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온라인 좌담회①]코로나 시대의 미술관 "‘온라인 미술관' 활용 및 국현 역할 강조"
[국현 온라인 좌담회①]코로나 시대의 미술관 "‘온라인 미술관' 활용 및 국현 역할 강조"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7.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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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미술관 역할과 미술관 위상, 미술관의 대표ㆍ작가ㆍ이론가가 참여한 온라인 화상회의 개최
심화된 좌담회 형태 좌담회 진행 발판 마련...시청자 "미술관에도 다양한 콘텐츠 필요, 단계적 논의 지속해야"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코로나19가 발병한 지 반년이 넘은 현재, 우리의 일상은 변했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더라도 발병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대응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 코로나19와 함께 가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는 ‘뉴노멀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와 이후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시대의 비전으로 ‘디지털 뉴딜’을 선포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특히 온라인수업과 오프라인 콘텐츠의 병행을 미래 지향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에 미술계에도  코로나19 속 미술관의 대응과 역할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코로나 시대의 미술관> 온라인 좌담회를 개최하고 해당 영상을 지난 20일(월) 오후 4시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코로나19라는 난국 시대에 미술관의 역할과 미술관의 위상을 새롭게 살피기 위해 미술관의 대표ㆍ작가ㆍ이론가가 참여한 온라인 화상회의가 개최됐다.

▲1)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2)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 3) 안규철 작가 4)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관장 5)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6) 송수정 미술정책연구과장(좌담회진행)(사진=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화상회의에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ㆍ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ㆍ안규철 작가ㆍ김성은 관장ㆍ박소현 교수기 참여했다.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술관의 미래ㆍ다양한 공공 프로그램의 지속적 추진 방안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온라인 좌담회는 약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발제와 토론으로 구성됐다. 특히 토론에서는 코로나 19 위기를 기회로 바꿀 여러 가지 의견과 정책적 요소들에 대한 의견교환이 진행됐다. 또한 국현의 온라인 미술관 콘텐츠 및 운영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오갔다. 좌담회의 진행은 송수정 미술정책연구과장이 맡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과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온라인 미술관’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규철 작가는 앞선 입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 미술관’의 가속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장소의 경험’대체할 수 없기에 ‘사전 예약’을 통한 소규모 집단에 개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공공의 개념이 아닌 ‘공유지로서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박물관·미술관 종사자 등 직면한 위기를 살피는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국현의 포괄적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번 온라인 좌담회는 코로나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한 미술계 전문가들의 유효한 주장이 모이며, 향후 좀 더 심화된 좌담회 형태의 진행 발판을 마련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온라인 미술관’과 디지털 기술 활용 새로운 대안”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감염병 시대의 미술관 실천과 과제’라는 주제로 기조발언을 했다. 윤 관장은 코로나19 여파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 예정이던 전시는 개막 날짜에 맞춰 개최되지 못하고 연기됐으며,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없어 영상 온라인 개막을 진행했다”라며, 현재 국현은 ‘온라인 뮤지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주년을 맞아 ‘광장’이라는 대형 기념 전시과 덕수궁 미술관에서 최초의 서예전시를 개최를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로 미술관은 개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현은 영상 온라인으로 전시 개막을 했으며, 담당 큐레이터가 80여 분간 전시 안내를 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온라인 뮤지엄’에 대해 윤 관장은 “개막행사부터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라인을 활용하는 것으로, 새로운 자료나 과거의 자료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 관장은 미술관에 대한 새로운 위상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작품 발표 형식이나 작품의 물리적 공간에서의 역할 등이 크게 변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술관 접근 방법에 대한 다양한 개념의 고민 및 공공성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온라인 미술관’과 다양한 디지털 기술 활용이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 “디지털 전시는 기존의 물리적 전시와 달라... ‘연대’ 중요”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미술관과 지역의 연대 및 국제적 연대의 변화와 대응 방안’의 내용을 발제했다. 국제 미술계의 동향을 통해 미술계의 미래 전망에 관한 의견을 공유했다. 전 관장은 국제박물관협의회와 OECD가 함께 개최한 웹 세미나 <코로나19와 뮤지엄: 영향과 혁신, 그리고 위기 이후의 계획>에 대한 분석과 유럽의 ‘뮤지엄 웹사이트’ 방문자수와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 방문객 증가 사례 등을 살피며 “실제 입장객보다 ‘뮤지엄 웹사이트’ 접속률로 그 뮤지엄의 역할을 통계로 잡을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

