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30주기 이승조展, 국현 온라인 선공개
작고 30주기 이승조展, 국현 온라인 선공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7.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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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조: 도열하는 기둥’展, 1일 오후 4시 인스타그램 라이브 공개
"한국 기하추상 이끈 작가...핵 예술적 본질 찾아'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원통 단위를 조형 언어로 제시해, 한국 추상회화에 독특한 미학 요소를 구현해낸 이승조 작가의 개인 전시가 온라인을 통해 선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展을 인스타그램(instagram.com/mmcakorea) 라이브를 통해 1일 오후 4시에 진행한다.

이승조(李承組, 1941-1990)는 전후 복구시기인 1960년대에 아방가르드 세대로 등장하며 한국의 기하추상을 이끈 작가다. 그는 생전 ‘한국 화단에서 보기 드문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의 한 전형을 이룩한 화가’로 평가받았다.

▲이승조, 핵 74-16, 1975, 캔버스에 유채, 173x130cm. 유족소장(도판=국립현대미술관)

작고 30주기를 맞아 열리는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전시는 연대기적 분석을 토대로 작가가 매진했던 ‘핵 (核, Nucleus)’의 예술적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소개한다.

1968년부터 1990년까지. 그가 마주했던 시대와의 관계에서 탄생한 회화 작품 90여 점과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전위적인 그룹 오리진(Origin)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아카이브들을 소개하고 그 성과를 조망한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출생한 이승조는 1960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해 동급생이었던 최명영ㆍ서승원 등과 순수한 회화로의 환원을 지향한 그룹 오리진(Origin, 1962~)을 결성한다.

▲이승조, 핵 10, 1968,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유족소장(도판=국립현대미술관)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원통 단위를 조형 언어로 제시하며 1968~1971년까지 4년간 연이어 국전에 입상해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는 추상회화의 입상이 드물었다.

이 작가는 현상학이론ㆍ개념미술ㆍ미니멀리즘 등 외부에서 유입된 현대미술의 흐름에 적극 호응했고 1970년대 중반 이후 단색화와의 연계성을 가지면서도 스스로 개척한 ‘핵’의 고유성을 놓지 않았다.

1988년 미국 미술에 영향을 회화와 오브제의 접목을 시도하며 알루미늄과 황동ㆍ나무 패널들이 캔버스를 대체하는 실험을 전개하다, 1990년 타계했다.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展 전시장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승조는 회화의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위해 자기분석을 모색했다. 캔버스의 평면과 조형 간의 구조적인 논리를 추구한 이승조의 작품은 광학적이고 시각적인 옵아트(Op art)의 특징을 반영했다.

이번 전시는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경험으로서의 시각성 자체에 맞춰 구성됐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안성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대작들을 중앙 홀에서 소개한다.

작가가 이룩한 조형적 주제에 따라 5개 섹션으로 나뉜다. 1부 ‘색 띠의 탄생’ㆍ2부 ‘평면과 모티프의 구축’ㆍ3부 ‘고요한 일렁임’ㆍ4부 ‘음과 양의 변주’ㆍ5부 ‘무한을 향하여’다.

▲이승조, 핵 80-10, 1980, 캔버스에 유채, 112.1x162.1cm. 유족 소장(도판=국립현대미술관)

1부 ‘색 띠의 탄생’은 색 면과 색 띠의 나열 사이에서 원기둥 모티프가 처음 등장한 ‘핵 10’(1968)과 대중에게 소개된 적 없던 ‘핵 G-70’(1969)을 선보인다.  2부‘평면과 모티프의 구축’과 4부‘음과 양의 변주’는 하나의 악상에서 출발한 원통형 모티프가 이루어내는 축적된 양상들과 가능성의 변주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3부 ‘고요한 일렁임’에는 절제와 반복적 행위로서의 작업 세계를 그리고 5부‘무한을 향하여’는 이승조 회화의 정수로서, 형상과 바탕의 위계가 사라진 균질한 진동과 파장의 공간이 펼쳐진다.

전시의 부제 ‘도열하는 기둥(Advancing Columns)’은 시대와 조응하는 진취적인 개척자로서의 이승조에 대한 새로운 읽기를 의미한다. 그동안 시각적 연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던 당시 사회적 풍경과의 연계를 드러낸 주제다.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展 전시장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한편 전시를 기획한 이정윤 학예연구사의 실감나는 설명으로 1일 오후 4시 부터 약 30분 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공개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승조의 작고 30주년에 맞춰 기획된 이 전시는 한국화단에서 보기드문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의 발전을 이룩한 이승조 회화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며 “현재 단색화의 국제화가 있기까지 초석을 놓고, 한국 기하추상의 태동을 주도한 이승조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 및 미술사적 위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