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술포럼①] 공연시장 과제와 활로…“온·오프라인 병행 메뉴얼 필요”
[코로나19 예술포럼①] 공연시장 과제와 활로…“온·오프라인 병행 메뉴얼 필요”
  •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8.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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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축제·국악·온라인 플랫폼 분야 전문가 6명 모여
한승원 HJ컬쳐 대표 “시장 문제 대처하고 다양한 수익 모델 찾아야”
고강민 마방진 대표 “공연취소보험 적용 대상 민간으로 확대되길”

[서울문화투데이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수도권 지역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각종 문화예술계의 쇼케이스, 기자간담회가 연이어 취소됐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예술시장은 당장의 위기를 해결하고 장기적 활로를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섰다. 현상황을 점검해 대안·정책을 제안하고 팬데믹 위기를 타개하고자, 공연·미술계 현장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예경)
▲1부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 현장스케치(사진=예경)

‘공연·미술시장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연·미술계 활성화를 논하는 자리가 지난 1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 마련됐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예술분야 기관 7곳이 진행해온 ‘코로나19 예술포럼, 예술의 가치와 미래’의 3회차 포럼이다. 

첫 순서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에서는 코로나19가 야기한 어려움과 코로나19로 인해 부각된 이전의 문제들이 드러났으며, 온라인 시장 성장의 장·단점과 이에 따른 오프라인 시장이 변화가 다뤄졌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대한 공연계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다. 

김혜진 예술경제지원본부 본부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공연·축제·국악·온라인 플랫폼 등 분야의 전문가 6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소주제 ▲코로나19가 공연시장에 미친 영향 ▲공연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 ▲지원 정책 방안이 순서대로 다뤄졌다. 기조 발제자 없이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공개돼 실시간 채팅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코로나19 마주한 공연계: 기존 시장 문제 재조명, 온→오프라인 공연 숙제

동일한 난관에 맞닥뜨려도 체력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는 명확하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고민할 수 있던 문제가, 아프거나 지칠 때에는 커다란 바윗덩어리처럼 버거울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마비된 공연계는 시장 구조의 고질적 문제가 부각됐음을 이야기했다.

고강민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공연계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라며 “정부 지원, 빈약한 관객 층 의존했던 기형적 구조가 붕괴 중이라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공공극장이 문을 닫고, 이제는 민간이 어렵게 유지해온 일부 연극 뮤지컬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태진 세종문화회관 문화재원팀 팀장은 “상반기 공연 기부금이 8억 가량 감소해 기업과 개인 모두 타격 크다”라며 기존 시장의 문제가 코로나로 부각됐다고 판단했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재난 위기에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음을 깨달았다며 “이제부터라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티켓 수익료 외의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강영규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은 상당수 중앙·지방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축제의 경우 안전을 위한 취소가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조명·무대 컴퍼니 등의 재정 악화를 알렸다.

▲(왼쪽부터)고강민 대표, 강영규 총감독, 한승원 대표

하지만 강물이 흐르다 막히면 다른 길을 찾기 마련이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던 온라인 시장의 급부상이 일어났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계가 마비되자 관계자들은 활로를 개척한 것이다.

함성민 네이버 공연·그라폴리오 리더는 “코로나19 이후 영상 조회수 4배 증가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라이브 진행 시 채팅장 통해 사용자-관계자 간 소통이 대폭 증가했고 사용자 간 토론이 가능해졌다”라며 “공간적 제약이 없어 접근성 높다”라고 온라인 공연이 가진 장점을 드러냈다.  

반면, 온라인 공연의 근본적인 한계도 지적됐다. 첨단사회에서 공연이 살아남은 이유는 관객과 배우가 현장에서 맺는 일회성의 순간 때문이라고 고강민 대표는 역설했다. 그는 “함성민 리더가 온라인 조회수 늘었다고 말했는데, 그들이 잠재적 관객 맞는지 분석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함성민 리더는 “네이버에 게시된 영상을 보고 다시 대학로를 가고 싶어졌다는 분들 있었다”라며 “좋은 작품을 소개해 오프라인 공연으로 새 관객 유입이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흐름이 이어졌으며 온·오프라인은 대치되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할 주체라는 뜻이다.

전에 없이 커진 온라인 공연시장의 양극화 현상과 저작권 문제 그리고 오프라인 시장의 수입 감소 등도 문제로 제기됐다. 

아울러 ‘공연’에는 하나로 묶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들에 대한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온라인 공연 시 연극·뮤지컬·국악·무용 등 제각기 소비층이 다른 예술의 개별적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설현주 레이블소설 대표는 “국악이라는 장르 특성상 45세 이상 관객이 다수인데 온라인 소통 방식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알렸다.  

