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101번째 스토리 ‘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 감독 101번째 스토리 ‘달빛 길어올리기’
  • 정혜림 기자
  • 승인 2009.12.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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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제작발표회, “이 영화는 새로운 도전, 데뷔하는 신인감독으로 봐달라”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역사,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 제작발표회가 12월 1일 중구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 임권택 감독은 1일 제작발표회에서 '달빛 길어올리기’를 101번째 영화가 아닌, 제2의 데뷔작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인 ‘한지’를 소재로 한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으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박중훈, 강수연이 주연을 맡아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 ‘서편제(1993)’, ‘태백산맥(1994)’ 등 한국인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표현해왔던 임권택 감독은 “우리의 값진 명품 한지와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돼서 기쁘다”며 “‘달빛 길어올리기’를 통해 세계 속에서 ‘한지’가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임권택 감독은 "한지 만드는 것은 달빛을 길어 올리는 것처럼 힘든 것"이라며 ‘달빛 길어올리기’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은 “사람들은 이번 영화를 101번째 영화라고 하지만 내게는 첫 번째 영화와 같다”며 제2의 데뷔작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특히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 감독의 첫 디지털 촬영 작품이어서 감독의 말대로 “임권택 영화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임권택으로 거듭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임권택 감독과는 첫 작품이지만, 현대극이어서 부담을 덜었다는 박중훈

만년 7급 공무원 ‘중호’역을 맡은 박중훈은 “촬영장에 가면 언제나 내가 선배였는데, 이번엔 어린 배우가 됐다”며 많은 의지가 될 것이라 소감을 전했다.

임권택 감독이 “죽기 전까지 박중훈과 작품 못하는 것을 아닐까 걱정했을 정도로, 박중훈은 오래 전부터 같이하고 싶었던 배우”라고 하자, 박중훈은 “임권택 감독님과 작품 운이 안 닿았다. ‘태백산맥’에서 염상구 역을 제안받았지만 하지 못했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임권택 감독님에게 농담 삼아 강수연 씨랑은 좋은 작품을 하는데 나도 ‘씨돌이’ 같은 것이 없냐고 하소연했었다”고 털어놔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상대 배우 강수연과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에서 청재킷 입고 함께 연기했던 것이 벌써 20년이나 됐다”며 “22년지기 친구와 함께 연기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 고집스럽고 집념이 강한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역의 강수연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역 강수연은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이후 20년 만에 임권택 감독과 재회한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오랜 시간 영화를 해왔지만 임권택 감독님의 작품은 언제나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데뷔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송하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강수연, 임권택 감독, 박중훈, 민병록 전국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만년 7급 공무원 ‘중호’가 5급 사무관이 되기 위해 시청 한지과로 전과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달빛 길어올리기’는 한지의 우수성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차츰 종이에 미쳐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아름다움을 그리게 된다.

영화는 오는 1월 8일 크랭크인에 들어가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4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 다음은 주요 출연진 및 제작진과의 문답 내용.

Q. 첫 디지털 촬영 작품이다. 도전하게 된 이유가 있나?

임권택 : 현재 우리는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도기에 있다. 제작자들은 디지털 촬영이 깊은 심도와 미장센을 구현하기에 어렵다고들 한다. 나 역시도 깊은 심도와 미장센을 중시한다. 하지만 디지털 촬영을 통해 나를 개발하고픈 개인적인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형사', '친구' 등 완성도 높은 영상미로 유명한 황기석이 촬영감독을 맡아 새로운 임권택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젊은 배우들과 제작진 사이에서 외로울까 걱정이다.

박중훈 :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도 디지털로 촬영되었고, 최근 제작 환경이 점차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Q. 제작 일정이 어떻게 되나.

임권택 : 1월 크랭크인해, 4월 개봉을 예상하고 있다. 추운 겨울 공해 없는 곳에서 흐르는 물에 만든 한지를 으뜸으로 치는데 ‘달빛 길어올리기’도 겨울을 배경으로 ‘한지’를 만드는 사람의 힘든 여정을 그리게 된다.

Q. 그 외 캐스팅에 대해 알려 달라.

임권택 : 매번 촬영이 끝나고 시나리오가 완성된다는 험담을 듣는다. 어제서야 비로소 초고가 완성됐다. 마음속에 캐스팅은 완료돼 있지만 초고가 완성될 12월 중순이 지나봐야 출연여부가 확실해질 것이다.

Q. ‘한지’가 ‘달빛 길어올리기’ 소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송하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 임권택 감독에게 101번째 영화 소재로 ‘전주 한지’를 제안했고 감독이 흔쾌히 응하면서 시작됐다. 4월 전국국제영화제 개봉작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달빛 길어올리기’가 전주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드높일 것이라 생각한다.

강수연 :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인 ‘한지’를 만드는 역을 하게 되어 뜻 깊다. 하지만 임권택 감독님이 언제나 그려 오신 주제 ‘사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해 달라.

Q. 5월에 칸느영화제가 있는데.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현재로서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영화’ 탄생을 기대하며 ‘달빛 길어올리기’가 한국 영화사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서울문화투데이 정혜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