또한 전 관장은 후안 로카라고 바르셀로나 역사박물관장의 ‘계몽시대부터 계승된 뮤지엄의 개념은 개선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언급하며 “디지털 전시는 기존의 물리적 전시와 다르다는 것을 숙지해야하고, ‘연대’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또한 “뮤지엄이 사회를 재생시키는 데 적극적이고, 활성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전국의 공공미술관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관련 사업들을 공유해야한다”라는 주장과 “각 도시마다 지역ㆍ미술관별 차별성을 주력하는 분야가 있어야 하며, 네트워킹을 통한 상호협력이 필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전 관장은 ‘오프라인 협력망 사업’에 대해 말하며 “블록버스터 해외 미술전의 전국 국공립미술관의 공동 유치를 통한 예산절감과 각 지역의 문화 향유권을 재고 및 공공미술관 창작스튜디오의 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내며, 교류 협력망 사업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방법이라 강조했다.

안규철 작가 “미술관 ‘장소의 경험’,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어”

안규철 작가는 '(코로나19 이후) 작품 생산의 변화 및 작가ㆍ관객이 미술관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주제로 발제했다. 안 작가의 의견은 앞선 전 관장의 의견과는 차이를 보였다. 그는 “미술관은 나와 타자를 만나게 하는 플랫폼”이라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 19는 개방과 교류를 근본 동력으로 삼아온 동시대 미술의 기반을 흔들어 놨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하는 전망 속에서 새로움이 아니라 익숙한 것으로 회귀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과 생존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세계에서 개방과 실험을 추구해온 미술가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에 의한 미술관 문제에 대해 “‘장소의 경험’과 미술 작품의 비교를 통해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기준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미술관’의 가속화 경향 및 수요는 더 커지겠지만, 미술관 경험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라며 ”전면적인 ‘온라인화’는 미술관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미술관의 근거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장소에 머무는 경험’에 대해 ”일상과 다른 시간의 경험이자 만남과 고요한 관조의 경험“이 미술관 경험의 본질이라며 ”작품 앞에서 낯선 타자를 만나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능동적 경험은 유튜브가 대체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안규철 작가

안 작가는 ”물리적인 장소로서 미술관의 기능을 팬데믹 상태에서 가능한 형태로 살려내는 것이 미술관의 가장 시급한 형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전 예약 형식’을 관람 인원을 제한해 ”소규모 집단에 개방하는 형식으로, 미술관의 일반 관람이 금지되는 동안 개별 관람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미술의 아카이브로서 기능의 문제”에 관한 의견도 냈다. “미술관은 소장 작품의 선정뿐 아니라, 전시기획 출품작과 선정을 미술관 바깥에 있는 미술에서 평가하고 그것을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미술과 비교해 가치가 인정되는 것을 미술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 팬데믹으로 미술의 가치평가 기준을 해외의 주류 미술과의 비교로부터 가져오기 어렵게 됐다. 우리 스스로 기준을 마련한다”라고 했다. 그는 가치 있는 미술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원점에서 성찰하고 미술과 미술관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것이 국현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이외도 관객이 없는 텅 미술관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참신한 의견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공공의 개념’ 내려놓고, ‘공유지로서 미술관’ 돼야”

