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잇는 『아버지의 첫 노래』 이강원 첫 소설
삶과 죽음을 잇는 『아버지의 첫 노래』 이강원 첫 소설
  •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7.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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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탐구로 조급한 현대인의 발걸음 붙잡아

예술 창작의 밝은 꼭짓점이 불현듯 찾아온 영감이라면, 그 아래로는 무한 진통의 인내가 버티고 있을 것이다. 단형 서정시*가 때로는 어떤 계시에 힘입어 써지는 것과 다르게, 또 단편 소설이 쓰이는 방식과도 다르게, 하나의 장편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번민의 시간이 작가에게 필요하다. 
(*개화기시조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면서 변화한 형태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형식의 시조다)

이강원 |  도서출판 바람꽃 | 정가 14,000원

창작의 그늘에서 걸어 나온 작가 이강원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첫 소설 『아버지의 첫 노래』(323쪽, 도서출판 바람꽃, 정가 14,000원)를 선보였다. 

이 책은 그동안 《21세기 부여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묶어 ▲선재의 비파 ▲뿌리 뽑힌 노래 ▲선사시대 ▲은하 ▲아버지의 노래 ▲그리고 바라지 가락 ▲이제 십일월은 ▲설연화 ▲삼만 구천이백사십 가닥의 소리와 ▲시원의 노래 ▲처음으로 소리가 시작되는 별 ▲해설 | 시원의 노래와 존재의 시원 | 우찬제 ▲작가의 말로 구성했다.

저자인 이강원은 ‘아버지의 노래’가 소멸과 생성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죽어가는 어머니의 몰아쉬는 숨소리가 이승에서의 회한과 기억을 잊으려는 몸부림이라면, ‘아버지의 노래’는 그것을 지우고 새로운 삶은 여는 물줄기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노래’는 여기가 아닌 저기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먼 과거, 아득한 시간 어디쯤에서부터 울려오는 소리, 시원에서 비롯한 소리. 비파는 제가 떠나온 곳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처음으로 소리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자기 어머니가 가실 곳이라고 말하던 선재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노래’ 선율처럼 가슴속으로 굽이쳐왔다. 별안간 마을이 환해졌다. 웬일인가 싶어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선재네였다. 기와지붕을 뚫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빛은 커다랗고 둥그렇게 뭉치면서 오색찬란한 자태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버지의 노래’도 흘렀다. 바람처럼 가볍게 빛 덩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빛이 된 노래는 요강바우재로 날았다. 어긔야 어강됴리, 나난구리를 향해 솟아, 날았다(306~307쪽).”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의 노래’는 과거와 현재, 차안과 피안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울려 퍼진다. 어둠에 빛을 드리우는 ‘아버지의 노래’는 생명의 오르내림, 아니 생명 그 자체다. 

우찬제(문학평론가, 서강대 교수)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경지가 소설 속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무하유지향’은 장자가 말하는 이상향으로, 인위와 욕망이 없어 텅 빈 상태를 뜻한다.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하는 경쟁 사회에서 '아버지'는 그와 정반대로 ‘무하유지향’을 노래에 담아낸다. 생과 죽음이 자본 앞에 무릎 꿇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아버지의 노래, 바라지 가락은 우리를 위로하고 지탱하는 평화의 양식이라며, 우교수는 작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가 이강원은 1964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백제의 고도 부여에 살고 있다. 원강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1세기 부여신문》에 『아버지의 첫 노래』를 실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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