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 "문학 '뼈대' 영감받은 작품, 교감 흥미...관객 진입 면 다양"
부산비엔날레, "문학 '뼈대' 영감받은 작품, 교감 흥미...관객 진입 면 다양"
  • 이은영·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7.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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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예술감독...올해 비엔날레 “다양한 예술장르, 여러 층위 허구 덧입히는 것”시도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원도심 일원ㆍ영도 및 을숙도 등에서 펼쳐져
참여 작가 명단(34개국 90명 작가)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도시 ‘부산’의 다층적 이야기와 해석을 ‘문학’분야를 뼈대로 해, 전한다. 비엔날레는 시각예술작품을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 통상적 순서인데, 역순으로 진행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코로나 19로 그동안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요즘. 부산비엔날레는 행사 준비의  막바지에 돌입했다.

올해 국제적 행사인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내년 5월로 연기됐고, 국내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2월로 연기되는 등 국내외 굵직한 비엔날레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가운데,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행사를 연기하지 않고 계획대로 개막한다.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65일간) 부산 원도심 일원ㆍ영도 및 을숙도 등 부산의 여러 장소에서 문학ㆍ음악ㆍ시각의 예술 장르를 체험할 수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지난 15일, 서울 더프라자 호텔 4층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전시감독인 덴마크 출신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영상으로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전시장으로 선정된 공간은 부산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자 이야기들의 주요 무대다. 이야기들과 전시는 관람객을 도시의 다양한 지역과 공간ㆍ거리ㆍ건축물을 탐험 및 재발견을 시도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올해 비엔날레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측과 전시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 덴마크)ㆍ국외 참여 작가 등이 온라인 소통으로 진행됐고, ‘문학’을 중심으로 두고 시각과 음악 작업으로 풀어낸다. 각 각의 예술가에게 부산의 특징을 전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시각 예술가와 음악가가 작업을 선보인다. 이에 지난해 그 첫 단계로 11명에게 도시(부산)에 대한 이야기 혹은 시 집필을 의뢰했으며 지난해 말 책 집필이 완료돼 출판됐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지난 15일, 서울 더프라자 호텔 4층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참여 작가 명단(34개국 90명 작가(문필가 11명, 시각예술가 68명, 음악가 11명))을 공개하고, 전시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회견은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을 중심의 영상통화 대화 형식으로 열렸다.

행사 구성은 코로나 19라는 악재 속에도 행사 진행의 돌파구를 찾고자 한 주최 측의 노력이 역력했다. 영상을 통해 해외 작가와 행사 스텝은 여러 차례 소통했고, 국경과 세대ㆍ장르ㆍ문체가 다른 문필가들의 글을 하나의 문집에 모아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또한 이들 이야기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혹은 ‘함께 선보이는’ 다양한 예술 장르로 관람객을 맞이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시감독인 덴마크 출신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전시 구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문학을 부산비엔날레의 뼈대로 삼은 이유에 대해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은 “문학은 허구의 층위를 자아낸다는 측면에서 특별하고 상반된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라며  “이미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음과 동시에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서 문학과 조형ㆍ설치작품ㆍ회화를 통합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에 불씨가 일어날 수 있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람들의 손에는 항상 휴대폰이 들려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나는 그런 모습이 참 그립더라”라며 “책에 흠뻑 빠져들어서 나를 잊어버리는 경험. 책에 등장한 다양한  표현 속에서 나 자신을 망각하게 되는 경험이 좋다. 그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전시 기획 배경을 밝혔다. 

▲서용선 작가가 전시감독인 야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엔날레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은 “관객이 원하는 방식대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문집이 전시의 뼈대지만, 문집을 전혀 읽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전시를 생각하고 인지하는 진입 면이 많아 다양한 층위의 관객이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설희 전시팀장은 “전시에서 문학과 시각과 사운드를 모두 다 경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부산 영어방송과 오디오 북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사운드는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또한 사운드는 레코드로도 출간될 것”이라며 “시각적 부분은 전시 장소를 통해 볼 수 있고, 사운드는 전체 10장 이야기에 대한 10곡과 5편 시에 대한 5곡 총 사운드 파일이 완성됐다”라고 말했다.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예술의 확장성을 염두 해 두고 마련한 전시”라며 “예술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입국이 어렵지만 격리하게 된다. 격리 기간 중 전시 준비를 진행할 것 자가 격리 기간이 2주가 끝나면 현장에서 전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펜데믹 상황에서 전시 운영하는 모든 과정을 잘 기록해서 이 과정을 공유하는 온라인 프로그램도 준비할 예정이다. 부산 지역의 예술 공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상세한 프로그램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시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이번 기자회견은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을 비롯해 김성연 집행위원장과 이설희 전시팀장ㆍ참여 예술가 등이 참여했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기자회견이었지만 전시감독과 작가와의 질의 응답에서, 서용선 작가와 야콥 감독간의 위트있는 질문과 답변으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럼에도 야콥 감독과 참여작가들이 회견장에서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주최 측의 의도(작가와 감독의 소통 과정)와는 달리 회견 시간 대부분을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다. 작가와 감독간의 이해와 교감이 충분히 이뤄진 뒤 정리된 내용으로 회견이 진행됐어야 했다. 현장에서 뒤늦게 이런 과정을 보여주게 되면서 기자들이 감독과 참여작가들에게 질문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못한 점이 지적됐다.

한편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배수아ㆍ김혜순ㆍ김숨ㆍ편혜영ㆍ마크 본 슐레겔ㆍ아말리에 스미스ㆍ이상우의 이야기를 담은 일곱 개의 장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음 세 개의 장에 담긴 박솔뫼ㆍ김금희ㆍ안드레스 솔라노의 이야기는 부산의 원도심 일대의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진다. 김언수의 이야기는 영도 항구에 있는 한 창고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