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자식 생각에 가벼워지는 보따리 무게
[정영신의 장터이야기]자식 생각에 가벼워지는 보따리 무게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0.08.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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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25)

 

1988 전북 진안장 ⓒ정영신
1988 전북 진안장 ⓒ정영신

예전에는 여인네의 머리 위에 보자로 싼 보따리가 올려있었다.

물건 하나 사서 머리에 이고, 추운 날, 손을 주머니에 넣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장()을 봤다.

 

1991 전북남원장 ⓒ정영신
1991 전북남원장 ⓒ정영신

 

온종일 보따리를 인 채 장터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박씨여인을 따라다녔다.

장터에서 만난 여인들을 보면 물건하나 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격을 흥정하고,

덤을 얻고도 모자라 입 안 가득 먹을 것을 집어넣을 때도 있다.

도시로 나간 자식이 온다며 온갖 것을 사서 보따리에 넣는가 하면,

공짜로 주는 뜨끈뜨끈한 정()을 보자기에 넣어 이고 가는 풍경은

내 어머니이기도 하다.

 

1992 충북영동장 ⓒ정영신
1992 충북영동장 ⓒ정영신

 

할머니가 무거운 짊을 이려고 해서 도와드린다고 하니 그러신다.

암시랑토 안해, 개보와. 보깡하고 힘 한본 쓰문 됀당께.”

생을 얼마쯤 살아오면 할매 같은 배짱이 나올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온몸으로 살아낸, 온몸으로 자식들을 살려낸 엄마의 힘이다.

 

1993 전남구례장 ⓒ정영신
1993 전남구례장 ⓒ정영신

 

새끼덜을 포도시 믹이기만 해서 짠허다는 우리엄마들의 목소리가

따사로운 햇살 속에 퍼져 바람길 따라 자식에게 전해진다.

이것은 엄마들이 살아낸 한 생()이다.

 

1992 전남구례장 ⓒ정영신
1992 전남구례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