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한문연, 전국 문예회관‧예술단체 대상 간담회 개최 “더는 밀려날 곳 없다”
[핫 이슈]한문연, 전국 문예회관‧예술단체 대상 간담회 개최 “더는 밀려날 곳 없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6.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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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연 ‘방방곡곡 문화공감’ 상반기 22건(3.2%) 개최, 하반기 366건(53.9%) 예정, 미정 291건(42.8%)
사업 내 지자체 예산 50% 투입, 자율성에 맡기며 사업 진행 권고가 최선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5개월이 흘렀다. 모든 국민들이 어두운 터널을 함께 지나고 있지만, 그중 문화예술계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라 할 수 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지난 3월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2,500여 건에 이른다. 피해액은 약 600억여 원에 이르고, 예술인 10명 중 9명은 전년 대비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많은 공연이 취소되었으며, 특히 국공립 문예회관에서 개최되는 경우 공연 여부가 불투명하다. 때문에 문예회관의 시설 특성 등을 활용하여 전국 방방곡곡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정상 진행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지난 26일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의 문예회관 관계자 및 문화예술인 80여 명이 참석했으며, 거리 두기 일환으로 입장이 제한된 참가 신청자들을 위해 SNS 생중계로도 진행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한문연 이승정 회장은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코로나19 재확산 시 문예회관 가동률이 저조하며, 공연이 연기 및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술가들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문제”라며 “226개 지자체가 가진 특색과 사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많은 의견을 듣고자 한다”라며 간담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한문연은 4월부터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온라인 공연‧전시 허용, 거리두기 객석제, 공연료 선금 지급, 실비 보상금 지급 등을 권장하고 있으나 더욱 실질적인 방안 모색을 위해 나섰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계 생태계와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며, 전례를 따지지 말고 모든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비상시국 인식을 전폭적으로 반영해 법이나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토론의 문을 연 주제는 ‘공연료 선지급 비율의 정확한 명시’였다. 뮤지컬팝스오케스트라 최성근 음악감독은 “지자체마다 결재 기관의 상황에 따라 조건이 달라진다. 특히 상위 기관에서 갑작스레 연기가 아닌 취소를 통보할 경우에도 별 방도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공연단체와 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 ‘일부 공연비 지급’이라는 문구는 너무 애매모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신년 음악회를 끝으로 지금까지 아무 공연도 진행하지 못했다”라며 “방송 등 기타 생산 활동에 비해 유독 공연에만 예술활동 제재의 기준이 엄격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문연 측은 “전액 국비로만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얼마든지 문체부와 협의가 가능하겠으나, 지자체에서 50%의 부담을 지기 때문에 무조건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철저하게 검토하여 의견을 수용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인천시티발레단 박태희 단장은 “한문연이 준비한 대응 방안 및 지원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는데, 되려 우리의 의견을 묻는다고 하니 조금은 막막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이 지방자치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한 번에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면 상부 기관이 나서서 두 번 세 번 시도했으면 좋겠다”라며 “오늘 모인 모든 단체가 한문연의 모든 말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쉽지 않겠지만 협회 쪽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의 의견을 먼저 제시해주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한문연은 “협회도 문체부와 매일 소통하며 문예회관 현황 전수조사를 통해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권고안을 내고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장에게는 행정명령권이 있기 때문에 많은 요구를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군포문화재단 신동호 공연기획팀장은 “많은 이들이 공연 자체를 꺼리는 현 상황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포시에서 별도의 지침이 없었기에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려 하지만, 인근에 있는 공연장은 단 한 곳도 공연을 올리지 않는다”라며 “심지어 최근에는 한문연으로부터 대면 공연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받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신 팀장은 “문화예술 사업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지만, 대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정부 차원의 지침이 어렵다면 한문연의 공문이라고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또한 평가 기준 완화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평가 사항 가운데, 문화 소외계층 30%를 초대하는 ‘의무초청 비율’의 경우 평가 점수가 높다. 올해같은 특수 상황의 경우는 평가 기준을 완화해 주었으면 한다”라며 “일반 관객도 공연장의 방문을 꺼리는 상황인데, 담당자의 인솔이 필요한 문화 소외계층의 초청은 더욱 어렵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한문연 측은 “의무초청비율 30%는 그대로 유지하되, 현 상황을 고려하여 문예회관별 성과 평가는 재검토하겠다”라며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수도권 문예회관은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은 방역 후 적극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제는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온라인 공연‧전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은평문화재단 관계자는 “구민들은 코로나로 지쳐있고, 예술인들은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다”라며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꿈꾸지만 예산적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대면 공연을 계획 및 진행하고 있는데, 영상 촬영과 편집 등의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영상화 작업을 위해 한문연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구민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예산 때문에 겪는 막힘을, 영상화 작업 지원을 통해 뚫어주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한문연은 “현재로서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지만, 추후 예산이 확보되면 수요를 확인하여 지원토록 하겠다”라며 “민간사업 또한 우수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광명문화재단에서는 “공연 취소 시 실비 보상의 정확한 범위와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명확한 지침을 주어야 그것을 근간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요청하며 재정 담당자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희망했다.

아울러 취소된 예술단체에 대한 차기 년도 혜택, 지원사업 기간 연장 등에 대해서는 “올해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단체의 사업 연장 건이나 구제책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 없으나, 앞으로 논의를 통해 실질적 근거를 마련토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문연은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개선을 시행하고, 유관기관과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협의를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제도 개선이나 정책 반영이 필요한 사안은 정부에 적극 건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은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힘써온 문예회관 종사자들과 예술인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문화예술계 생태계 회복 및 문화예술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대처하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한문연은 피해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간담회 및 SNS 방송을 통해 수렴된 의견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하고, 필요한 사항은 문체부 등 관계기관과 소통하며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한문연의 적극성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지자체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임을 이유로 들어 소극적 해결 방안만을 제시하는 모습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간담회에 참여한 전국의 문예기관 및 예술 현장 종사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다양한 궁금증 및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한문연은 대부분 예산과 절차상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는 데 그쳐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올해 남은 기간은 6개월이다. 나머지 기간 동안 계획했던 일과 미뤄왔던 일을 모두 끝내야 하지만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가운데 상반기 개최된 건은 22건(3.2%), 하반기 예정은 366건(53.9%), 미정은 291건(42.8%)에 이른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고, 이제는 실질적인 대안을 발표할 때이다. 여러 경제 계층을 위한 지원제도들이 매일 새롭게 나오고 있으나, 예술인들에게는 ‘뭔가 새롭게 시작해야만’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이 대부분이다. 예술인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안이 아닌 코로나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을 원한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더 이상 기회비용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