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예대ㆍ중구청, 짜고치는 고스톱?
정화예대ㆍ중구청, 짜고치는 고스톱?
  • 양문석 기자
  • 승인 2009.12.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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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밀리오레 맞은편 ‘정화예대’ 불법현수막 디자인 바꿔가며 게시, 관할 중구청 수없는 신고에도 모르쇠 일관
도덕성과 준법정신으로 시민에게 본보기가 돼야 할 학교와 구청이 오히려 이를 어기며 수개월 동안 불법을 자행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최근 더욱 뜨고있는(?) 디자인으로 바꿔 게시중인 명동 밀리오레 맞은편 시그너스주차타워의 '정화예술대학' 불법현수막 광고
현재 명동 밀리오레 맞은편 시그너스 주차타워 한 벽면에 '정화예술대학(총장 한기정) 대형 현수막 광고'가 장기간 게시돼 있어 주변에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감독관청인 중구청은 일손이 달린다는 이유로 그동안 방치해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본지에서 총 2회(7월 24일, 10월 12일자)에 걸쳐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화예술대학과 관계 기관인 중구청은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최근 정화예술대학은 현수막 내용은 물론 디자인까지 바꿔가며 화려하고 눈에 띄게 현수막을 제작해 보란 듯이 걸어 놓은 상태다.

이에 한 시민은 “아마 분명 학교와 구청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을 것이다”라며 “저렇게 오랫동안 당당하게 걸어 놓을 수 있는 것은 더러운 거래가 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라며 학교와 중구청 간의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덧붙여 “소규모 업체에서 작은 광고 하나 잘못 걸어도 바로 철거가 될 텐데…. 건물 한 면을 덮을 만큼 큰 광고 현수막이 1년 가까이 걸려 있다는 것은 돈 있고 권력 있는 것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밖에 생각할 길이 없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관계자 L씨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불법 광고물을 법적으로만 처리하게 되면 아마 모든 광고물이 다 걸릴 것이다"라며 " 현실적으로 불법 사항에 대해 제보가 들어온다 해도 매건 과태료 처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대답해 단속 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왜 정화예술대학 건에 대해서만 취재를 하느냐? 다른 구청 상황은 어떠냐? 제보한 시민이 혹시 정화예술대학에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게 아니냐?" 는 반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장기간 불법 현수막을 게재해 온 정화측에 과태료 부과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현재 자진철거를 요구하고 20일이 경과되면 강제 처분을 하게 돼 있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단속만하면 너무 살기 힘든거 아니냐"는 원론적이고 감정 섞인 말만 되풀이할 뿐 장기간 불법을 자행해 온 정화예술대학에 단 한번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못했다.

한편 정화예술대학측 관계자는 그동안 본지 기자와의 수차례에 걸친 전화를 통해 “현수막 문제는 총장님께서 결정하실 문제며 알아서 처리하실 거다”라며 “현재 현수막 문제를 따로 관리하는 부서도 없다”고 현수막 철거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충무로국제영화제 이전에 이미 게시돼 있던 '정화예술대학'의 불법현수막광고
지난번 취재에서도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담당자는 “다른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이해 좀 해달라. 알아보고 다시 연락주겠다”며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으나, “알아보니 지난주 월요일(7월 6일)에 철거를 했다더라. 확인해 보면 알 것이다. 앞으로는 시그너스 주차타워에 광고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 겸 다짐을 했지만, 이미(7월 13일) 시그너스 주차타워에 새로운 광고 현수막이 걸린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공공의 적(?)

한편,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된 ‘충무로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중구청은 ‘옥외광고물 등의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 완화 고시’를 통해 공공성이란 명목하에 ‘정화예술대학’에 예외적인 상황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정화예술대학은 광고 현수막 내용에 충무로국제영화제 관련 내용을 첨부해 일시적으로 합법적인 상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담당자는 시그너스 주차타워의 새로 바뀐 충무로국제영화제 관련 광고현수막에 대해 “지난 6일부터 중구청의 ‘옥외광고물 등의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 완화 고시’로 인해 ‘충무로국제영화제’ 등 공공성을 띠는 광고는 이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법접으로도 더 이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끝날 때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시그너스 주차타워에 현수막 광고를 계속 걸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본질적인 문제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14조 2호’와 중구청의 ‘옥외광고물등의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완화 고시’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 14조 2호 >
2.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자의 광고내용과 관련이 없는 것을 부착하거나 출입문 또는 창문을 막아서는 아니된다. 이 경우 영업내용은 광고물의 표시면적중 각 면의 4분의 1 이내로 표시하여야 한다.
서울특별시 중구고시 제2009- 493호, <옥외광고물등의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완화 고시> 中
2. 표시완화 사항
나. 2) 시설물 전체면적의 1/4 이내로 상업광고 표시 가능
3. 부칙
가. (시행일) 이 고시는 2009년 7월 24일부터 시행한다.

