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박종관 위원장 “예술의 존재와 가치 확산 위해 지원 힘쓸 것”
[Special Interview]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박종관 위원장 “예술의 존재와 가치 확산 위해 지원 힘쓸 것”
  • 인터뷰 정리/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ㆍ사진 김재성 작가
  • 승인 2020.08.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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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에 힘 보태기 위해 ‘코로나TF’ 구성
필요한 곳에서 예술인 위한 목소리 내고파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진보연 기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라틴어로 ‘기계에 의한 신(神)’ 또는 ‘기계장치의 신’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劇作術)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작중 긴박한 문제를 해결하여 극을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을 뜻한다.  무대 측면에 설치한 일종의 기중기(起重機) 또는 그 변형으로 보이는 시올로가이온(theologeion:theologium)을 움직여서 여기에 탄 신이 나타나도록 연출한다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쉽게 말하자면 ‘문제를 해결해 줄 사기캐의 등장’ 정도가 되겠다. 곤경에 빠졌을 때 우리는 한 번쯤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상황을 바란다. 

코로나19로 국가가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들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자처하고 싶을 것이다. 손쉬운 해결책으로 보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특히 수용자들이 이를 원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손쉬운 해결은 되려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린다. 과정을 무시한 결말과 갈등 해소는 되려 작품을 망친다. 이를 우리의 예술지원 정책에 대입해 본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예술지원의 대표적 기관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있다. 예술위는 예술인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예술인들이 자신의 터전을 잃지 않고, 미래 예술을 고민할 기회를 가질 발판이 되려 노력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김재성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11월 6일 취임이후 ‘창조의 기쁨을 함께 만드는 예술현장의 파트너’를 기본 철학으로 현장의 예술활동을 지지하는 동반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실적 위주의 빨리빨리 논리에서 벗어나, 느리더라도 제대로 가기위해 노력한다는 박 위원장은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의 과정에서 지원 부족으로 자신의 작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예술위는 단기적 사업 외에 중장기적 프로젝트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임기의 중간 지점에서 박종관 위원장은 코로나19라는 복병과 마주하고 있다. 취약한 문화예술계의 시스템이 이 위기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여러 방면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는 예술인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말하며, 코로나TF를 꾸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며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술인의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인식을 넘어서는 정책을 마련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박 위원장을 만나 코로나19라는 재난 시대 속 예술인들을 돕기 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역할과 예술의 본질적 가치 확립을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위원장으로 취임한지 절반정도 지났다. 취임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과 변화는 무엇인가?
임명 당시, 블랙리스트 징계를 앞두고 있었다. 때문에 취임 후 가장 역점으로 두었던 부분 또한 예술 현장과의 신뢰 회복이었다. 하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신뢰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투명한 지원제도다.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공정심의부’를 개설해 더욱 그 과정을 철저히 하고자 한다. 지금의 과정이 이상적인 제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끊임없는 내부 성찰을 통해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현장의 참여를 위해, 5개로 운영되던 소위원회를 10개로 대폭 확대했다. 현장의 이슈와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의 공론화를 위해 공청회, 토론회 등을 열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위원 선임, 지원심의제도 개선, 극장ㆍ미술관장 개방형 직위 도입 등 기관의 당면 과제들을 현장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지난해 ‘아르코2030’ 비전 선포식에서 박종관 위원장이 구체화된 전략목표를 발표했다(사진=arko)
▲지난해 ‘아르코2030’ 비전 선포식에서 박종관 위원장이 구체화된 전략목표를 발표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해 10월, <아르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양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현장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창조의 기쁨을 함께 만드는 예술현장의 파트너’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우리 기관은 효율성 중심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느리더라도 제대로 가고자 한다. 이런 논의의 선상에서 기존 프로젝트 기반의 예술창작 결과 중심의 지원 사업도 창작의 과정까지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청년 예술가들의 도전을 응원할 수 있는 사업들을 신규로 발굴했다. 긴 호흡이 중요한 공연예술작품의 경우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을 새롭게 운영하면서 다년간 지원체계를 도입하였고, 향후 다른 사업에서도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언택트 시대의 예술과 기술> 연구자 선발이 있었다. 무대기술 LAB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운 개념과 방식의 지원을 만들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프로그램 기획 배경과 진행의 방향성을 듣고 싶다.
현재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시대와 마주하게 됐다. 시대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족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저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 누구도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단지성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예술위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창작과 향유 방식을 고민하고 점진 도입을 위한 예술과 기술 접목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창작자들은 각자 기술 활용을 고민할 여력이 없이 기존의 방식을 바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예술가가 스스로 탐구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언택트 시대의 예술과 기술> 연구 지원을 기획하게 됐다.

