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모차르트!’, 음악 위로 떠오른 천재의 반짝임
[공연 리뷰] 뮤지컬 ‘모차르트!’, 음악 위로 떠오른 천재의 반짝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6.29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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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지난 2016년 공연 이후 약 4년 만에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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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두 가지 모습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인물. <지킬 앤 하이드>를 이야기하나 싶지만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모차르트!>는 40년 내공의 콤비 실베스터 르베이와 미하일 쿤체의 작품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천재적 인물이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자유에 대한 갈망은 내면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평범한 인간 ‘볼프강 모차르트’와 천재의 재능을 상징하는 어린 ‘아마데 모차르트’로 나누어 표현하여 그가 겪었던 내적 갈등과 외적 마찰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의 비범한 음악적 재능을 일찍이 세상에 내보였다. 레오폴트는 모차르트를 재능을 통제 범위 안에 두고 싶어 하지만, 어린 모차르트는 성장하며 자신의 독립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만큼 후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볼프강에게 아버지는 선제후(選帝侯)인 콜로레도 주교 아래에서 연주할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볼프강은 주교의 고압적 태도와 음악적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를 열망한다. 아버지의 통제된 세상이 아닌 자신의 세상으로 나오려는 투쟁의 과정에서 ‘아마데’ 모차르트가 탄생한다. ‘볼프강’ 모차르트와 ‘아마데’ 모차르트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이다. ‘아마데’는 어린 모차르트의 모습을 하고 평생 ‘볼프강’과 함께한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레오폴트가 세운 성벽 너머로 나아가야 비로소 볼프강이 그다운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 여긴 후원자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황금별>을 부르며 그와 함께 빈으로 갈 것을 제안하지만, 주교의 명령에 순종하길 바란 레오폴트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힌다. 레오폴트는 아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지키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작은 것에 안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볼프강은 자신만의 포부가 있고 삶을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길을 찾아가고자 한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레오폴트는 미숙한 ‘볼프강’이 어서 성장하여 ‘아마데’를 능숙하게 이끌기를 바라지만, 너무 어려서부터 재능에 잠식된 그는 ‘아마데’를 이기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운명에 놓인다.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예민하고 주변인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천재의 이미지와 달리 배우 박강현은 볼프강을 평범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인물로 그려낸다. 모차르트가 가진 천재성은 ‘아마데’라는 또 다른 자아가 표현하고 있기에, 그의 해석은 천재라는 키워드보다 음악인 모차르트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어느새 ‘아마데’의 모습에 ‘볼프강’의 모습은 많이 가려지게 되지만, 그는 <나는 나는 음악>이라 노래하며 세상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여전히 바란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모차르트는 음악을 한 몸으로 여길 만큼 음악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사랑에 두 발이 묶인 채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서서히 무너져간다. 넘치는 재능에 잠식당한 천재가 절규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넘버다. ‘날 따라오는 그림자 언젠간 날 죽이고 말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던 볼프강은 결국 아마데와 마주하던 통로였던 거울을 스스로 깨부순다. 거울의 파편이 볼프강을 찌르는 모습은 그가 아마데와의 결투에서 백기를 들었음을 나타낸다.

한 번의 굴복 이후 아마데는 수시로 볼프강을 펜촉으로 찌른다. 아마데의 악보는 볼프강의 피로 쓰인 것이다. 사람들은 재능 뒤 인간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그의 음악에 담긴 천재성에 열광하며 박수를 보낼 뿐이다. “모차르트!”를 외치며 환호하는 군중과 홀로 스러지는 볼프강의 모습은, 그들을 발아래 두고 점점 위로 떠오르는 연출을 통해 더욱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외로이 고통을 감내하던 천재는 이내 물에 섞인 기름처럼 분리되고 만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외로운 섬에 고립된 볼프강에게 남은 유일한 존재는 아마데 뿐이다. 볼프강은 피아노 의자에 겨우 앉아있을 뿐이지만, 그 옆의 아마데는 쉼 없이 악보에 레퀴엠을 써 내려간다. 잉크가 바닥난 아마데는 익숙한 듯 볼프강에게 눈빛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며 볼프강의 승낙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내 아마데가 쥔 펜촉이 볼프강의 심장을 찌른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그리는 세상은 아름다운 동시에 잔인하다. 생을 마감한 볼프강에게 삶을 돌아볼 잠깐의 시간이 주어진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흐르는 음표들의 한 가운데서 자신의 음악을 돌아보던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아버지 레오폴트가 ‘아마데’ 모차르트를 바라보며 환히 웃는 모습이다. ‘볼프강’ 모차르트와 ‘아마데’ 모차르트, 그리고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관계성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아 극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다만 볼프강과 레오폴트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그에게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해준 아내 콘스탄체, 모차르트를 오페라 음악의 세계로 이끈 쉬카네더, 볼프강이 성벽 너머 세상을 꿈꾸도록 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등 다른 인물들과의 서사 완결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모습(사진=EMK뮤지컬컴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공연계와 관객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는 공연임은 자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많은 국공립극장이 멈춤 상태인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을 무대로 하는 <모차르트!>가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안도와 용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커튼콜에 전 출연진이 한목소리로 세상에 건네는 <황금별>은 볼프강에게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그러했듯, 든든한 등대가 되어 관객들을 비춘다.

한편 뮤지컬 <모차르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는 8월 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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