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남·북 횡단하는 ‘공간이음’ 열어…“국악박물관 미래를 향한 박물관으로”
국립국악원, 남·북 횡단하는 ‘공간이음’ 열어…“국악박물관 미래를 향한 박물관으로”
  • 김지현 기자·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8.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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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음악자료실’ 개실, 단행본·신문·잡지·팸플릿·영상·음원 등 5천여 점 자료 일반 공개
기획전展 ‘모란봉이요 대동강이로다’ 지난 7일 시작~12월까지, “남과 북 다름보다 같음에 주목”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국악과 국민, 그리고 남과 북을 연결하는 복합문화공간 ‘공간이음’이 개관했다. 이와 함께 북한음악자료실 개실 기념 기획전시는 연말까지 진행된다.

이에 지난 7일 국립국악원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기존 국악박물관 3층의 자료실과 기획전시실을 개편한 ‘공간이음’을 소개하고, 이를 기념해 마련된 북한민족음악 기획전시 ‘모란봉이요 대동강이로다’와 주요 전시품에 대해 설명했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전통문화 보존·기록은 국가의 중요한 여러 책임 가운데 하나”라며 “작년 박물관 리뉴얼 이후 ‘공간이음’을 올해 선보여 그간의 수집 자료들과 북한문화예술에 대한 기록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희선 국악연구실장은 “‘공간이음’은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의 기능을 갖춘 전통공연예술 자료의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의 새 이름”이라며 “국악과 관련된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료가 모여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국립국악원은 이날 ‘공간이음’에서 그간 수집해온 북한음악 관련 자료를 집대성한 ‘북한음악자료실’의 개실을 강조했다.  김 연구실장은 “2016년도 문체부의 특수자료 취급인가를 받아 북한 자료 취급이 가능해져 수집을 시작했다”라며 “학술, 교육, 창작의 여러 분야에 도움이 되도록 체계적으로 수집했으며 최종 정리를 거쳐 공개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왼쪽),김희선 국악연구실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송상혁 학예연구사는 ‘공간이음’만의 차별성에 대해 “음악 전문 박물관으로서, 가급적 음악·영상으로 분단 이후 북한 음악의 전개 과정을 보이려 했다”라고 말했다.  

‘공간이음’의 공간 중 국악자료실은 2만 3천여 권 국악전문도서 및 5만 4천여 점 전통 공연 예술 시청각 자료를 보유, 도서관의 기능을 한다. 곳곳에 음악·예술 관련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방문객의 편안한 열람을 돕는다. 또한 기증자 서적을 위한 전시 공간도 있어 박물관의 역할도 할 예정이다. 

국악자료실 중앙에는 소장 자료 검색을 위한 열람 컴퓨터가 배치돼 누구든 국악아카이브에 접속·이용할 수 있다. 국악박물관이 보유한 영상·음향·사진·팸플릿 등 비공표 국악자료 44만여 점을 찾아볼 수 있으며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인쇄는 허용하지 않는다.

▲국악자료실 중앙에서는 국악아카이브를 살필 수 있다

'북한음악자료실'은 일반에 공개 가능한 5천여 점의 단행본, 신문, 잡지, 팸플릿, 영상, 음원을 살필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이 공간을 활용해 북한 공연예술 전문연구기반을 확보를 목표로 한다.(비공개 포함 소장 자료는 총 1만 5천여 점)

또한 1950-60년대 북한 유일의 음악잡지 ‘조선음악’과 예술잡지 ‘조선예술’도 보유하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천현식 학예연구사는 “음악 이론, 악기학적인 학술적 측면에서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북한음악자료실은 열람을 원하는 방문객은 기록을 남긴 후 이용할 수 있다.  

▲기증전시 자료를 설명하는 모습

지난 8일부터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음악자료실 개실을 맞아 마련된 ‘북한민족음악기획전: 모란봉이요 대동강이로다’展으로, 분단 70년의 역사를 지닌 남과 북의 음악자료를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남과 북의 같고 다름의 이해' 및 '동질성 회복' 등을 살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북한의 음악가와 민족음악 ▲월북국악인 ▲민족기악 ▲민족성악 ▲민족가극 ▲민족무용 여섯가지로 나뉜다.