그간의 연구 사업은 관이 주제를 제시하고 예술가에게 결과물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해당 사업은 예술가가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고 자유로운 형식의 결과물을 현장의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사업 참여 연구자들은 공연 영상 송출의 소리 전달력 문제, 넷플릭스 시대의 비디오아트 경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모두 현장 친화적이고 실용적인 연구주제들이다. 첫해 시범적인 사업 추진을 통해 현장의 상당한 호응과 필요를 확인했고, 점차 사업을 개선ㆍ확대해가며 현장으로부터 촉발되는 이슈에 밀착된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모습(사진=아이엠컬처)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모습(사진=아이엠컬처)

지난 3일 네이버TV 생중계로 진행했던,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 뛰어난 퀄리티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연극/뮤지컬 뿐만 아니라 무용, 음악, 전통예술, 문화일반 등 다양한 분야의 2차 <공연실황 생중계> 신청을 받고 있는데 분야별 작품 선발 기준과 공연예술 영상화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 그리고 영상 콘텐츠의 추후 활용 방안이 궁금하다.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총 10대의 카메라 장비들이 투입돼 관객들이 훨씬 더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공연의 연출가가 생중계 총괄 감독과 함께 직접 화면전환 큐사인을 주고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네이버TV와 V-LIVE를 통해 15만 6천명 이상 시청했고,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016년부터 진행한 공연실황 생중계 중 최고의 성과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공연실황 생중계 사업>을 기획했다. 작품 선정기준은 큰 틀에서 공연의 작품성(40%), 아카이브의 타당성(40%), 공연의 파급효과(20%) 등이며, 장르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통합 심의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생중계를 진행하는 회차에 무관객 촬영이 가능한 공연 대상으로 공연예술분야 전 장르에 걸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에 관객이 없기에 생중계에 최적화된 환경 속에서 지미집과 스테디캠 같은 특수 장비들을 추가로 투입해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공연예술의 영상화,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공연 관람의 장소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돼서 대국민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였고, 새로운 관람과 참여 방식을 마련하게 됐다. 1979년부터 아르코예술기록원 ‘공연 영상화 사업’을 통해 제작된 2,000건이 넘는 영상 콘텐츠들은 현재 아르코예술기록원 열람실에서 관람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 영상 콘텐츠의 유료화와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들과 관객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자 노력중이다.

미술 전시나 문학과는 달리 공연이란 음악ㆍ무용ㆍ연극ㆍ연예ㆍ국악ㆍ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實演)’에 의하여 공중(公衆)에게 관람하도록 하는 행위라 정의되어 있다. 때문에 이를 영상화하면 더 이상 공연법이 말하는 ‘공연’이 아닌 것이 된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존재하든 예술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둔탁한 움직임으로 인간이 겪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장르인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이제는 공연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고, 새로운 시대 속 공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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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의 인터뷰 모습ⓒ김재성 작가

“코로나 시대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시 분야에서는 현재준비중인 지원은 어떤 지원을 준비하고 있나? 
온라인 환경에서의 예술 활동 일상화에 대비하여 이번 3차 추경사업으로 148.9억 원 규모의 <온라인 예술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이 사업은 기초예술분야 중심의 전시를 포함한 전 예술분야를 대상으로 하며,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디지털 뉴딜)에 반영됐다.

