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술포럼②] 미술시장 온라인 플랫폼 가속...“양극화 해결해야 될 과제”
[코로나19 예술포럼②] 미술시장 온라인 플랫폼 가속...“양극화 해결해야 될 과제”
  •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8.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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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트페어·옥션·온라인 플랫폼·미술시장 연구팀 분야 6명 토의
이경민 디렉터 “온라인 플랫폼, 자본 확보한 대형 뷰잉룸으로 쏠림 현상 우려”
김동현 한국화랑협회 팀장 “아트페어 온라인 비영리 전시 상황…정부·기업 지원 필요”

[①편에 이어서]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60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에 대해 논의했던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미술시장의 변화와 도전, 연대와 소통’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심지언 예경 시각사업본부장의 사회로, 갤러리·옥션·온라인 플랫폼·미술시장 연구팀·아트페어 등에 몸담은 6명의 전문가가 모여 미술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폈다. 소주제는 ▲코로나19가 미술시장에 미친 변화 ▲온라인 미술시장으로의 전환 및 가능성 ▲미술시장과 정책 순으로 다뤄졌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모이는 아트페어 축제 분위기 속, 미술 작품 감상은 참여자에게 남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미술관 전시 관람과는 달리 수 많은 인파 속에서 작품을 마주할 수 있고, 국내외 수많은 갤러리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발발한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국제아트페어 주체 측은 아트페어 개최를 연이어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포럼 2부에서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온라인 시장이 가지고 있는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책과 문제점이 함께 다뤄졌다. 

2부 '미술시장' 토론에는 코로나19로 국제아트페어와 갤러리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해 전시와 홍보를 이어가는 상황과 온라인 미술 옥션의 가속화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온라인 시장의 높은 접근성과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지적됐으며, 끝으로 미술인 지원 정책과 미술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왼쪽부터)심지언 본부장, 주연화 디렉터, 김나형 대표, 김동현 팀장, 손이천 이사, 윤영준 대표, 이경민 디렉터(사진=예경 유튜브)

본격적인 토론에 임하기 앞서 심 본부장은 “미술 생태계는 창작-유통-소비의 구조를 가졌다”라며 “앞선 포럼에서 창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이번에는 시장 경영에 주목하겠다”라고 주제를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미술시장에 미친 변화: 대규모 전시 온라인 전환, 기술 중요성 커져

미술계의 온라인 시장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기 시작했다. 토론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가 자리잡으며 전시와 아트페어를 찾는 발길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되는 현상이 지적됐다. 특히 옥션은 경우 이미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 된 분야라고 밝혔다.

한국국제아트페어(이하 KIAF)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 김동현 팀장은 “안전 부담감, 항공료 상승, 스폰서 위축, 보장되지 않는 판매율 등이 국제 아트페어들의 취소 원인이다”라며 “KIAF 참여 갤러리도 17% 감소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는 올해 초 아트 바젤 국제 홍콩 행사 취소를 시작으로 아트페어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라며 “중국 갤러리는 1월 말부터 문 못 여는 상황이고 한국 갤러리는 2월 오픈을 3월로 연기하고 방문객 수를 제한해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이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아트시 뷰잉룸 예시(사진=예경)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는 갤러리·아트페어의 온라인 전환 대책이 필요하다며 뷰잉룸*과 온라인 플랫폼을 강조했다. (*뷰잉룸: 전시와 판매 목적의 웹페이지 공간으로, 오프라인 전시 대체 수단이다. 작품·텍스트·작가 영상·관련자료 등을 공개하고 소비자-갤러리스트 간 소통을 통해 구매로 이어지는 방식)

한편 소형 갤러리의 사정은 다소 상이했는데, 한 번에 수용 가능한 관람객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팬데믹 상황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나형 디스위켄드룸 대표는 “소형 갤러리는 적은 인구로 운영돼 휴관·전시 취소는 적은 편이다”라고 밝혔다. 또 “2-30대 운영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 홍보를 해왔지만 이제는 온라인도 경쟁이 치열하다”라며 소형 갤러리들이 투자 대비 효과를 계산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미술계에서 이미 온라인 전환이 이뤄져 활발하게 진척되어 온 부문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이천 K옥션 이사는 “이전부터 활성화 해온 실시간 온라인 비딩 시스템을 강화 중이다”라고 했으며, 이경민 디렉터는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작품을 판매해야 하는 역할 때문에 미술시장이 미술관 등 기관보다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전환을 이뤘다”라고 설명했다.

이젤의 윤영준 대표는 “앞으로 텍스트·이미지 정보보다는 영상·오디오 정보가 트렌드로 자리할 것이다”라며 “미술계에도 그런 플랫폼이 기대되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미술계에서 온라인 시장이 전에 없이 새로운 분야는 아니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기술의 발달로 형성된 온라인 시장이 비대면 문화로 증대됐고, 창작·기획자는 소비자와 소통하며 시장을 키우고 변화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시장 전환 및 가능성: 온라인 플랫폼 적극적 모색…양극화 문제 돼

오프라인과 구별되는 온라인 시장의 장점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줄고 쉽게 작품을 올려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설명됐다. 옥션의 경우 실시간 온라인 경매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갤러리나 아트페어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시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다만 다수 토론자들은 거대 갤러리·플랫폼에게만 집중되는 쏠림현상을 우려했다. 

