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박재동 화백 미투는 ‘미투’인가? ‘기획된 미투’인가?
[발행인 칼럼]박재동 화백 미투는 ‘미투’인가? ‘기획된 미투’인가?
  • 이은영 발행인
  • 승인 2020.07.31 0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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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로 판결난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성추행 건 데쟈뷰?
서울시향 직원, ‘기획미투’ 등으로 기소된 사건 주목해 봐야
가짜미투 피해자의 무너진 인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발행인]우리 사회에서 ‘미투’ 피해자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분들에게 먼저 지면을 빌어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용기를 낼 것을 요청한다.

지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용기로 촉발된 미투운동이 가려졌던 약자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치유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 왔다. 이에 앞서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응징한 남정숙 전국미투피해자연대 대표(전 성균관대 교수)가 있다. 이들의 용기로부터 지금까지 제2, 제3의 서지현, 남정숙이 나오고 피해구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이 용기를 내서 ‘With You’를 외치며 미투를 견인해 놓으니 이를 악용한 ‘가짜미투’, ‘기획미투’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진짜 피해자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필자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는 ‘가짜미투’, ‘기획미투’ 사건은 2014년에 있었던 ‘서울시향 사태’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를 시향 직원들이 성추행 등으로 무고해 그를 사회에서 매장시킨 중대한 범죄였다. 6년 가까운 지리한 소송 끝에 올해 3월 대법원 판결로 박 전 대표는 모든 혐의를 벗었다. 박 전 대표는 1심에서는 폭행건으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데다 박 전 대표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함으로써 무죄로 판단했다.

‘가짜미투’를 했던 서울시향 직원은 무고죄로 입건 됐으며, 5천만원의 피해배상금까지 물게 됐다. 이 직원을 포함해 박 전 대표를 음해모의한 10명의 직원들은 기소됐다. 여기에 가담했던 정명훈 전 서울시향 지휘자의 부인 구 모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해 시나리오를 짜고, 스스로들 감탄해 하던 단톡방의 저급한 대화들이 공개됐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아버렸다. 한 인간을 파괴하기 위한 그들의 집단 광기가 얼마나 집요했는지. 결국 그들의 범죄로 삼성 임원 출신의 경제전문가이자 우리사회 한 여성리더의 삶은 철저히 망가졌다. 당시 언론의 집중포화로 그에게는 성추행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사회의 따가운 눈총으로 지금까지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실추된 명예회복과 사회복귀는 언제일지 요원하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를 음해하기 위해 모의한 단톡방 대화내용.(자료출처=한국일보)

이 후 이들 중 8명은 전국미투피해자연대를 찾아가 자신들이 성추행 피해자라며 눈물까지 흘리며 피해호소를 했다고 한다. 모두가 깜빡 속을 정도로 그들의 연기력은 출중했다. 아마도 그들은 재판에서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이 단체를 이용하려 했을 의심이 든다.

아직 결론이 난 일은 아니지만, 필자는 최근 박재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만화가)의 성추행 미투 사건을 보면서 서울시향 사태가 데자뷰 됐다. 권력의 자리에서 특정인이 추락되는 과정에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의 행위가 너무나 유사해 보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박재동 화백은 자신을 미투 가해자라고 지목하며 첫 보도했던 SBS 방송사를 대상으로 정정보도 재판을 진행중이다. 1심 판결은 박화백이 패소했고, 항소를 한 상태다.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 모 작가의 진술이 계속해서 번복되는 상황에서도 재판부는 증인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아직 판결이 끝나지 않았기에 결과는 예단할 수는 없다.

인터뷰에 응하는 박재동 화백
박재동 화백(서울문화투데이 DB사진)

피해자 호소 귀 기울여야, 반면 가해자 지목된 자를 범죄자로 바로 단정하는 우 범하지 말아야

이 모 작가의 박 화백 성추행 폭로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박재동 화백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를 범죄자로 확신하고 단정해 버린 결과가 아닐까? 범죄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그를 두둔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지레 움추린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추이를 지켜본 후 그 결과를 판단하기로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엊그제 박재동 화백에 대한 ‘기획미투’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기사([단독]박재동 화백 ‘치마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게 또 주례 부탁하나’반박. 7.29일자)가 올라와서 큰 관심을 끌었다. 새벽에 올라온 기사가 아침에 포털사이트 2위에 올라갈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기자가 기사를 처음 접한 오전 9시에 벌써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었다. 그런데 1시간 후인 10시경 돌연 기사가 사라졌다.

기사는 박재동 화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 모 웹툰작가의 반론까지 질의응답을 통해 상당량 반영됐다. 삭제된 이유는 성범죄 발생 시 무조건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해야 한다는 준칙에 따라서라고 한다. 한 언론에 따르면 기사를 쓴 강 모 기자는 기사삭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사마다 자신들이 정한 준칙이 있으니 그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지켜 볼 뿐이다.

경향 기사에는 박재동 화백이 SBS방송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재판에서 이 모 작가와 그 동료의 카톡내용도 공개됐다. 당시 성추행을 당해서 식음도 전폐하고 있다는 이 모 작가 남편의 페이스북 글과는 부합되기 어려운 형태의 말들이 오갔다. 오히려 ‘언어의 역동성’마저 느껴졌다.


