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코로나19·기술 발전, 급변하는 시대 대응하는 창작 개념 논의
[토론]코로나19·기술 발전, 급변하는 시대 대응하는 창작 개념 논의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7.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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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2차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전문가 토론회'
‘인공지능 시대에 변화하는 창작 개념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다뤄
이상욱 교수 "현재 ‘창작’ 개념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김재인 교수"명확한 기준과 평가 없이 '창작'개념 사용하기 어려워"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뿐 아니라 여가문화와 사회활동 등에도 급격한 변천을 가져왔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공연ㆍ예술ㆍ전시ㆍ교육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급변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 부상 등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갖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 '저작권'이,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가 만든 창작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차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전문가 토론회' 참여 전문가들 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ㆍ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지난달 2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유네스코가 지난 2005년에 채택하고 우리나라가 2010년에 비준한 ‘문화 다양성 협약’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5월 22일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토론회는 ‘인공지능 시대에 변화하는 창작 개념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내용이 주제로 다뤄졌다.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대응해 창작 개념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등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는 2005년 협약 및 인공지능 관련 국내 전문가 및 관계자 약 30여 명 참석했으며, 행사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휴식 시간 틈틈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삼삼오오 모여 토론회에서 주장하는 각자의 의견에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발제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다. 

토론회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일반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으며,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견과 질문을 수렴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1부에서는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김재인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각각 '인공지능 시대 변화하는 창작의 개념‘ㆍ'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 가능성과 표현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이상욱 교수는 글ㆍ그림ㆍ음악의 예를 들어서 인공지능 기술적 특징을 소개하며 “인간의 예술적 창작행위는 도구 활용으로 이뤄졌고,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 결과물들도 새로운 도구를 활용한 것”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창작 행위 및 ‘창작’개념을 포함한 수많은 인간적 개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창작’의 개념부터 새롭게 정립할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의식적 경험을 하지만 인공지능은 자각적 수행이 없고, 인간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를 한다”라고 했다. 또한 “인공지능은 일종의 소프트웨어로 물리적 영향을 위해선 반드시 매개체를 필요하다”라며 “매개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온라인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공지능의 ‘창작’수용 방식으로 창작 개념의 재규정할 것인지, 인간만의 창작이 ‘진정한 의미의 창작’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에 기로에 놓였다고 했다.

▲ 김재인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김재인 교수는 “창조성의 본질에 대한 고민 필요하며, 새로움에 대한 사회의 가치평가 행위가 필요하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역사ㆍ지리적 특징에 따라 그 평가는 바뀔 수 있으며, 특정 사회 조건 내에서만 나올 수 있다”라며 “어떠한 기준이나 평가 없이 '창작'이라는 개념은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기술’은 특정 사회 및 문화적 맥락 속에서 가치를 가지며, 플랫폼도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사회에서는 소유 및 규제에 의해 불평등과 다양성 증진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발제 이후 진행된 2부 순서에서는 법학ㆍ과학기술ㆍ예술ㆍ인공지능ㆍ철학 등 총 6명의 토론자가 각 분야의 관점과 발제 내용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발제자의 관점에 일부 차이를 보이는 토론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발표자의 의견에 동의하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 부상 등의 상황에서 이번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환영했다.

