 공연이 개최되고 있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이같은 무대를 접할 수 있도록 방송으로 중계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 중 하나다. 또한 전국에서 진행되는 콩쿠르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국악과 대중이 좀 더 가까워지려면, 그만큼 자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려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민감하게 전달된다면, 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아직은 표본이 많이 부족하다. 답답해서 간이 조사를 자체적으로 해본 적이 있으나, 중요하게 참고할만한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개별적인 의견들을 매번 취합하기는 어렵지만, 시청자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은 분기별로 회의를 통해 수렴하고 개편에 적용 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더불어 프로그램 모니터 또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제13회 21c한국음악프로젝트 본선 ‘경로이탈’ 무대(사진=국악방송)
▲제13회 21c한국음악프로젝트 본선 ‘경로이탈’ 무대(사진=국악방송)

‘21C 한국음악프로젝트’가 올해 14회째를 맞는다. 이전과는 달리 본선 무대가 국악방송TV로 생중계된다고 하던데, 라디오에서 TV로 확장되면서 경연에 생긴 변화도 있는지?
2007년 첫 회를 진행할 때부터 TV편성을 염두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동안은 SNS 채널로만 생중계되었으나, 이번에 처음 TV편성이 된다는 것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올해는 무대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바라건대 현재 1차 예선, 2차 예선, 당일 본선만 TV로 소개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본선까지의 과정들이 TV프로그램화 되어 대부분의 경연 프로그램처럼 매주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한다. 

방송 PD로 시작해 교단을 거쳐 다시 방송 현장으로 왔다. 과거와 비교해 지금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KBS 1FM 초기에 입사해 6년 정도 일했다. 그때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면 청취자가 알아서 소화하는 일방적인 방송에 가까웠다. 이에 반해 지금은 쌍방향의 교감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디어가 소통의 도구라 한다면, 요즘은 예전보다 방송 본래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

음악이 중심에 놓이는 방송은 ‘정보’뿐만 아니라 ‘정서’를 전달한다. 정서는 곧 공감이다. 우리 방송이 공감을 넓혀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길다. 어떤 교수님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가르침을 준 선생이 아니라, 깨우침을 준 선생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늘 생각한다. 깨우침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제자들에게 정규 수업 이외에 다른 것을 보여줄 순 없지 않나. 때문에 항상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보였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학생들이 뭔가 배울 점이 있었길 바란다. 수업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적지 않은 이론 강의를 진행하면서, 정년 마지막 학기에 주당 15시간 수업을 했다. 35년간 학술 논문은 90여 편 썼다. 바쁘게 사는 스승의 모습을 보고 제자들도 게으름 피우기가 뭐 했는지 부지런히 움직이더라. 선생과 같이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자신들의 학문 영역을 개척해나가지 않았나 싶다.

▲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김영운 국악방송TV 사장

지난해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불공정 논란은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만큼 큰 이슈였다. 무형문화재 문화재위원으로서, 무형문화재의 방향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듣고 싶다.
예술가들은 모두 보유자가 되고 싶어 한다. 명예가 있고, 그 분야 내에서 권한도 강하게 주어지니까. 그런데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권한이나 명예를 갖는 것이 아니라, 전수교육의 의무를 갖는다는 기본 정신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제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예술을 올곧게 전승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사명과 의무로 전통문화의 맥을 굳건히 이어야 한다는 헌신이 요구된다.

나는 오래전부터 무형문화재 제도를 투 트랙으로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투 트랙이란 인간문화재 전수제도는 교육·전승 중심으로 운영하고, 국가에서 철저한 선발 과정을 통해 예술가로서 최고의 명예를 부여할 수 있는 국가 명인·명창·국창 등의 제도를 따로 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어떤 제도든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고 사람을 신뢰할 수 없으면, 본래의 목적대로 운용되긴 쉽지 않다. 무형문화재 제도도 취지대로 잘 운용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 역시 다수의 지혜를 모아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기 중 꼭 해보고 싶은 사업적 혹은 음악적 시도가 있다면?
자동차는 잘 달리는 것만큼 필요할 때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음악이 대중에게 다가가고 세계를 향해 줄달음칠 때, 적절히 브레이크를 밟고 되돌아보면서 추동력을 얻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음악 인식·감성의 균형을 맞추며 ‘내용 없는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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