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획전 ‘낯선 전쟁’, 인간성 회복과 연대 강조
대규모 기획전 ‘낯선 전쟁’, 인간성 회복과 연대 강조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6.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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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생중계...25일 오후 4시, 잊혀진 '전쟁' 의미 전해
전쟁으로 파생된 사회문제 거시적 조망, "더 이상 비극없는...평화 염원"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을, 전시장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적 충돌 ‘전쟁’. 그 소용돌이 속에서 최약체에 속하는 여성ㆍ전쟁포로ㆍ양민학살 등은 가장 큰 피해와 상처를 입었다. 전쟁으로 파생된 여러 사회문제와 영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가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로 교체되고 있어, ‘전쟁’의 의미를 기억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한편으로 현대 사회는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 속 현재는 인간성 회복과 상호 연대가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낯선 전쟁’전에 출품된 작품은 설명하는 이수정 학예연구사 모습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코로나19는 펜데믹에 진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6.25전쟁과 연관된 미술 작품을 통해 재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낯선 전쟁’이 개최된다. 전쟁을 소재로 한 드로잉ㆍ회화ㆍ영상 등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거시적 관점에서 ‘전쟁’ 한가운데를 살핀다.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를 조명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예술작품으로 설명한다. 전쟁 없는 세계를 향해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현재 코로나19 등으로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났기에, 많은 젊은이는 전쟁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이 더 간접적일 것”이라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전쟁이 낯설어지지 않을까 싶어, 전시 제목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상황에서는 어색해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라고 운을 뗐다.

▲변월룡, 조선분단의 비극, 1962, 종이에 에칭, 44×6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도판=국립현대미술관)

이 학예연구사는 “최근 자료에는 한국전쟁이 한국에서 발발한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참전한 16개국과 동유럽의 관점에서 더 많은 나라가 참여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전쟁에 왜 이렇게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됐을까를 고민했고, 한국전쟁에 대해 알던 부분 외의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작품 등을 살필 수 있다. 한국전쟁 뿐 아니라 ‘전쟁’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을 보여준다. 단 코로나19로 운송 수단이 제한돼, 기존 전시 예정이던 해외 종군 화가의 원작이 영상으로 대체됐다.

▲김성환 작가의 작품

전시는 총 4부 ‘낯선 전쟁의 기억’ㆍ‘전쟁과 함께 살다’ㆍ‘인간답게 살기 위하여’ㆍ‘무엇을 할 것인가’로 구성됐다.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은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시각화한 작품을 보여준다. 김환기ㆍ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ㆍ윤중식의 전쟁 시기 그려진 드로잉이 공개된다. 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들의 사진도 소개된다.

▲김성환 작가의 작업이 전시돼 있는 전시장 전경

고바우 영감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김성환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목격한 참혹한 실상을 날짜별로 그림으로 기록,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전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변월룡 작가의 에칭작품 ‘6.25 전쟁의 비극’과 ‘조선분단의 비극’은 작가가 러시아로 돌아온 뒤 작품이다. 전쟁의 아픔을 실감나게 구현해낸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2부 ‘전쟁과 함께 살다’는 남북분단으로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집중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술학도에서 군인ㆍ포로ㆍ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와 세계적인 무기박람회장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을 담은 노순택의 ‘좋은, 살인’(2008) 등을 전시한다.

특히 실향민으로 살며 평생 고향 북한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담은 한석경 작가의 ‘시언, 시대의 언어’(2019)는 주목되는 작품 중 하나다. 작가의 외조부가 평생 수집하신 물건과 자료들을 살피며 만든 작품이다. 컨테이너 형태로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는 각각의 북한 자료를 실제로 살필 수 있다.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는 전쟁으로 잃어버리고 훼손된 가치를 살핀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보여준다. 특히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며, 난민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그는 “난민의 위기가 아니다. 우리 인간의 위기이다”라며 각종 내전과 독재 정부에 의해 발생하는 수많은 난민들의 삶을 조망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폭탄’과 ‘오디세이’를 선보인다.

분쟁 지역 내 여성이 겪는 고통과 삶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Erkan Özgen)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할 수 있다.

4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2017)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를 선보이며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Documents Inc.)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했다.

▲에르칸 오즈겐, 어른의 놀이, 200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56초(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한편 내달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전쟁을 다룬 다양한 동시대 영화 상영 프로그램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진행된다.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 20편이 상영된다.

전시 도록은 역사ㆍ문학ㆍ미술사ㆍ전쟁사ㆍ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0여 명이 참여해 전쟁과 재난 속 미술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제안한다.

‘낯선 전쟁’전은  25일 오후 4시 약 40분간 유튜브 (www.youtube.com/MMCAKorea) 생중계로 개막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학예연구사의 생생한 설명으로 전시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국현 서울관에서 오는 9월 20일까지 이어지는(*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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