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와 풀과 시간의 무게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무엇들’展
휴지와 풀과 시간의 무게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무엇들’展
  •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7.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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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갤러리 도스
자연의 우직함 연상시키는 작품 선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아무리 사소한 재료라도 작가의 손길을 만나 ‘천천히 오랜 시간’을 거치면, 작품이 된다. 신나운 작가의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무엇들’展이 오는 15일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작가는 올해 하반기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 공모전 ‘흐름의 틈’에 선정된 바 있다. 

▲Swirled Accumulation 1,냅킨, 노끈, 풀, 2018(사진=갤러리도스)
▲Swirled Accumulation 1,냅킨, 노끈, 풀, 2018(사진=갤러리도스)

전시의 제목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무엇들’은 종유석이나 캐니언, 담쟁이덩굴 같은 자연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설치된 작품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몸짓과는 반대로, 정적이며 견고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의 질감은 견고하고 복잡하지만 그 재료는 연약한 휴지다. 작가는 휴지 조각을 여러 장 붙여 바위나 벌집을 연상시는 작업을 완성했다. 노끈을 축으로 매달려 확장되는 휴지 구조물을 김치현 큐레이터는 “마치 스스로 성장한 듯 보이는 마땅한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작품의 겉모습은 자연물과 비슷하지만 동시에 인위적이다. 공장에서 생산한 휴지를 갖고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연약한 휴지조각에 풀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했다. 본래 휴지는 액체에 취약하지만, 풀이 마르면 더 단단해진다. 작가는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연의 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작품 제작 과정에 반영하려 했다. 

▲Swirled Accumulation 5, 냅킨, 풀, 2020(사진=갤러리도스)
▲Swirled Accumulation 5, 냅킨, 풀, 2020(사진=갤러리도스)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는 미완결성이 전제돼 있다. 만약 작가가 휴지를 한 장 덧붙인다 해도 작품은 본질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마치 계속해서 자라는 식물처럼, 현재의 모습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이를 두고 김 큐레이터는 “어느 시점을 편의상 완성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신나운의 작품은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을 자연의 모습처럼, 확장가능성을 암시한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무게감은 재료의 가벼움을 압도한다. 휴지는 가볍지만 작품에는 얇은 휴지를 겹겹이 쌓은 작가의 노력과 인내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움직임이 반복되며 리듬이 생기고, 변주가 일어나 생명력 있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신나운 작가의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무엇들’展은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2 737 4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