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현란(絢爛)함’과 ‘현란(眩亂)함’의 사이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현란(絢爛)함’과 ‘현란(眩亂)함’의 사이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0.07.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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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미국 라스베가스는 밤이 화려한 도시로 유명하다. 이미 가서 직접 경험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사진이나 영상 매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드 CSY 라스베가스를 잠깐만 보아도 라스베가스의 밤을 구경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개발 혹은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칠 때에도 뉴욕의 조명 디자인 회사들은 라스베가스의 프로젝트로 바쁜 시간을 보냈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조명기술이 실물로 소개되어 사람들이 그것을 보러 가고, 여권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바로 또 다른 신 조명기술을 이용한 볼거리가 등장해 난감해 하곤 했었다.

우리가 라스베가스의 야경을 이야기 할 때 “화려함”과 “현란함”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한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화려(華麗)하다’는 ‘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이며 ‘현란(絢爛)하다’는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다.’는 의미로 공통적으로 어떤 모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얼마전 빛공해 방지를 위한 조명기구 설치, 관리 기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에 대한 자문회의가 열렸다.  

환경부에서는 야간경관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도적 기준이나 설치,관리 기준을 정하여 빛공해 방지 뿐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 유지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보행 및 차량의 통행을 위한 가로등, 보안등이며 조명기구의 특성에 따른 설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유입광이나 눈부심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균제도가 낮아져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LED 조명기구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광원이나 조명기구의 발전, 변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꽤 오랜 동안 유지하여 왔으나, 최근에는 일년 단위로 그 기준이 변해야 할 정도로 광원, 조명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이를 따라가기 힘든 실정이다. 다행히 상용화 이전, 규격이나 형식 승인등에 대한 전기적 허가사항이 있어 그 속도를 조금 늦추어 현실에 적용이 이루어져 3년에 한번씩 설치, 관리 기준의 적합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2가지 타입의 ‘새로운 조명’을 다루고 있었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새로운 조명기구’ - 효율이 좋아지고, 빛방사 특성이 다양해진 - 였고 다른 하나는 ‘현란한 조명’으로 주로 밝기 보완 보다는 연출에 목적을 둔 조명기구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 ‘현란한 조명’을 이용한 지자체의 야간 명소화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이것을 도시의 브랜딩이나 관광 상품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의 이름으로 미화한 채 바라보기만 할 순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란眩亂함’이란 현란(絢爛)함 과는 다른 의미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어수선하다’로 정의되어진다. 장소적 특성이나 기능과는 상관없이 빛 자체가 목적이 되어 과다하게 쓰여진 장식적인 연출조명 - 예를 들면 고보나 프로젝션, 투명디스플레이, LED 패널, 미디어 파사드 등-과 더불어 광고조명도 그 대상이 되어 이에 대한 설치기준과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진작부터 빛공해 관련 대책으로 다양한 빛요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으며 그 안에는 당연히 광고조명도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에는 옥외광고물 자유지역, 관광특구 등의 이름으로 화려함과 약간의 현란眩亂함이 필요한 도시에서의 장소의 역할을 하도록 배려해 두었다.

반면, 빛요소의 양이나 질이 전혀 다른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서 ‘화려함과 현란(絢爛)함’은 정성적으로 공감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현란(眩亂)함의 기준은 지역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의미에서 마련하는 여러 가지 친절한 가이드라인, 기준들이 지킬 수 없거나, 지키는 것이 그 지역을 위한 것이 아닐 경우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여러 가지 좋은 의도의 제안들이 지역적 특성을 담지 못하고 ‘어디서 많이 본’ 야간경관을 양산해 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도 걱정이 된다.

어떤 도시의 야간경관을 현란(絢爛)함으로 설명할지 ‘현란(眩亂)함’으로 설명할지는 제도에 의해서 일률적으로 그어 놓은 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시의 환경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드러낸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의 눈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