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 ‘원순씨’가 남긴 것
[박희진의 문화 잇기] ‘원순씨’가 남긴 것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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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감출 수 없다. 박 시장이 사라지고, 7시간 만에 그는 숨진 채 발견됐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이끌어온 사회 혁신가이자 3선 서울 시장으로 10년 간 활발한 시정 활동을 펼친 그의 죽음은 너무도 큰 충격으로 와닿는다.

박 시장은 오랜 시간 시민운동을 개척하고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키워 온 인물이다. 다양한 사회 영역을 시민 입장에서 혁신을 위해 헌신해왔기에 한국 사회의 시민운동 씨앗을 뿌리고 길러온 인물이라 불린다. 그가 보여준 ‘혁신’은 혁명이 아닌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획기적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순씨’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지만 사형 집행 참관이 싫다하여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부천 성고문 사건’과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변호하면서 ‘성희롱’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던 시절에 ‘성희롱은 범죄’라는 사회 인식을 끌어내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후에도 양성쓰기 운동이나 호주제 폐지운동 등에 동참하며 인권변호사로서 여성인권 향상에 매진한다.

2011년 이후 3선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그는 한결 같았다. 과감한 정치를 여지없이 보여주면서 온화하고 친절한 ‘원순씨’에서 서울시장으로서 과함하게 실천하는 정치인 박원순의 행보를 볼 수 있었다. ‘젠더특보’를 임명하고 ‘여성권익담당관’을 신설하였으며 ‘성 평등 도서관’을 여는 등 여성 인권 제고를 위한 사정에도 적극적이었다.

헌신적으로 사회변화를 이끌어온 그의 행보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함께 경험하게 하였고, 그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보를 지지해왔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해온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 제기 후 하루 만에 죽음을 택한 것에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그의 마지막을 향한 비난도 추모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필자는 그가 걸어온 그 길을 다시 돌아보고자 했다.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여성으로서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기업의 기업가로서 지금의 내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필자는 알게 모르게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그와의 추억이 길어질 듯 하다.

사회변화에 앞장섰던 박원순 한 개인이 해온 우리 삶의 변화들이 크다. 우리들의 변화된 삶에 ‘원순씨’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박원순 한 개인의 삶에서 상처받은 모든 분들에게도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