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 지구별 여행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 지구별 여행
  •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0.07.17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틀란타(Atlanta) 이야기. 1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 된 미국 남동부 최대도시 애틀란타(Atlanta). 요즘 들어 각종 시위와 골칫거리로 월드뉴스에 은근히 보도되고 있는 곳이다. 이에 반해 애틀란타는 미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조차 비교적 덜 알려진 도시이기에 이번 호는 미국여행으로 잠시 머무른 애틀란타를 소개하려고 한다.

조지아주에 위치한 애틀란타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주둔하던 곳이기도 하고 전쟁의 격전을 겪은 곳이라 구시가지는 완전히 소각되어 옛것이 잘 보존된 미국문화보다는 새로 건설된 도심의 건물이 우뚝 솟아있는 곳이다. 한국의 기업으로는 기아와 현대자동차가 자랑스럽게 진입했으며 세계 대학순위 안에 드는 유명한 조지아 공대와 에모리대학까지 있어서 한국의 유학생들도 은근히 관심을 두는 곳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과 NBA 상위리그인 애틀란타 농구팀까지 있으니 스포츠매니아들이 많이 모이는곳이다.

애틀란타 풍경은 도심 속 높은 건물들이 현대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빌딩들과는 조금 다르게 진짜 미국 같은 생동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CNN 본사, 코카콜라(Coca-Cola) 본사, 조지아 아쿠아리움(Georgia Aquarium) 등 다양한 관광명소가 밀집되어있기도 하지만 유독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Marta 지하철, 스트릿 카 등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인 까닭일지 모르겠다. 공원과 밀접한 거리의 Marta 지하철역으로는 'Peachtree Center'역과 'CNN Center'역이 있으니 자동차 여행자들도 도착한 이후부터는 숙소 근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필자가 밟은 애틀란타의 첫 명소로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 (Centennial Olympic Park)을 선택했다. 100주년 기념올림픽이 있었던 1996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어 1998년까지 완공되었다고 한다. 도시 안의 공원으로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근처에서 근무를 하는 현지인부터 대학가의 학생들이 많은 이용을 하는 곳으로 잠시 들린 관광객들은 진짜 미국을 느끼기에 딱 좋은 공원이다. 근처에 진입하기도 전부터 러쉬아워였다. 우리나라 신촌 같은 이 느낌은 뭔가? 매우 젊은 도시같이 느껴졌다. 정차된 차 안에서 밝을 보니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을 중심으로 CNN 센터가 가깝게 보인다. TV에서 채널 돌리기로 접하는 뉴스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니! 공원 저편 조지아 아쿠아리움이 보이고 바로 옆 World of Coca-Cola가 자리하고 있었다.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밤이었고 멀리서 건물을 보는 데도 불 밝혀진 회사들의 로고가 눈에 확 들어와서 CNN과 Coca Cola는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흥미로운 이곳은 다음날 날이 밝으면 다시 오기로 일정을 만들어 놓았다.

공원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큰 빌딩이 많은 만큼 큰 주차타워도 많지만 경찰 사이렌만 울리면 얼음게임처럼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움직이지 않고 경찰차에 도로를 내어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경적도 거의 없었다. 얼핏드는 느낌은 무적함대 경찰같이 느껴졌다. 정신없는 뉴욕보다 많은 경찰차가 이상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공원에 축제가 열린 것 같다. 정보 없이 공원에 놀러 왔다가 도로에서 정체는 되었지만,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접할 것 같은 마음에 부지런히 주차장을 찾았다. 애틀란타의 밤은 사방팔방의 소음도 젊은 소리가 났다.

공원에서 웬 검색대인지! 보안 상자를 지나서 공원으로 들어가니 엄청 유명한 아이돌이 공연하는 것 같다. 여행자인 우리만 빼고는 모두 아는 가수이었는지 모두 합창하고 온몸으로 손뼉을 치며 공연을 흠뻑 즐기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열광하는 팬들로 공연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은 세계 모두가 같다. 엄청난 젊은이들이 모였고 애틀란타의 도시인구 40%가 흑인이라더니 진짜 전국의 젊은 흑인들이 모두 모인듯한 분위기였다.

한밤중에 7살짜리 어린 조카를 혹시 잃어버릴까 싶어서 인파 속에서 꼭 잡은 손을 절대 놓을 수 없는 긴장감도 기억에 남는다. 음악은 밤하늘의 은하수가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는데 제목도 알아둘 수가 없이 무대 위 공연은 계속 진행되었다. 재미있는 풍경은 수레를 끌고 음료수와 간식을 팔던 상인들의 모습이다. 사는 곳은 모두 틀려도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옥수수를 팔고 사탕을 팔고 각종 주전부리를 보여주며 다닌다. 게다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코카콜라의 근처답게 다양한 콜라를 고를 수 있도록 수레를 끌고 다닌다. 우연히 즐긴 축제를 마치고 나오니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 앞에는 대관람차가 멋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별것도 아니지만, 놀이기구 하나가 도시 한가운데 세팅된 탓에 매우 여유있는 공원 풍경을 자아낸다. 어두워질수록 밝아지는 애틀란타.

#이런 젊음의 도시가 요즘 홍역을 앓고 있다. 코로나19도 모자라 미국 독립기념일 전후 총격사건이 수십건 발생하는 바람에 애틀란타 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000명의 주 방위군을 투입할 정도다. 흑인의 비율이 높은 탓인지 인종차별 시위도 적잖은 곳, 앞으로는 쉽지 않은 여행길이 될 것 같다. 이 여행이 마지막 애틀란타 방문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