정화예술대학 광고가 이미 시행령 이전(7월 13일, 시그너스 주차타워 광고현수막 사진촬영일)부터 새 광고 현수막으로 제작돼 게시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는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담당자가 정확한 시행일자도 파악하지 못한 채, 충무로국제영화제 홍보를 이유로 과거 정화예술대학 광고현수막 게시에 대한 불법을 묵인하려는 자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구는 일부 광고주에 대해 ‘봐주기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이 내려 준 현수막(?)

구청 직원 1인당 구민수 106명이라는 통계(자료:중구청 통계, 2009년 6월 기준)에서 보듯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해 관내 불법 광고물 등을 매순간 적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충무로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명동 밀리오레 맞은편 시그너스 주차 빌딩에 게시됐던 '정화예술대학' 현수막 광고

하지만 지난번 취재에서 이 사항에 대해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담당자는 “계고장을 여러 번 발송했는데도 광고주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연을 하는 바람에 계도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물론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광고물 관련 조례의 기준이 복잡하기도 했고 이외에도 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끝나면 다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 책임지고 시정할 테니 지켜봐달라" (본지 18호, 7월 24일자 기사 中)라고 확실히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법 규정에 어긋난 현수막 등 불법 옥외광고물을 방치한 문제나 거리 미관을 장기간 해치고 있는 광고탑 등에 대해 시정조치가 따르지 못했다는 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정화예술대학 관계자 A씨는 지난 10월 8일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 “현수막 광고 문제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다. 결정이 되는 대로 전화 주겠다”며 “아무래도 다음주 정도면 현수막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버젓이 새로운 현수막을 다시 걸었다는 점은 그 당시 회의가 현수막 철거에 관련된 회의가 아니라 불법을 효과적으로 자행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었나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사항과 관련해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 관계자는 “현재 각 구의 광고물과 관련 된 사항은 구 자체적인 권한에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는 입장을 밝혀 시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뜻을 비춘 바 있다.

한편, 시그너스 주차타워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정화예술대학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건물 전체를 가려 답답해 보기 안 좋았다. 왜 이렇게 방치해 두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얼마 전 잠깐 현수막이 철거돼 구청에서 단속을 한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새 현수막을 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한 시민은 “한때 공무원의 청렴도와 비리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또 흐르긴 흘렀나 보다”라며 “저런 천 조각 하나 제대로 단속 못하는 공무원이 다른 큰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래서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만 고통받는 사회가 돼 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실을 개탄했다.

▲명동 밀리오레 맞은편에 위치한 '정화예술대학' 전경

매번 “현수막을 내리겠다”는 정화예술대학 관계자의 말과 “조속히 단속하고 책임지겠다”는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담당자의 말은 이미 그 실효성이 땅에 떨어진 상태다.

지난 수개월 동안 시그너스 주차타워의 정화예술대학 현수막 광고로 인해 논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을 지켜야 하는 자와 지키도록 만드는 자에게 예외적인 잣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잣대를 쥔 당사자가 도덕성과 윤리성은 물론 준법정신의 본보기가 돼야 할 ‘대학’과 ‘공공기관’ 이란 점에서 많은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교육기관인 정화예술대학은 학훈으로 정직ㆍ봉사 ㆍ창조 및 정직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또한 건학이념과 교육목표에는 건전한 인격을 도야하고 인성교육을 통한 올바른....이라고 적시돼 있다. 현재 이같은 불법을 일삼고 있는 것과 학훈의 가장 앞 머리에 자리한 정화예술대학의 '정직' 등에 대한 해석은 사전적 의미와 전혀 다른 것인지 문득 궁금해 진다.

특혜 시비로까지 불거지기 시작한 정화예술대학의 불법 현수막 사건. 향후 정화예술대학측의 대응과 정화예술대학의 불법광고물에 대해 단 한번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관할 기관 중구청의 행정 조치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문화투데이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