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 “정동극장, 문화예술에 생명력 불어넣길”
[Culture Interview]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 “정동극장, 문화예술에 생명력 불어넣길”
  • 인터뷰 정리/이은영 발행인, 진보연 기자
  • 승인 2020.08.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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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변화에 반응하는 극장의 변화는 필수적
관성적 상설 공연 시스템에서 벗어나 작품의 다양성 추구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진보연 기자]”동남풍이 일어나니 적벽대전! 천재일우의 기회로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중 적벽 대전의 이야기가 우리 소리를 만나 판소리 ‘적벽가(赤壁歌)’가 되었고, ‘적벽가’에 판소리 합창과 무예 스타일의 군무가 더해져 정동극장 대표 레퍼토리 ‘적벽’이 탄생했다. 

<적벽>은 2016년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중심의 대학생들이 꾸린 <적벽무>를 정식 공연화한 작품이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DIMF) 대학생 뮤지컬 부문 우수상,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주관하는 H-Star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창작공연 발굴을 위한 정동극장 ‘창작ing’ 프로젝트에 선정돼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 공연 모습(사진=정동극장)
▲판소리 뮤지컬 ‘적벽’ 공연 모습(사진=정동극장)

올해 초, 정동극장은 20년 만에 극장의 메인 콘텐츠였던 ‘전통상설공연’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전통상설공연’은 2000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장 특성화 전략에 따라 전통 상설전용극장으로 선정돼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대중성 있는 공연으로 공연관광시장을 선도했다. 누적 공연회수는 8,825회, 누적 관객은 약 209만 명이다.

이러한 역사를 뒤로하고 정동극장은 변신을 선언했다. 그리고 변신의 첫 스텝으로 <적벽>을 내세웠다. <적벽>은 정동극장의 다양한 정체성과 방향성이 집약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극의 전개를 창으로 해설하는 도창과 웅장한 판소리 합창,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기존 판소리극에서 느낄 수 없었던 대중적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그간 정동의 감싸고 있던 ‘전통’이라는 소재와 현대무용의 결합은, 새 장르를 성공적으로 개척을 이뤄낸 것이다.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는 청년기를 맞은 정동극장이 준비된 성년기를 거쳐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이후 국립문화예술시설의 문은 닫혀있는 날들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른다.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이한 정동극장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정동극장을 ‘우리’의 극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김희철 대표는 말한다. 공연 업계와 창작자, 관객들 모두가 필요로 하고 가까이 할 수 있는 극장으로 만드는 것이 변화의 1번 과제라 여기는 그는, 극장이 공간의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숨결을 불어 넣는 생명력도 함께 지니길 바란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김희철 대표는 정동극장 변화의 큰 축으로 재건축을 꼽으며, 중극장과 소극장이 갖춰진 2개 극장 체제를 통해 공연 창작 환경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이 지원을 통해 트라이아웃 이후의 작품 형태로 무대화될 수 있도록 도와 산업 전반의 도약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충무아트센터 본부장을 지내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제작하고 성공시켰고, 이는 충무아트센터가 공연제작극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변화의 중심에 서서 함께 발전하는 ‘우리’의 공연 생태계를 꿈꾸는 김희철 대표를 만나 새롭게 세운 과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8월 20일 정동극장 대표로 취임해,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부임 기간의 절반가량을 코로나19와 함께했는데,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을 지나온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공연계에 30년 넘게 종사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몸담고 일한 곳이 바로 공연장이다. 그동안 지내온 시간과 지금이 다른 점은 ‘실무’와 ‘경영’의 차이일 것이다. 정동극장은 처음으로 CEO를 맡아 극장 운영 기회를 가진 곳이다. 부분적으로 일을 해왔던 것과 달리, 극장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가야 하는 자리다. 

2019년 8월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근무하고, 8월 20일부터 정동극장으로 출근했다. 단 하루의 텀도 두지 않고 업무를 시작할 만큼 이곳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자마자 업무 보고를 받고 내ㆍ외부적인 의견을 종합해, 극장 운영 방향에 대한 생각을 빠른 시간 내에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조직을 어떻게 브랜딩하고 어떤 포지션으로 변화시켜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변화의 준비 시간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너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다면 실질적인 변화와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임기 1년 안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변화의 첫 단추를 끼우며, 그에 맞는 실행 방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1년은 그러한 목표에 맞춰 계획을 하나씩 만들어오는 과정이었다. 남은 2년 임기 동안은 내가 그린 그림을 구체화, 실행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동극장 25주년 특별포럼 현장스케치(사진=정동극장)
▲정동극장 25주년 특별포럼 현장스케치(사진=정동극장)