▲토론회 진행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토론회에서는 인공지능이 표현해낸 작품에 대해 '어느 선까지가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지'와  '저작권 문제'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정상조 교수는 법학 관점에서 ‘창작’을 조명했다. 정 교수는 “사진이 최초로 등장했을 때  ‘화가의 피난처’로 치부했으나, 현재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법적 보호를 받는다”라며 “인공지능 창작품도 여타 예술작품과 동등한 법적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창작’개념의 모호함을 언급하며 “창작 주체를 알고리즘의 개발자로 볼 것인지, 사용자 및 인공지능 자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공지능을 통한 창작도 ‘창작’으로 볼 수 있고, 해당 창작물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는 “인간이 앞으로 삶에서 무엇을 원하고, 변화시키고자 방향이 향후 인공지능 기술 발전 예측에 중요한 단서”라며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삶에 더 친숙하고 유의미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회 진행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이두갑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해 “문화적 표현 방식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 사회의 사고를 풍요롭고 사회 구성원들 민주주의 차이를 인정하는 기반이 되는 가치”라며 “기술 변화에 따라 아이디어 및 지식 전파의 유통 등이 변화에 대응해야 하며, 문화적 다양성 보호와 중시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랫폼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창작물의 소유권도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 박찬욱 센터장은 “이번 발표는 저작권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저작권이란 인간을 기준으로 한 개념이다”라며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 저작권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저작권의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승백 작가와 듀오로 활동하며, 인공지능을 주제로 다수의 작품을 만든 김용훈 작가는 두 발제자와 다른 관점의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작가는 이상욱 교수의 발표에 대해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은 자각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식이 필수적 요소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왜 창작 활동을 하는 주체가 반드시 인간과 같아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실패가 왜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되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한경구 교수(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김재인 교수 발제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지는 기술적인 관점에서의 논의”라며 “인공지능의 특징은 오히려 창의성에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인간이 아닌 것의 창작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진성 문화팀장은 “익숙하지 않은 토론회 주제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막연한 및 정보 확대의 두려움이 느껴졌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진 팀장은 “‘창작’의 개념과 동기ㆍ목적은 다양하지만, ‘인간의 활동’만을 공통 기준으로 삼았다”라며 “자의식 없는 인공지능이 생산한 결과물은 전통적 미학의 시각에서 볼 때, 미의식의 투영과정과 미적 체험이 생략돼 창작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특정 문화 국가의 시각과 언어만으로 기술이 유통되면, 기술 혜택 및 문화적 표현이 고르게 증진되지 못할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토론자들의 지적에 대해, 이상욱 교수는 “인공지능은 욕구를 가지지 못하고 완전히 혼자 창작활동을 할 수는 없다. 인간의 힘과 의지가 개입한다”라며 “인공지능의 창작은 인간과의 결합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상욱 교수가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김재인 교수는 “창작에는 기준과 이상이 있어야, 창작물의 비유와 비교가 가능하다”라며 “어떠한 기준의 제시는 사회적 평가가 동반된다. 기준이나 평가 없이는 ‘창작’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5차 산업 혁명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라는 공통 질문에는 박찬욱 센터장이 답했다. 박 센터장은 “문화 다양성을 증진을 위해선 만들어진 것이 잊혀 지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미래에 잊혀 지기 쉬운 것들을 충분히 활용해, 창작에 활용해야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역량을 키워,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만들 힘을 키워야한다. 창의하는 인간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두갑 교수는 “가능 발전에서 오는 여러 가능성은 특정 방향으로 사용되었을 때, 문화 다양성의 방향이 급격히 저하 된다”라며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을 통하는데, 큰 기업에서 독점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술발전에 따르는 다양한 불평등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인공지능’이 창조해낸 창작물에 대한 의미와 가치에 대한 논의를 법학ㆍ과학기술ㆍ예술ㆍ인공지능ㆍ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필 수 있었다. 그러나 행사 진행 일정 및 시간 안배 등의 이유에서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로서, 향후 토론회에서 언급된 저작권 문제 및 활용방안 등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김재인 교수가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편 문체부는 지난달 24일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사회문화 변화에 선제 대응을 위해 ‘따뜻한 연결 사회를 위한 비대면 시대의 문화전략’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사람 중심의 디지털 연결 문화 조성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활성화 ▲사람과 사회의 연결 기반 강화를 3대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 문체부는 “비대면 활동에 익숙치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문화격차(Culture Divide)가 발생해 정책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문화안전망을 강화해 사회적 고립감을 극복하고, 비대면 사회에 적합한 문화활동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열린 ‘문화기술포럼’은 새로운 기술이 우리 생활과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문학적인 해법을 찾고, 사회·문화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문화영향평가’를 기술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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