시각예술분야는 지난 6월 기금운영계획을 변경하여 기획자ㆍ작가들의 활동 기반이 되는 민간 운영 전시공간 긴급 지원에 나섰다. 민간전시공간, 사립미술관, 갤러리 등을 대상으로 9억원을 편성해 현재 240여개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보통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전시 또는 프로그램 운영비로 사용됐으나, 이번 긴급지원의 경우에는 민간전시공간의 지속운영을 위해 공간임차료 등 공간운영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동시대 시각예술 창작의 생산거점’ 및 ‘실험성과 국제성을 지닌 시각문화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하는 아르코미술관이 현재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2020년도 현재 아르코미술관은 <아르코 비전 2030>의 ‘창조의 기쁨을 함께 만드는 예술현장의 파트너’라는 비전과 ‘문화예술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창조의 기쁨을 공유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리게 한다’는 미션,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 존중’ 전략목표에 따라 전시 및 프로그램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및 팬데믹 국면에 대응하는 비대면 예술 전환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대면 프로그램으로 추진하던 건축학교나 ‘머물러도 좋아요’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 콘텐츠 비대면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의 기획 전시들도 온라인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들을 도입했는데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해마다 예술위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해 참가한 귀국전은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지다가 지난달 막을 내렸는데, 이번 전시에 대한 설명과 온라인 공개 반응을 전한다면?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김현진 예술감독이 기획하고 정은영, 남화연 그리고 제주출신 덴마크 작가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세 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한 전시로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서 남성 중심적으로 전개되고 기록돼온 역사를 비판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전시는 편치 않은, 하지만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담론을 제시할 뿐 아니라 놀라운 미학성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Korean Pavilion, Venice Biennale 2019(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Korean Pavilion, Venice Biennale 2019(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귀국전은 한국 관람객들에게 베니스 현지 전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재맥락화한 전시다. 당시 현장 한국관에 비해 물리적으로 두 배 이상 넓은 공간을 활용해 관람객들의 시청각 경험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유튜브로 선보인 온라인 전시는 프리뷰부터 반응이 뜨거웠으나 코로나19 로 인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돼 한국관 커미셔너인 예술위로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기금 지원에 있어 일부 단체는 하나의 사업이나 행사로 여러 기관의 지원을 중복으로 받기도 하고, 위원회 자체 지원도 여러 분야에 걸쳐 수년간 중복지원을 받고 있다. 형평의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위원회 입장과 개선의지가 있는지.
지원 선정은 공정성을 바탕으로 항시 열려 있으며 모든 사업에서 기존단체의 사업수행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여러 사업에 중복지원을 하는 것을 제한하고자 지원신청 시 제한 사항 및 다중지원 종량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한 단체(신청인)가 동일한 내용으로 여러 유형의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없으며, 이중으로 신청할 경우 해당사업 모두 선정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선정 후에도 동일한 사업내용임이 발견될 경우 해당 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실질적’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고, 동일하다고 여겨질 시 지원 결정 취소 및 지원금 회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동일단체(동일인)에 대한 지원은 통산 3억 원 이내로 제한한다. 지원총량 제한의 적용 범위는 문예진흥기금 사업, 타 기금, 국고수탁사업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예술 단체’를 위한 지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실기 평가 과정 없이 서류로만 심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 되려 기회의 다양성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류심사는 곧 사업 지원 경험이 많은 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은 없는지?
공정한 심의제도를 구현하기 위해 2018년부터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으며, 사업의 특성에 따라 1차(서류), 2차(PT 및 인터뷰), 3차(쇼케이스_실연)에 걸쳐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의 경우 경쟁을 통한 단계별 제작지원으로 공연예술분야의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고자 3단계를 통해 최종 작품을 선정하고 있으며, 문학 분야 사업과 대본공모(공연) 사업 등 대다수의 사업이 1차 서류 심사를 진행하고, 선정된 사업에 대해 2차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의 인터뷰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김재성 작가

인터뷰/PT 심사 때 사업신청자(대표자 또는 실무자)가 각 신청단체의 PT발표 과정 및 심의위원 질의응답 과정을 모두 참관할 수 있도록 심의참관제를 도입하였고, 2019년도에는 심의위원 및 심의과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공정심의평가관제를 도입하여 객관적 입장의 모니터링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개선사항들을 도출하는 중이다.

예술위의 각 예술단체나 개인에게 지원되는 금액을 보면 3억이란 상한선은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지원금액 3억 원은 문예기금 전체를 포괄하여 정한 금액이며, 사업의 목적에 따라 지원금액의 상한선이 다르다. 또한 각 사업 및 분야별 심의 회의에서 지원대상으로 3억 원을 초과해 선정될 경우,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조정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본지에서 꾸준히 지적해온 부당 기금 지원 문제부터 최근 발생한 직원 횡령 문제까지, 내부 검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과오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위원장인 나는 여러 지원심의 프로그램에 대한 규정과 심사 과정을 보고받기 전까진 사실 자세히 알지 못한다. 공정성을 위해 기관장은 그래야 한다. 객관성, 투명성, 적합성은 함께 간다. 전문성을 가진 현장의 심사위원들에게 그것들을 위임하고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려 한다. 때문에 그들의 심사를 통과한 지원은 타당하고 적합하다고 신뢰한다. 적극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월권하지 않기 위해,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문제가 제기되고 잘못을 시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나서야 할 것이다. 