앞서 25주년 기념 특별포럼은 정동극장의 ‘변화’를 공식적으로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자 하는가?
다들 정동극장 하면 ‘전통’을 생각한다. 이는 극장과의 거리감을 유발한다. 현장 예술인들로 하여금, 사용할 수 없는 극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설 수 없는 공연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관심 또한 없었던 것이다. 나만의 판단이 아닌 이 분야 종사자들이 대부분 동의할 이야기이다. 나도 처음엔 정동극장이 전통 공연만을 위해 세워진 공연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안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달랐다. 정동극장이 전통 이미지가 강했던 이유는 그렇게 사용될 것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전통공연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극장이었으나, 정부 정책에 의해 공공극장에는 저마다의 특성이 배정됐다. 당시 필요성에 의해 외국인 대상의 전통 상설 공연 위주로 운영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공연 관광 시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때라 국가에서 시장 형성을 도왔고, 정동극장의 전통화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가의 개입 없이도 민간 제작·기획사들의 많은 참여로 경쟁력 있는 공연들이 많이 생겨났다.

정동극장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니고 있는 전통적 면모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정동극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극장이 어떤 식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했다. 시장이 바뀌었으니, 극장의 역할이 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공연장의 설립 목적을 들여다보니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문화 예술 진흥’, 다른 하나는 ‘전통 예술의 보전과 개발ㆍ발전’이다. 전통 이외의 문화예술에 대한 진흥은 일반적인 극장이 가져야 할 목적이다. 적어도 25주년 개관을 맞은 극장으로써, 극장의 역할과 기능을 확실하게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정동극장의 설립 취지를 가장 잘 살리면서 문화예술계와 정동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세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다양한 예술 공연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지만, 우리 전통 공연을 꾸준히 보여주는 극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설 공연 폐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극장까지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변화해야만 할까?
전통 상설이라는 공연 방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됐다. 지금까지는 전통 공연을 상설로 진행하다 보니, 1년 혹은 2년에 작품 하나를 만들어서 주야장천 그것만 돌렸다. 초창기 단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들도 1, 2년간 똑같은 공연을 똑같은 시간에 하는 관성적 형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전통 공연이라도 다양성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크리에이터와 스태프, 배우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전통 활성화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전통 공연의 꾸준한 제공은 국립국악원 등 전문 극장에서 그 몫을 충분히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함께해온 전통예술단 단원들이 재작년 정규직원으로 들어왔고, ‘정동극장 예술단’도 꾸려졌다. 앞으로 상설이 아닌 정기 공연 체제로 가면서 우리 전통 무용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그들을 통해 다양한 전통 무용을 지속해서 발전시키며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전통 무용, 전통 연희극에서 손을 놓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정기ㆍ특별 공연 체제로 바꿔 새로운 형태의 전통 연희극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장기 레퍼토리화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행이 어렵지만, 해외 진출이나 지방 공연을 가져 우리 예술단이 문화사절단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주요 인원 구성은 무용과 타악이다. 단원들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량을 선보일 예정인가?
1년에 세 차례 정도 정기공연을 선보이는 체제를 가져가려 한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전통 연희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같은 것을 할 수만은 없기에 변주와 변화를 통해 발전하려 한다. 무대 창작 레퍼토리 ‘바운스(BOUNC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단원들이 스스로 안무와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전통에 기반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공연 작업도 계획 중이다. 지금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정기공연을 가져가면서, 지방 공연도 제법 많이 계획하고 있다. 문체부에 우리의 전통연희를 해외에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도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얼마가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시도를 통해,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전통 무용과 타악에 남다른 기량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단원들을 활용한 아카데미도 활성화하려 한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강좌 진행이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카데미 활성화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교육적 부분들도 공공극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재건축 시에 교육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 확보 또한 중요하게 생각 중이다.

▲뮤지컬 ‘월명’ 공연 모습(사진=정동극장)
▲뮤지컬 ‘월명’ 공연 모습(사진=정동극장)

‘전통’이라는 한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 장르를 선보이겠다 밝혔는데, 정동극장 경주사업소도 궤를 같이하나?
아니다. 경주사업소는 상설 공연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그 안에서의 작은 변화들은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정동극장 경주브랜드공연이 선보이는 첫 창작뮤지컬 ‘월명(月明)’이 개막했다. 공연장의 위치가 도심, 주요 관광지와 떨어져 있고 교통편도 굉장히 빈약해서, 평일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연과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콘텐츠 파워가 전제되지 않으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대중들이 아직은 무용을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소수의 장르라고 생각해, 무용 작품만으로 관객을 유치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통과 무용을 함께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뮤지컬로 전환하게 됐다.

