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17일 개막…“우리 오페라 방향 제시”
가족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17일 개막…“우리 오페라 방향 제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7.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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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녀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다
부모들도 꼭 함께 감상해야 할 가족 오페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이 17일부터 19일까지 구로아트밸리에서 공연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공감할 내용이지만, 저학년에게는 신기함을 부모들에게는 라벨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장면 시연 모습(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장면 시연 모습(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창작진은 “‘개구쟁이와 마법’은 어린이오페라가 아니라 가족오페라”라며 “대부분 어린이극은 자녀들을 극장안에 넣고 엄마들은 카페에서 수다를 피우며 기다리곤 하는데 ‘개구쟁이와 마법’은 부모도 함께 감상하는 가족 오페라라는 점에서 오페라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

모리스 라벨이 작곡한 어른을 위한 우화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1925년 몬테 카를로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노벨문학 수상 작가 콜레트가 집필한 동명의 우화 발레극에 라벨의 곡을 붙인 것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인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반성케하는 치유오페라로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은 라벨의 음악성은 유지하되 원작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안했을 뿐 아니라 시대와 장소를 프랑스에서 현대 한국의 아파트로 전환해 이 시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고민과 꿈, 부모들의 무관심 등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개구쟁이와 마법’은 학원, 학습지, 과외, 태권도로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는 개구쟁이가 주인공이다. 엄마, 아빠 얼굴을 볼 시간도 없고,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모두 카톡으로 이뤄진다. 개구쟁이는 외롭고 답답한 마음을 방안의 책과 가구들을 괴롭히면서 풀어가고, 시달리던 방 안의 소파, 텐트, 동화 속 주인공들, 벽시계, 벽지의 낙서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장면 시연 모습(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장면 시연 모습(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개구쟁이는 고양이들을 따라 아파트 놀이터로 향하지만, 그동안의 잘못으로 여러 어려움에 처하며 두려움에 휩싸기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엄마를 발견한 개구쟁이는 그 품으로 달려가지만 반가움도 잠시뿐, 엄마가 개구쟁이에게 ‘숙제는 다 했니?’라는 싸늘한 질문을 던지면서 막을 내린다.

이번 공연에서 개구쟁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정시연은 지난 2010년 국립오페라단 공연에서도 주역을 맡은 바 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아홉차례 좋은 평을 받았으나, 프랑스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이번 공연은 가사가 우리말이기 때문에 청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라며 “또한 무대도 현대식으로 바뀌어 ‘바로 여기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장누리 연출은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많이 생겨, 출연자들끼리 연습할 시간이 많이 확보됐다”라며 이번 공연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감독은 개구쟁이와 마법은 우리 오페라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2007년 대전 예술의전당 개관 4주년 기념공연으로 이 오페라를 올렸을 때도 60명의 오케스트라 규모를 소규모 악단으로 축소해서 공연했다. 8명의 성악가들이 출연하지만 별도의 합창단을 동원하지 않고 이미 일인 다역을 맡은 성악가들이 합창파트도 처리한다. 개구쟁이와 마법은 어떤 장소에서도 무대화할 수 있는 소극장 멀티오페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출연진(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 출연진(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그는 “개구쟁이와 마법은 작은 규모의 가족 오페라로 오서독스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다. 그동안 가족을 위한 테아르 파밀리에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작업한 게 없었다”라며 “라벨의 개구쟁이와 마법은 보편적인 어린이들의 심리나 부모와의 갈등 등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가족오페라의 모델로 꾸준히 올릴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개구쟁이와 마법’은 이번 공연을 라이브 대신 녹화방송으로 송출하려고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현실 속에서 객석 감상과 라이브 영상 송출 등 투 트랙을 선택했다. 장수동 감독은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시대를 받아들여야한다. 소극장 오페라지만 언택트와 온택트 두 방향을 공유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수동 감독은 구리아트밸리로 직접 찾아 오기 어려운 분들도 안방에서 새로운 가족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을 감상한다면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구로문화재단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주최하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구로 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17일과 18일 오후 7시 30분, 19일 오후 3시에 공연된다.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예매 및 문의 구로문화재단(02-2029-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