(동료작가) : “ㅎㅎㅎㅎㅎ 다음 실검 순위 3위”
(이 모 작가) : “오 슬슬 올라 오는구나 , 검색해줘야징 그럼. ㅋㅋ 컴으로도 폰으로도”
(
동료작가) : “오호 그러쿤. 네이버 1위. 빅엿이네. 이 정도면 ㅎㅎㅎㅎㅎ ㅋㅋ
(
이 모 작가) : “실검 1위, 이X경 웹툰 작가”
(
동료작가) : “지드레곤 입대하는데 ㅋㅋ 너땜에 묻혔어”
(
이 모 작가) : “지디(지드레곤)보다 내가 위라니 ㅎㅎㅎ”

또 다른 날에는 만화계 내부와 관련해서 이런 대화도 있다.

(동료작가) : “이번 기회(*미투)에 개박살 내자”
(
이 모 작가) : “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지대로 못하네~ 이번 기회에 아주 밟아버려야지.”

만화가협회 이사장 선거와 관련해 이 모 작가와 동료작가가 나눈 대화. 2017년 5월은 이사장 선거를 앞 둔 시점이고, 2018년 3월은 이 모 작가가 박재동 화백 '미투'(2018.2.27) 이후.
만화가협회 이사장 선거와 관련해 이 모 작가와 동료작가가 나눈 대화. 2017년 5월은 이사장 선거를 앞 둔 시점이고, 2018년 3월은 이 모 작가가 박재동 화백 '미투'(2018.2.27) 이후. (자료=만화계 성폭력 진상규명 위원회, 성평등시민연대)

이 모 작가는 경향신문의 취재에서 “당시 카톡대화는 절친한 사이에서 나눈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으며, 당시 힘든 상황에 대해 지인과 자조적으로 농담을 나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톡 대화중에는 이틀 사이 수㎏이 빠졌다는 내용과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성폭력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을 강요할 수 없다는 수칙이 있는 것으로 안다. 존중한다.

그러나 이 모 작가의 카톡에서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를 제거하기 위해 펼친, 뒤틀린 공작'판'이 떠오르는 것은 감출 수 없다.

피해자 주장하는 이들의 유사한 대화 내용 놀라움

다시 서울시향 사태로 돌아가 보자. 당시 서울시향 직원들은 박 전 대표를 성추행 가해자로 만들기 위해 직원을 섭외하고, 변호사가 구성해준 ‘소설’을 현실에 옮겼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행태는 마치 축제를 준비하는 자들이었다. 박 전 대표를 조롱하며 그것을 또 씹고뜯고 즐겼다.

문제의 시향직원들은 밖으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서울시와 언론에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안으로는 단톡방에 모여 가해자로 지목돼 수세에 몰린 박현정 전 대표를 놓고 낄낄댔다. 그리고 그를 사회에서 영영 매장시킬 다음 단계를 계획한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향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세간의 엄청난 손가락질을 받으며 문밖 출입은 고사하고 인터넷을 보는 것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도 두렵다고 했다. 가끔 이용하던 택시와 식당에서 심한 모멸감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그렇게 전도유망하던 우리 사회의 한 여성리더는 '가짜미투'로 무너져 버렸다. 그의 부정당한 인생이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온전히 보상될까?

서울시향 박현정 전 대표 사례 등 반면교사 해야 할 때

필자는 현재도 ‘미투’를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그동안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기사를 통해서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피해자 입장을 대변해 왔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와 예술계가 취해야 할 태도와 정책을 요구했다. 그 결과 가깝게 지내던 몇 몇 예술가들로부터 멀어지며, 들려오는 원망과 비난의 목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번 박재동 화백의 미투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점들을 발견한다. 경희대 김민웅 교수가 재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과정을 페이스북에 정리한 글과 양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서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김 교수는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 모 작가의 진술이 7번이나 번복되는 과정에서 그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진술의 일관성이 깨진 것이다. 이 모 작가측에서는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의 오류라고 했다. 그러나 언론에는 박 화백의 성추행 사건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해 왔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 기억의 오류라는 말을 액면 받아들 일 수 있을까?

미투는 대부분 당사자들밖에 알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라고 호소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히 피해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가해자는 응당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분노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데 거짓미투라면?기획된 미투라면? 그에 희생된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 사람이 평생을 쌓아온 신뢰와 명예, 그가 지켜온 가치는 일순간 추락해 버린다. 한 인간의 일생이 부정당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바로 ‘서울시향 사태’다. 이 외에도 충남의 여고 교사, 동아대 교수 등과 전국미투피해자연대에서 접한 유사 사례들도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재동 화백의 미투건은 아직도 진실은 알 수 없다

박현정 전 대표의 사례를 보듯이 특정 집단과 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투에 있어서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매장은 한 순간이고, 한 사람의 인생은 진실과 관계없이 철저히 부정당하는 현실, 목숨마저 오가는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옥석은 반드시 가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