예술위 기금 사업 중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이라는 책 보내기 사업이 있다. 그런데 리스트에 예술 서적은 하나도 없다. 문학 진흥을 위한 사업이지만, 예술위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예술분야 도서도 어느 정도 선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은 문학 진흥 특화를 위해 ‘세종도서’에서 문학 부문을 분리하여 지난 2018년부터 예술위에서 추진하고 있다. 

사실 수요와 상관없이 다양한 도서를 풍부하게 선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예산의 한정성 때문에 요청을 전부 수용할 순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술도서 선정에 대한 타당성은 충분히 인정되니, 말씀대로 예술 도서 선정 확대에 대한 부분을 ‘세종도서’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대안을 내도록 하겠다.

수 년 전부터 예술위의 기금고갈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문예기금은 1973년 문화예술진흥법 제정에 의해 ‘기초예술 진흥’을 위해 마련된 유일한 재원이다. 예술인 창작 활동 지원, 국민 문화복지, 문화예술 국제교류,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등 문화예술 전 영역에 걸쳐 지원해왔고, 기금 지원으로 등단한 신진 예술가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중진으로 자리 잡는 등 창작역량강화, 지역예술기반 조성(문예회관 건립 등)에 기여해왔다. 

2017년 말 545억 원 까지 감소했던 기금 적립금은 소관부처 협의를 통해 2018년 이후 체육·관광기금 등 타 기금 및 일반회계 전입으로 2019년 말 1,604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0년 말에는 1,832억 원을 예상한다. 법 개정 없이 정책결정으로 추진 가능한 국고 출연으로 단기 고갈 위기에 대응하고, 장기적 안정화 재원 발굴은 법개정을 통해 추진중이다. 부처 협의를 통한 타 재원의 지속적인 전입과 병행하여 세재개편, 법정전입 등 장기적인 재원확보 방안 실행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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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김재성 작가

예술인들을 위해 좀 더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도 따로 계획하고 있는지
위원 중심의 ‘코로나 TF’를 만들었다. 우리는 여러 명이 함께 일하는 위원회라는 장점이 있다. 나라는 사람 개인은 할 수 없지만, 위원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의견을 모으고 그것을 바로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사무처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더불어 외부 전문가의 힘을 보탠다. 

예술인의 편을 드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는 결국 정부 정책 구조에 있어서 문화 예술 중요성 인식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계는 동일한 목소리로 단일한 대응을 이끌어 내는 힘이 필요하다. 코로나TF를 통해 예술인들에게 실질적 힘을 보태고자 한다. 예술인들은 저마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너희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배고픔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아직도 많이 듣는다. 이러한 인식을 넘어서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하고, 우리가 그 목소리가 되려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문화예술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와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금을 안정시켜야 한다. 내가 취임한 이후로 원래 계획대로만 사업이 추진됐다면, 534억 원까지 축소됐던 문화예술진흥기금을 3000억 원까지 확장시켜 기금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우리 곳간만 배불려서 무엇하겠는가. 예술계가 어려울 때 돕는 것이 기관의 목적이기에, 우리의 자금을 풀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가 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다양한 피해를 끼칠지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문화예술계의 취약한 시스템이 이 위기로 인하여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해결책이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노력 모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코로나19 대응 문화예술진흥기금을 465.6억 추가 편성하고, 예술계 정상화를 위한 대응책을 실행하고 있다.

단기적 대책의 초점은 위기확산을 일단 저지하는 일이다. 사업일정 변경이나 포기에 대해 유연하게 허용하고, 지원사업 운영대책을 수립하여 교부금 사용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사례비와 제작비뿐만 아니라 대관료와 임차료까지 최대한 인정하여 예술단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기존 지원사업의 원칙에 유연성을 발휘한 것 이외에도, 신규로 시각예술 분야 시각예술 전시 공간 긴급지원, 공연예술 분야 대관료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지원제도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제약을 줄이고자, 심사제도를 과감하게 간소화하고 지원금액도 확대됐다. 그 외에도 문화예술 코로나19 지원 홈페이지 통합운영, 문화누리카드 발급지원 63억 확대로 예술창작과 향유가 지속될 수 있는 대책을 꾸준히 강구하고 있다.

위기에 맞서는 또 다른 대응방향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사회적 가치 확산 프로젝트 진행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치료센터에 찾아가 의료진과 환자에게 휴식과 응원메시지를 전달하는 힘나는 예술여행 사업, 문화예술 유관기관과 내부 직원들의 코로나19 모금 캠페인(예술나무로 다시, 봄!) 등을 통해 재난 시대 예술의 존재와 가치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