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현대춤작가 12인전에서 보는 무용예술의 동향-신창호의 ‘IT 2.0’
[이근수의 무용평론]현대춤작가 12인전에서 보는 무용예술의 동향-신창호의 ‘IT 2.0’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8.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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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1987년부터 33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중견무용가들에게 공연무대를 제공해왔던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이 올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예정되었던 아르코대극장 무대를 비워놓고  시청자들을 온라인으로 만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정부의 무관객 정책 때문임은 물론이다. 음악 미술 연극 등 다른 장르들과 달리 현장성을 생명으로 하는 무용예술의 특수성으로 볼 때 엄청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유튜브로 3일간 중개된 12개 작품 중에서 나는 ‘IT2.0’(신창호, 20분), ‘다시 비워지는’(최두혁, 13분), ‘메타포’(윤명화, 20분), ‘소풍’(문영철, 16분) 등 4개의 영상을 보았다. 

온라인 강의 형식으로 진행된 신창호의 'IT2.0'은 전달효과 면에서 볼 때 오프라인과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주제 역시 오늘의 공연현실을 잘 반영한 시의성이 있었다. 텅 빈 무대에서 신창호와 박지희 둘만의 대화로 공연은 진행된다. 먼저 1618년 이탈리아 파르마에 세워진 파네스극장(the Farness Theater)이 소개된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므로 무대의 허구와 객석의 실제가 구분된 프로시니엄무대(proscenium stage)형식의 시초라는 의미다. 장자의 ‘나비의 꿈(胡蝶之夢)’이 다음에 언급된다. 내가 나비되어 날고 있는 세계와 잠자리에 누워 있는 지금 내 모습 중 어느 것이 가상이고 어느 것이 현실인가를 화두로 던진다. 세 번째 예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다. SNS에 빠져 사는 우리의 현실은 또 다른 나비의 세계가 아닐까. 

관련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 사례의 공통분모는 공감이라고 신창호는 주장한다. 실제와 허구를 비틀고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며 나와 남과의 공감을 이루어 내는 것이 예술이고 이러한 공감을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영역이라는 의미에서 설득력이 있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등장시키기 위한 논리적 순서다.  “AI는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AI가 예술가적 공감을 창조할 수 있는가?”란 물음에서  더 나아가 “AI가 예술가일 수 있는가?” ‘IT 2.0'을 통해 신창호가 묻고 있는 작품의 주제다.

신창호와 박지희의 대화는 계속된다. 3년 전 국립무용단과의 협업으로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들려주던 ‘맨 메이드’ 속 AI에 관한 대화의 속편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알파고, 자율운전자동차, 번호화된 사람들, 장기대체에 따른 인간의 정체성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사회의 특징들을 훑어가던 화제들이 ‘IT 2.0'에선 예술적 지능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첫 번째 단계는 AI가 예술(춤)을 학습하는 단계다. AI는 학습한 춤을 복제하고 동작의 특징을 추출해낸 후 이를 기호화한다. 기호화된 동작을 사람의 이미지에 대입시키면 누구라도 춤꾼이 될 수 있다. 춤이 생성되는 것이다. 

신창호는 이 개념을 GAN(Generated Adversarial Network, 적대적 생성전산망)이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가 바둑의 명수가 되듯이 다량의 춤사위를 학습한 AI가 스스로 춤을 만들 수 있게 진화한다는 것이다. 몸 곳곳에 센서와 카메라, 무선송신장치를 부착한 무용가가 스스로 춤을 촬영한 후 무대로 전송하면 몸통과 사지, 뼈와 관절 등 움직임의 이미지가 애니메이션처럼 스크린에 투영되던 작품(머스 커닝햄, 'BIPED', 1999)이 진화되어 그 기능을 AI가 대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여러 개의 춤을 학습한 AI가 새로운 춤을 본 후 품질을 평가하고 서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DI(MDN-Artificial Dancing Intelligence, 인공춤지능)란 프로그램에 의해서다. 

‘MADI가 춤 세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예술가적 감각을 MADI가 표현할 수 있을까?’ “MADI에 의한 춤 평가결과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신창호의 작품은 이러한 질문들로 끝난다. 대답은 관객들의 몫이다. 아마도 이 질문은 인체에 인공장기를 부착한 존재가 사람일까 로봇일까 하는 질문과도 연결될 것이다. 사족을 하나 단다면 ’IT'는 일반적으로 ‘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의 약자로 통용된다. 마지막 화면에서 박지희가 말한대로 “IT is Intelligence Technology”라는 의미라면 제목을 굳이 ‘IT 2.0'이라고 쓸 필요가 있었을까. 'AI 2.0'이라고 수정하는 것이 더 적합했을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일생을 그의 대표작인 ‘귀천(歸天)’과 ‘새’를 텍스트로 하여 소개한 문영철의 ‘소풍’, 정선아리랑의 한과 정서를 독무로 표현한 윤명화의 ‘메타포’, 무관객 공연을 염두에 두었던지 관객이 들어찬 객석을 스크린에 올려놓은 최두혁의 ‘다시 비워지는’은 언젠가 실제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섬세한 무대가 줄 수 있는 감동을 영상만으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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