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성을 뛰어넘는 사진 작업...대구미술관, 정재규展
평면성을 뛰어넘는 사진 작업...대구미술관, 정재규展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7.10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불작가 정재규 ‘빛의 숨쉬기’展, 지난 7일 시작해 오는 10월 18일까지
"최대 규모 개인전... 경주 모티브로 한 신작 5점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사진을 통한 사실적 재현보다 평면성을 뛰어넘는 사진 작업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아온 재불작가 정재규의 개인전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 출생 정재규(1949년) 작가의 ‘빛의 숨쉬기’展으로, 전시는 지난 7일 시작해, 오는 10월 18일까지 대구미술관 4ㆍ5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정재규,만 레이(2019-11-18), 2019, Photo, Chinese ink, craft papercollage, weaving, 172x114cm(도판=대구미술관)

이번 전시는 정재규 작가가 지난 30여 년간 매진한 '조형사진'(Plastic Photography)의 세계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자리다. 정 작가는 사진의 재현성 해체를 위해 이미지를 가늘고 길게 절단해 베틀을 짜듯 가로ㆍ세로로 교차해 배열하는 작업을 해왔다. 해당 작업으로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3차원적 착시를 드러냈다. 나아가 올 짜기ㆍ서예 기법까지 활용해 입체적 이미지 확장에도 힘써왔다.

정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조형사진’이라 명명하며 “사진의 정밀한 묘사력에 의존하면서도, 대상의 기록ㆍ복제를 위해 조형미술을 목적으로 제작된 사진”이라고 했다.

▲정재규,생트 빅투아르산 후경(1989-22), 1994, Photo, foam board cutting, 70x100cm(도판=대구미술관)

그러면서 “기계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기하학적인 조형 언어로 사진에 접근에 매력을 느꼈다. 특정 누군가만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뒤샹이 말한 흔한 기성품과 같이 편하게,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생트 빅투아르산 후경(The Rear View of the Mountain Saint-Victoire)’ㆍ‘아치 아틀리에(The Arches Ateliers)’ㆍ‘HM53(앙리 마티스Henri Matissse)’ㆍ‘만 레이(Man Ray)’ㆍ‘경주’ 시리즈 등 5개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는 정재규 조형사진의 시작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대표작들로 30여 년 간 고군분투했던 작가의 창작과정과 예술세계를 살필 수 있다.

▲정재규, 아치 아틀리에-wlsdh, 2004, Photo,craft paper weaving, 175x250cm(도판=대구미술관)

특히 정 작가에게 경주는 각별한 도시다. 1994년 경주를 방문한 정 작가는 국립경주박물관 뜰에서 머리가 없는 불상 약 50여 구가 배치된 모습을 접했고, 이후 김유신묘ㆍ석굴암ㆍ다보탑 등 한국인의 보편적 조형능력과 잠재력을 발견해 작업 소재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에는 불국사ㆍ석굴암 본존불ㆍ경주시내 반월성 앞 연못의 연꽃 등 경주를 모티브로 제작한 신작 5점을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민 학예연구사는 전시에 대해 “작가의 고향 대구에서 가지는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30여 년간 우직하게 이어온 작가의 예술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것”이라며 “조형사진을 통해 빛의 지각을 경험하며 보이는 것 너머의 시각적 근원을 느껴보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정재규, 경주 불국사 극락전, 1994, Photo, panel cutting, 122x275cm(도판=대구미술관)

한편 1949년 대구에서 출생한 정재규는 1974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7년 제10회 파리비엔날레 참가를 계기로 1978년 도불했다. 도불 후 파리1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수학했으나 사진의 힘에 매력을 느껴 90년대 사진을 통해 이른바 ‘조형사진’ 작업을 30여 년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