상업성에 따른 예술 분야 간 차이가 있다며 강영규 총감독은 “무용·연극 등 기금 의존도가 높은 순수예술은 붕괴 위험성 큰 점을 인지하고 영화·뮤지컬과 달리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공연계 활성화: 다양한 방식 재원 조성, 관객과 지속적 소통, 그리고 만남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기존의 프로그램을 변형·발전시키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유연하게 운용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왼쪽부터)김태진 팀장, 설현주 대표, 함성민 리더(사진=예경 유튜브)
▲(왼쪽부터)김태진 팀장, 설현주 대표, 함성민 리더

강영규 총감독은 축제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예술 콘텐츠 간 분리가 시도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방안으로 드라이브 스루 판매·개별 아티스트의 아트마켓·찾아가는 수업·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제시했다. 그는 “온라인 숍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판매 중”이라며 “이를 축제 아티스트들의 공연 콘텐츠 판매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기존의 공간에 대한 규제를 느슨히 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해, 공간의 성격을 유연하게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김태진 팀장은 “세종이 공공 공연장 최초로 주류 반입이 가능한 공연을 열었으며, 올 하반기에는 영상·사진 촬영을 모두 허용하는 LOL(온라인 게임)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라고 했다. 친숙한 공연 문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공연은 관객과 작품이 만나 완성된다. 따라서 관객과의 지속적인 교류, 소통은 공연 관계자들의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비대면과 대면이 공존하는 현시점은 온라인을 통한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해 관객과 제작자들의 거리가 좁혀진 측면이 있다. 

한승원 대표는 “온택트 문화 기회 삼아 단골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고 소통함으로써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공감하며 설현주 대표는 “마케팅보다 SNS 통한 관객 유입과 연령별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  

보다 적극적인 관객 지향적 구조가 온라인에서는 논의되는 중이라고 함성민 리더는 말했다. 그는 “향후 데이터 분석 제도가 개발되면 쿠폰 발행·공연 소식 전달 등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소규모 회원들에게만 공연을 시연하고 반응에 따라 추가 개발하는 테스트 마켓 실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면 문화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공연장에서 직접 볼 때의 감각은 아직 영상으로 재현하기 어렵다. 공연장이 문을 열고 관객을 맞이하는 순간을, 공연계 종사자들은 절실히 바라고 있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전 국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의 긴밀한 협조와 세밀한 정책 등이 요구된다. 

고강민 대표는 “무조건 걸어 잠그기보다 방역 철저히 하고 극장 열어야 한다”라며 “그 시작을 민간이 아닌, 보다 책임감 있는 국공립이 열어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승원 대표는 “좌석 간 거리두기 원칙이 공공/민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니 관객들에게 혼선을 빚는다”라며 방역당국에 업계 특성을 고려, 어느 단체나 따를 수 있는 대안을 요구했다. 

▲1부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 현장스케치2(사진=예경 유튜브)
▲1부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 현장스케치

지원 정책: 공연취소보험·표준계약서·저작권 그리고 상호협력

공연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창작·제작자의 노력에 더불어 시장을 아우르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문화예술계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강민 대표는 “행사취소보험 등이 운영 중이기는 하지만 규모가 미미하다”라며 “공연취소보험 적용 대상이 민간으로 확대되고 사전준비비용도 인정되길 바란다”라고 역설했다. 강영규 대표는 “예술가뿐 아니라 예술 생태계 떠받치는 기획자, 스탭, 테크니션 등의 활동도 지원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함성민 리더는 온라인 시장의 정책을 논했다. 그는 “표준계약서를 배포해 공연 단체들이 작성하게끔 해야 하며 온오프라인 병행 시 to-do-list 형식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공연계는 제작자들과 관객, 시장과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인과 주체들의 총합이다. 이들 각각의 역할과 목적은 다르지만 ‘공연’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한승원 대표는 소외 계층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조하며 이 위기를 연대로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진 팀장은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공연 문화를 고민하겠다며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 기반 마련해 공유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함성민 리더는 영상 촬영에 드는 비용이 큰 만큼, 자체 영상 인프라가 구축된 국립기관들이 그렇지 못한 기관들을 돕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실시간 온라인 중계를 통해 포럼에 참여한 관객은 “공연 유료화 전환 시 금액은 어느 정도로 책정되는지 궁금하다”라며 “또 배우의 로열티나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한승원 대표는 “모두의 고민인데 15,000~20,000원을 예상하고 있다”라며 “저작권 문제는 저작권자 쪽에서 먼저 권리에 대한 제안을 줘야 하는 부분이고 영화·드라마의 사례를 참고해 구체화할 계획이다”라고 답변했다. 

김혜진 사회자는 “공연 단체, 행정과 마케팅, 그리고 온라인 시장의 과제를 살펴 현실과 동떨어진 포럼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가 됐다”라며 1부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를 정리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