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동ㆍ낙랑의 원초적 사랑, ‘둥둥 낙랑 둥'
호동ㆍ낙랑의 원초적 사랑, ‘둥둥 낙랑 둥'
  • 정혜림 기자
  • 승인 2009.11.3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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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 출품, '한국의 정서와 극락세계 보여주겠다!'

ㆍ2009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 ‘둥둥 낙랑 둥’의 기자간담회가 30일 종로 에스타워에서 열렸다.

▲ 시대를 넘나드는 비극적 성과 에너지를 구현할 (왼쪽부터) 배우 이지수, 곽명화, 최치림 국립극단 예술감독, 배우 계미경, 이상직.

‘둥둥 낙랑 둥’이 1996년 예술의전당의 우리 시대 연극 시리즈 ‘최인훈 연극제’에서 공연된 이후 10년 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최치림 국립극단 예술 감독의 ‘둥둥 낙랑 둥’은 2006년 오태석 작ㆍ연출 ‘태(胎)’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국가 브랜드 공연이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실린 ‘자명고’ 설화를 바탕으로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했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인간적 문제들이 최인훈 작가의 천재적인 상상력과 최치림 예술 감독의 연출로 새롭게 재구성됐다.

▲ 12월, 10년 만에 다시 태어나는 국가브랜드 공연 '둥둥 낙랑 둥'

연출을 맡은 최치림 예술감독은 "어떤 작품을 연출할 것인가는 연출가에게 있어 가장 큰 과제"라며 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 출품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최인훈 선생님의 사상에 크게 공감해 선생님의 작품을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 '둥둥 낙랑 둥'은 '자명고' 설화를 소재로 원초적 사랑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철학을 구현해낼 예정이다.

특히 작품에 ‘누리여, 너는 왜, 밤과 낮밖에는 가지지 못했느냐?’라는 대사가 반복되는데 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덧붙였다.

“최근 ‘자명고’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지만,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스토리 전달이 아닌, 원초적이며 원형질적인 사랑의 모습”이라며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사랑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전했다.

또한 “사실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을 두고, '읽을 때는 감동적이지만 연극으로 보면 어렵다’는 관객들의 의견에 동감한다”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 곽명화와 이지수(위), 계미경과 이상직(아래) 커플은 각각 낙랑ㆍ왕비ㆍ무당(1인 3역)과 호동으로 분해 사랑을 향한 욕망과 파멸의 서사시를 펼친다.

"중립적인 극작술과 운문적 문체는 관객은 물론,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배우에게조차 큰 부담을 준다"고 운을 띄운 최 감독은 "일종의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에 '둥둥 낙랑 둥'은 호동과 낙랑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해원(解冤)의 굿과 영혼결혼식을 삽입해 비극과 동시에 일종의 극락세계, 파라다이스를 그려냈다고 한다.

또 왕비를 사랑하는 꼽추 난쟁이를 등장시켰는데, 이 꼽추 난쟁이는 궁중, 세속의 법칙을 모두 초월하여 이분법적인 요소를 완전히 와해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여자에게 남자 옷을 입혀 성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 ‘둥둥 낙랑 둥'은 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 출품작으로 한국적 정서를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박성민 감독은 "실제로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에서 무대에 대한 정보 찾기란 거의 어렵다"며 "이번 공연의 콘셉트를 '과감한 절제와 생략’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호동왕자의 방을 유난히 어둡게 설정하여 인물이 겪고 있는 감정들을 직ㆍ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호동의 의붓어머니와 낙랑 공주가 쌍둥이라는 색다른 설정을 통해 애절하지만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에 이르는 호동과 낙랑의 사랑을 서사적으로 그려낸  ‘둥둥 낙랑 둥’은 오는 12월 22일(화)부터 27일(일), 2010년 1월 6일(수)부터 14일(목)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비가 내리는 영혼결혼식 무대는 한국적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쟁의 영웅이 되었지만 연인을 잃고 웃음을 잃은 호동왕자에는 이상직ㆍ이지수가, 호동왕자와 위험한 사랑을 그려나갈 왕비와 낙랑, 무당의 1인 3역에는 계미경ㆍ곽명화가 분한다.

마지막으로 최치림 예술 감독은 한국의 멋과 극락세계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 다음은 주요 출연진 및 제작진과의 1문 1답.

Q. 1980년 국립극장 30년을 기념하여 ‘둥둥 낙락 둥’이 초연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최치림 예술 감독 : 당시는 모든 배우를 더블 캐스팅했었지만 이번에 주연만 더블 캐스팅됐다. 아마 전 단원이 힘을 합쳐 도전하는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무대 미학이나 표현이 달라졌다. 특히 이가원 음악감독의 지휘 하에 라이브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라 역동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Q. ‘둥둥 낙랑 둥’에 서게 된 소감을 말해 달라.

이지수(호동왕자역) : 배우에게 어떤 무대이건 모두 소중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극단에서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으로 무대에 서게 되어 더욱 영광이다.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공연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상직(호동왕자역) :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 ‘한스와 그레텔’에서 단 두 마디에 덜덜 떨며 연극에 입문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무려 호동왕자 역에 캐스팅이 됐다. 흥분되고 아직도 호동왕자 역에 욕심이 인다.

계미경(왕비, 낙랑, 무당역) : 여배우라면 응당 욕심이 생길 역이다. 물론 무당, 왕비, 낙랑, 이 세 역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옥같은 시어를 밀도 있게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 공연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그 이후에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곽명화(왕비, 낙랑, 무당역) : 공연이 얼마 안 남았지만 개인적으로 갈 길이 멀어 걱정이다. 1인 3역이라는 새로운 시도 또한 관객에게 어떤 인상을 줄 것인지 기대되는 한편 무섭기도 하다. 좋은 모습을 보여야하는 배우로서의 몫을 충분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대해 달라.

Q. 무대가 3~4도 기울어진 구조이다.

박성민 무대감독 : 실제로 배우들이 경사진 무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분법의 와해가 키워드인 만큼, 객석과의 경계도 무너뜨리고 싶었다. 이에 객석에서는 배우의 전신은 물론 다양한 무대 연출(영혼결혼식 후 비를 뿌려 비극적 사랑을 극대화함)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Q. 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 출품의 부담감은 없나?

최치림 예술 감독 : ‘둥둥 낙랑 둥’의 강점은 샤머니즘과 에로티시즘, 유미주의와 고전적 아름다움을 모두 담고 있는 극적 구조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을 두고, 읽을 때는 감동적이지만 연극으로 보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코드이기는 하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듯이 은은하게 한국 본연의 정서적 본질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Q.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 '왜 한국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것을 강조하나, 소재주의인가'라고 우리나라 연극에 대해 의문을 나타낸다. '둥둥 낙랑 둥'은 무엇이 다른가?

최치림 예술 감독 : 아무리 한국적이라고 해도 너무 토속적이면 안 된다. 관객들에게 시각적ㆍ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세계적 코드라 생각한다. 이분법이 허물어지는 것이 곧 파라다이스 아닌가? '둥둥 낙랑 둥'에서 우리 식의 극락을 전달할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정혜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