김성은 관장은 '미술관과 미술의 역할의 다양한 방식ㆍ확산된 방식의 실천'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코로나 시대 미술관의 실천적 전략들을 공유했다. 그는 특히 ‘공유지로서 미술관 역할의 변화’에 맞춰 발언했다. 2018년에 진행했던 퍼블릭 프로그램 중 ‘메타 뮤지엄 프로젝트’을 언급하며 김 관장은 “기존 미술관 간의 사이, 미술관의 여러 주체ㆍ주체가 되지 못했던 대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하자는 내용”이라며 “미술관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수립하는 방식을 실험하고자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메타 뮤지엄 프로젝트’ 진행 방식에 대해 “온라인 공간 외에 관점ㆍ공동체ㆍ공유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리라며 “미술관을 둘러싼 관점의 전환과 다양한 관점들이 미술관 플랫폼과 공명이 가능한지를 살피는 ‘관점 실험’ㆍ질문을 설정해 백남준아트센터 내 미술관 자원봉사자ㆍ시설관리나 미화ㆍ보안을 담당하는 미술관의 노동자 등의 공동체들과 함께 미술관 공동체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공동체 실험’ㆍ공유지 개념에 미술관을 접목할 때 어떤 형태고, 공유지의 활용방안 등을 살핀 ‘공유지 실험’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이라는 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비대면과 비접촉 방식의 전환 측면에만 치중하기보다, 변화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과 방향설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국립미술관과 공공미술관은 공적자금으로 운영된다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데, ‘공공의 개념’을 내려놓고 함께 움직여 영유하고, 영유 행위로 공통의 감각을 만드는 공유의 활동이 일어나는 ‘공유지로서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물리적인 공간으로의 미술관 기능과 미술관에서 일어나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의 가치가 ‘만남’과 ‘공유’라고 강조했다.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박물관·미술관 종사자 직면한 위기 살펴야...국현 포괄적 역할 필요”

박소현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미술관의 대응과 미래를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에 미술관이 맞이할 인적ㆍ물적ㆍ기능적 변화와 위기 등을 짚어냈다. 박 교수는 “미술관의 무기한 휴관으로 온라인상에서 전시ㆍ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또한 팬데믹의 장기화나 일상화 상황에 대한 준비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라는 용어를 고민하게 했다”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미술관이 수행해야 할 과제에 대해 “코로나 상황들로부터 상처받고 망가진 사회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가 고민돼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유네스코 ICOM에서 발표한 박물관·미술관 종사자들의 위기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언급하며 “해외의 박물관·미술관들에서 80% 이상의 직원들을 재택근무 시키고 있으며, 재택근무 와중에 단기계약 직원은 한 6% 정도는 더 이상 재계약의 전망이 없다”며 코로나19로 박물관의 기존 역할이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업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문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네스코 ICOM에서 진단한 “폐관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하는 것이 지역 간 격차”에 대해 발언하며, 박물관·미술관의 기본 기능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굉장히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 교수는 “박물관·미술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면한 위기와 박물관·미술관의 수집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를 긴급 타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물관의 기본 기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박물관 미술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한다는 의견이나, 박물관·미술관은 시장원리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 회복’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 교수는 “개발과 무분별한 자연 파괴의 연장선에서의 미술관 내 성찰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경쟁하거나 상처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의 연대’와 ‘공동의 삶’을 기획하는 것”과  “국현의 위상에 걸 맞는 포괄적 역할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외도 함께 사는 공동의 삶ㆍ사회적인 삶을 고민 등과 같은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ㆍ임시조치로 마련된 ‘온라인 뮤지엄’에 대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논의ㆍ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의 대응책ㆍ 미래세대의 삶의 조건과 환경과 예술ㆍ문화유산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일(월) 오후 4시 온라인 좌담회를 실시간으로 본 시청자는 “미술관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가치 있는 삶의 실마리를 주는 미술관이 코로나19로 인해 상처 입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원론적인 느낌이 드는 내용도 있었지만 이러한 논의가 단계적으로 지속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온라인 좌담회를 시작으로 미술계 전반의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과 미술계 전체의 상생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보는 자리가 활성화되길 희망한다. 예측할 수 없던 코로나19 재난상황과는 달리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보다 체계화된 대응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난간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