▲해외 옥션의 온라인 중계 통한 실시간 경매(사진=예경)

손이천 이사는 “옥션은 1,2초 차이가 중요하기에 온·오프라인 시간차 최소화하는 경매-IT기술 결합이 가장 큰 숙제다”라며 “최근 소더비 경매사는 인터넷 생중계 시스템으로 런던, 홍콩 연결해 실적을 올렸다”라고 전했다. 다만 영상-텍스트 간 시간 차가 존재해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온라인 거래가 강화됨에 따라 중가 작품 출품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영준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및 불확실 상황에 "초기에 위축됐던 투자·소비 심리가 돌아오는 추세"라며  “갤러리에 비해 경매는 작품 가격이 쉽게 공개돼 접근이 용이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입될 신규 고객을 맞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시아트페어 측에서는 온라인 뷰잉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주연화 디렉터는 “최근 취소된 아트 바젤 홍콩은 온라인 뷰잉룸을 처음 시도하기도 했다”라며 “아직 많은 갤러리들이 최선의 플랫폼을 탐구하고 모색하는 시기다”라고 말했다. 앞선 상황에 덧붙여 김동현 팀장은 “KIAF도 올해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했고 행사에 앞서 9월 말 온라인 뷰잉룸을 열 예정이며, 전시 도록을 모바일에서 볼 수 있는 앱북 형태로 만들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나형 대표는 “대형갤러리가 온라인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는 반면, 소형은 효과와 인지도 이유로 아트시·아트넷·이젤 등 대형 플랫폼 가입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분석했다. 미술계 밖의 새로운 기술과의 접목 시도 또한 일어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최근 영상제작자·디자이너·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인력들과 협업하고 연대하는 경향이 커지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주연화 디렉터는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이 전시장이든, 온라인이든 감상자는 결국 작품 그 자체를 본다"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핵심도 결국은 콘텐츠다”라고 했다. 이경민 디렉터 앞선 주장에 동조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가입해 전시를 이어간다.(사진=예경)

온라인 시장이 가진 주요한 문제로는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불평등이 제시됐다. 이경민 디렉터는 “자본 확보한 대형 뷰잉룸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온라인 공간은 평등하지 않다”라며 대형 갤러리의 플랫폼 인수 등을 예시로 강자 간 대립 구도를 예상했다. 앞선 내용에 김나형 대표 동의하며, 온라인 시장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흘러간다고 했다.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익숙하고 안전한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라고 김동현 팀장은 예측했다. 브랜드 있는 갤러리에 안전한 투자를 하는 쏠림 현상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온라인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양극화의 지속을 우려했다.

미술시장과 정책: 재정 지원 활성화, 미술계 대한 편견 바뀌길

수입 창출이 어려운 시기인만큼 정부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온라인 전시의 비영리성, 소형 갤러리가 지원에서 소외되는 실정 등을 고려한 정책이 요구됐다. 정부의 시장 규제 완화, 미술교육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또 미술계 바깥에서 미술계를 바라보는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현 팀장은 "전시가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되며 발생하는 미술인들의 재정 악화의 상황"을 언급하며, “아트페어가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겨 비영리 전시된 상황의 지속 위해 정부·기업 지원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국내 진입 중인 해외 브랜드 비해 국내 갤러리들은 온라인 시스템 생소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리/비영리 순수/상업예술 등을 나누는 제한된 프레임으로 인해 몇몇 갤러리들은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나형 대표는 “특정 기준들로 인해 초소형 갤러리 경우 올해 인력지원사업 등 정부 주요 지원사업서 제외된다”라며 “갤러리 운영·기획자도 콘텐츠 생산자로 여겨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온·오프라인 미술계에 지원 정책 요구된다.(사진=예경)

시장에 대해 보다 완화된 정책도 요구됐다. 윤영준 대표는 “새로운 것 시도 막는 네거티브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시장 과열 시 정부가 규제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또 세계적으로 홍콩·한국만 미술세를 부여하지 않는데 이를 유지해 수요자·컬렉터 중심의 정책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민 디렉터는 "미술계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라며 “갤러리 중심으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프로그램 홍보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작가·컬렉터가 작품 유통·보존·아키이빙·법 등 대학 커리큘럼 밖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술계 종사자보다는 소비자와 감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연화 디렉터는 “인식 구조가 바뀌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라며 현재 미술시장에 대해서는 단순히 작품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손이천 이사는 “옥션에서 일하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선입견이 아쉬웠는데, 사실 거래되는 작품 80%는 수십에서 수백만원 대이다”라며 “미술시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민간의 노력과 공공기관의 교육·캠페인을 통해 바뀌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실시간 채팅에 참여자는 “김나형 대표가 온라인 미술시장이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흘러간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사례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대표는 “온라인으로의 진출은 쉽지만 선별 기준이 높고 노출 경쟁이 치열하다”라며 “소규모 갤러리와 달리 대형 갤러리는 프로모션 업체도 고용하고 테이스트 분석을 할 수 있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또다른 채팅 참여자는 “온라인 플랫폼이 미술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주연화 디렉터는 “가격 노출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가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극화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고 예술-시장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라며 “변화의 시기는 가능성의 시기이다”라고 덧붙였다.

포럼 2부 ‘미술시장의 변화와 도전, 연대와 소통’은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과제인 경제적 어려움과 변화하는 전시 공간, 치열해지는 경쟁 등 당면한 문제를 나누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며 마무리 됐다.

공연·미술시장이 당면한 구체적인 문제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쟁과 협력, 그리고 소비자와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이 상황에 대처하고자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부상한 온라인 시장은 상황 안정화 이후에도 남을 것으로, 정부·민간 차원의 계속적인 관심과 탐구가 요구된다.  

‘코로나19 예술포럼, 예술의 가치와 미래’ 제4회 토론회는 ‘코로나19 이후 지역문화예술 환경과 분권’을 주제로 오는 9월 17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