▲'북한음악자료실' 이용절차

전시 초입에 마련된 ‘프롤로그’에서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서도소리를 만날 수 있다. 스피커와 영상 통해 분단 이전 북녘 유성기 음반 속 명창 이정화, 문영수, 김진명과 더불어 평양 권번 출신 명창 최순경, 김옥엽, 이진봉이 꾸민 서도소리의 정수를 감상 가능하다. 

송상혁 학예연구사는 100년 전 울려 퍼진 명창들의 목소리를 두고 “분단 이전 남과 북의 소리가 그리 다르지 않았다”라며 둘 사이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전시를 통해 “남한과 북한의 다름보다는 같음에 더 주목했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음악가와 민족음악’은 분단 이후 전통에 기반한 창작곡 제작과 악기 개량에 매진하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양악인들과 연합한 북한의 음악가들을 소개한다. 송 학예연구사는 “남한이 전통의 보존·계승·유치에 힘쓴 반면 북한은 현대적 음악으로 나아가고자 힘썼으며 그 근간에는 주체사상이 깔려있었다”고 덧붙였다. 

▲송상혁 학예연구사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월북국악인’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연주와 창작, 교육 분야 등 민족음악 전반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현대 북한 민족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월북음악인의 활동이 소개됐다. 북한 민족음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가야금·거문고 명인 안기옥, 가야금 산조와 병창 명인 정남희, 판소리 명창 조상선 등에 대한 자료를 살필 수 있다.

‘민족기악’에서는 관람객은 멀티미디어 체험을 통해 북한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옥류금, 21현 가야금, 장새납 등 15종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악기카드를 골라 슬롯에 넣으면 전면의 화면으로 연주 영상이 소리가 나온다. 

전시에서는 민족적 형식과 현대적 미감을 갖춘 민족기악이 설명된다. 민족 악기와 양악기를 배합한 북한식 ‘배합관현악’의 편성은 민족기악 연주에 새로운 음색을 불어넣었다고 박물관은 공개했다.

‘민족성악’에서는 북한의 민요채록 및 발굴사업에 대해 살필 수 있다. 박물관 측은 ‘민족성악’의 키워드를 "민족성·현대화·과학화"로 꼽으며, "전국 각지에서 채보된 민요를 계승·발전시켜 민족성을 강조했다"라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전통성악의 진성 창법인 서도소리를 토대로 서양 성악의 고음 발성법을 활용하는 등, 과학적 원리와 방식으로 발성법 이론을 완성한 민족성악을 확인할 수 있다. 

▲송상혁 학예연구사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민족가극’에서는 <춘향전>이 ‘흐름식 입체 무대’의 축소 버전으로 설치돼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김 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극이 장면 전환을 위해 막간 틈을 둔다면 민족가극의 ‘흐름식 입체 무대’다"라며 "배경 장치들이 무대 좌우로 움직여 장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라고 밝혔다.

‘민족무용’에서는 전통 민속 위에 사회주의 내용을 형상화하며 발전해온 북한의 춤 문화를 보여준다. 4대 명작무용에서는 사과를 따는 동작과 키를 켜는 동작이 율동화 돼, 노동생활의 사실적인 묘사를 발견할 수 있다.  식민지 시기와 해방 정국에서 활동하고 조선무용의 체계화에 크게 공헌한 세계적인 여성 무용가 최승희의 ‘조선무용기본’ 등도 배치돼 있다. 

이외에도 북한의 문화유산 봉산탈춤 등의 연희와 평양 검무의 기예를 사진과 영상 음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북한 발행의 음악관련 우표가 전시돼 남북의 같고 다름을 비교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공연 및 학술회의, 특강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지난 7일에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록과 상상’이 무대에 올랐다. 오는 11일 우면당에서는 ‘북한의 민족음악유산’을 주제로 제6회 북한 음악 학술회의와 공연 ‘북녘의 우리소리’가 개최된다.

강의는 지난 8일 시작으로, 10주간 매주 토요일 13시 30분 국악박물관 국악뜰에서 열린다.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전시 관련 특강을 진행한다. 

지난 10일 문을 연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공간이음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주말에는 휴관한다. 단체 관람 예약은 국립국악원 누리집(http://www.gugak.go.kr)에서 가능하다. 

한편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는 임재원 국립국악원장·김희선 국악연구실장·박지선 학예연구사 등 국립국악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간이음’을 방문하기에 앞서 국악박물관 2층에서는 무형문화재 악기장들의 악기 제작 과정이 시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