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스케치]서울시립미술관 퍼포먼스展, 장르의 동시대성과 마주하다
[전시장 스케치]서울시립미술관 퍼포먼스展, 장르의 동시대성과 마주하다
  • 김지현 기자ㆍ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8.13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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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展 서소문 본관... 지난 12일~11월 15일까지
18명 작가가 40여 점 작품, 일부 퍼포먼스 현장-라이브 스트리밍 동시 진행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미술계의 대응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회화나 조각 등은 온라인 전시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작품 감상이 가능하지만, 퍼포먼스는 여러 제약으로 작가와 관람객의 만남을 통해 완성된다. 비물질적이고 일시적인 요소가 시각화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발병 이후 ’작가-관람객의 순간적 만남이 빚는 퍼포먼스의 구현 방식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시대적 퍼포먼스‘를 탐구하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하나의 사건’展으로 시각예술의 주요 장르로 부상하고 있지만 낯선 분야기도 한 ‘동시대 퍼포먼스’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퍼포먼스만의 특성을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지난 12일 시작했으며, 오는 11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 전시실과 세마휴에서 진행된다.

‘퍼포먼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0 전시의제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퍼포먼스’의 역할, 현시대 작가들이 고민하는 ‘퍼포먼스’의 본질을 탐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김희진 학예연구부장은 전시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시 시작에 앞서 지난 12일 오후 2시 ‘하나의 사건’展 기자간담회가 사무동 1층에서 열렸다. 코로나 19 여파로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 이후, 약 7개월 만에 재개된 간담회의 취재 열기는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무용ㆍ공연ㆍ음악ㆍ시 등을 포괄하는 예술적 장르 ‘퍼포먼스’를 전시 주제로 선정한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의 시각예술 장르로 '퍼포먼스'를 다각로 살피고, 깊이 있는 연구 발판의 기회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간담회가 시작됐다.

김희진 학예연구부장은 전시 의도에 대해 “비정형성과 비물질성을 갖는 ‘퍼포먼스’는 코로나 시대에 체감되는 의제“라며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퍼포먼스’의 가능성을 묻기 위해 18명의 작가가 40여 점의 작품으로 또 다른 연결을 모색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라이브 퍼포먼스ㆍ설치ㆍ조각ㆍ회화ㆍ영상 등이 소개되며, 전시 기간에는 100여 회의 현장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현장 퍼포먼스 중 일부는 미술관 인스타그램(@seoulmuseumofart) 계정의 라이브 스트리밍과 동시에 진행된다.

▲엔조이! 토탈 인터미션, 디오라마비방씨어터_송주호

전시는 ‘기록, 현장, 시간, 신체적 현존’이라는 네 가지 개념에서 장르를 접근했다. 전시 구성은 ‘부재의 현장성’ㆍ ‘마지막 공룡’ㆍ ‘무빙 / 이미지’ㆍ‘이탈’로 네 개로 나뉜다. 특히  ‘퍼포먼스’를 다각도로 살피기 위해 해당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3명의 기획자들을 외부에서 초청해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의 기획 의도 및 전시 내용 등은 강세윤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를 시작으로 김정현ㆍ김해주ㆍ서현석 3명의 초청 기획자들이 차례로 각각의 섹션을 소개했다.

‘부재의 현장성’ 섹션을 맡은 강세윤 학예연구사는 “물성보다 사건의 의미가 강조되는 ‘퍼포먼스’에 주목했다”라며 “비물질적이고 한시적인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재생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장르를 보완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스코어ㆍ기록 같은 퍼포먼스의 흔적을 살펴보고, 라이브 퍼포먼스와 유기적 관계 및 변주 가능한 저장소로서의 가능성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더비쉬 스커트, 알렉스 체케티

‘마지막 공룡’ 섹션을 맡은 김정윤 초청기획자는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던 중 코로나19가 발발해 전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됐다”라며 “미술관의 특수성이 시대착오적인 것이 돼가는 이 상황을 ‘마지막 공룡’이라는 주제로 표현했다”라고 했다. 또 “작가들 역시 ”우리가 마지막이다“라는 의식으로 그 짧은 순간을 의미 있게 할 방법을 모색했다”라고 설명했다.

짧은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면, 그 순간을 목격하고 기억하는 일은 관람객의 역할이다. 김정윤 기획자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미술관의 현재와 그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무빙/이미지’ 섹션을 맡은 김해주 초청기획자는 “회화․비디오․설치 등 시각예술과의 결합교차 실험을 통해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라며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또 “야외 공간을 활용해 공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관객의 물리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준비됐다”라고 소개했다.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김해주 기획자의 섹션은 ‘보는’ 전시를 넘어 ‘하는’ 전시로 나아간다. 특히 체험적 요소가 많아, 관객도 예술가가 돼 작품의 일부로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죽은 사람의 사진을 찍지 마세요, 정아람

‘이탈’에 파트에 대해 서현석 초청기획자는  “퍼포먼스는 작가의 신체가 곧 작품이기에 작가 사후 작품은 어떻게 될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퍼포먼스를 대표하는 작품 10편을 VR로 재해석해 관객이 가상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라며 ”VR 기술이 지닌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작 재현을 넘어 당시 작품이 제기한 문제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해석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 기획자는 예측불가능성을 반기고 불협화음을 감추지 않았다. VR 기술의 특성을 매끄럽게 다듬기보다 부각시키는 쪽을 택해, 오늘날의 관객과 옛 작품의 생동감 있는 만남이 예고된다.

‘퍼포먼스’에 대한 기획자들의 설명을 듣고 나니, 결국 모두 ‘만남’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을 이야기한다고 생각됐다. 간담회 자리에서 주최 측과 기자들은 마스크로 가려진 채 서로를 만났지만, ‘퍼포먼스’ 예술이라는 주제를 나누며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다.

특히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이탈'섹션에 대해 서현석 초청 기획자가 설명하는 모습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중 코로나 시대 자가 격리 중 관객의 소환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작가 스티븐 콱의 작품 ‘컨택’ 등 대표작은 변화되는 사회 상황을 작업에 즉시 반영해, 예술 장르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이를 마주하는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알렉스 체케티 작가의 ‘더비쉬 스커트’는 관객이 직접 스커트를 입고 스튜디오 회전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작가는 관객에게 체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작가가 중시하는 종교적 철학과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한다.

세마휴에 전시된 ‘마음 닿지 않는 곳에’를 통해서는 고급예술로 장르로만 여겨지는 ‘전통성악’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임을 강조한다. 사운드ㆍ뺑뺑이ㆍ잡초 등 다양한 요소를 완성된 작품에서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마음 닿지 않는 곳에, 박민희

아울러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하루 동안 전시의 모든 현장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는 ‘뮤지엄나이트’가 오는 28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장기화와 계속된 장마로 지친 시민들을 문화로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퍼포먼스 일정은 미술관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또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발열체크 후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문의02-2124-8800).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김희진 학예연구부장, 송은숙 교육홍보과장, 강세윤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정현·김해주·서현석 초청 기획자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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