뮤지컬 <월명>은 통일신라 경덕왕 시절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움이 절정에 달하고, 열흘 동안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뜨는 기이한 일이 벌어져 혼란스러울 때 승려 월명 스님이 노래 '도솔가'를 지어 부르자 하나의 해가 사라졌다는 삼국유사 기록이 모티브다. 여기에 판타지적 상상력을 보태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경주의 역사적 바탕이 되는 신라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든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해온 우리 전통 무용단원들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코로나 상황인데도 관객이 제법 있다. 하루 100~200명은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새로 공연을 만들려면 예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앞으로 더 확보하겠지만 잘 될까 하는 걱정도 있을 것 같다.
제한된 사업비를 재구성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게끔 시스템을 조성하고 있다. 사실 돈이라는 게 많아도 모자라고 적어도 모자라다. 모자라지만 이 안에서 밸런스를 맞춰 나갈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예산 문제는 계속 개선해나가고 대표로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정동극장은 공공극장이다. 공익적 개념의 행사나 공연도 필요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도 넣어야 한다. 수입이 있어야 지출을 할 수 있지 않나. 버는 공연과 써야 할 공연을 구분해야 한다. 버는 공연에 대해서는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지고 벌어야 한다. 그 번 것을 가지고 우리가 써야 할 공연에 집중시킬 수 있는 사업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관객들이 좀 더 흥미를 느끼는 장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실제적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것이 뒷받침되어야만 순수 예술이나 브런치 콘서트 등 예술의 다양성을 위한 지원도 가능하다. 올해 초부터 ‘적벽’ 등 그동안 해온 레퍼토리 공연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콘서트,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 등 다양한 공연을 준비를 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취소ㆍ연기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 계획대로 다시 진행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현재 326석에서 객석 규모를 550~620석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동극장의 변화를 위해 객석 수뿐만 아니라 대극장 수준의 중극장 시스템을 갖춰, 많은 예술 콘텐츠 작업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이었다.
300여 석의 단일 극장 형태에서 벗어나 두 개 극장 체제로 가려고 한다. 공사가 이뤄진다면 공간 활용도를 높여, 600석 이상의 좌석을 가진 극장을 지하로 배치할 계획이다. 설계 검토 및 타당성 조사가 이미 이뤄진 사안이다. 지상에는 300~320석 규모의 소극장이 지어질 것이다. 

그럼 야외마당(쌈지마당) 자리까지 공연장 부지로 활용되는 것인가? 정동극장을 이따금 방문할 때마다 정원을 통해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을 받았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 정원을 유지했으면 하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좁은 부지를 넓게 사용하기 위해 야외마당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원 이용객들이 많다면 고려해볼만한 문제이겠으나 1년 간 지켜본바 그곳의 활용도는 미비하다고 판단된다. 

▲정동극장 전경(사진=정동극장)
▲정동극장 전경(사진=정동극장)

지금의 정동극장은 정원이 있어서 열린 공간인 것 같지만 공연장 이용객 입장에서 보면 좁은 로비, 불편한 극장 구조, 큰 활용도가 없는 공연장 외부 시설 등이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간으로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부분은 조금 더 모델링이 필요하다. 실제 설계 단계로 들어설 때까지 내ㆍ외부의 의견을 끊임없이 청취하며 최선의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함께 고민하는 자리에 참여해 자문 부탁드린다.(웃음)

극장 시스템을 갖춘 후 만나 볼 새로운 공연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극장 재건축의 목적, 방향성을 기반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우란문화재단 창작개발지원,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충무아트센터 블랙앤블루,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지원 등 다양한 창작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 대부분이 개발에 대해서는 지원을 많이 한다. 트리트먼트 단계의 작품의 무대화를 돕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들은 트라이아웃 다음 단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새로운 정동에 소극장과 중극장을 다 갖추길 바라는 이유는, 트라이아웃 이후 더 개발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작품들을 무대화ㆍ상업화ㆍ체계화시킬 극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벽> 같은 작품은 창작ing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 지원돼 정동의 레퍼토리가 됐다. 그 작품은 이제 정동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재의 정동극장에서는 무대 구현 등 많은 불편을 감안해야만 공연이 가능하다. 

소극장과 대극장 사이의 극장에서만 ‘극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개발지원 프로그램 중 가능성 있는 장르의 공연들을 선정해 소극장에서 디벨롭시키고, 그 작품들이 상품화되는 프로세스에 정동극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동극장 앞에서 김희철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동극장 앞에서 김희철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계기로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을 포함한 많은 공연장이 공연 영상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동극장은 어떠한가?
VRㆍAR 등을 활용한 공연 영상화 사업은 간접적 직접 체험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감형 콘텐츠와 영상화 작업에 대한 니즈가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VRㆍAR을 작품에 직접적으로 녹여 낸 콘텐츠는 거의 없다. 

실감형 콘텐츠를 만들어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더불어 극장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것이 제대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컨디션을 극장이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식도, 확신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공공극장이 먼저 시도해보고, 나타나는 결과와 데이터를 발표하고 공유한다면 새로운 사업 발전과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공연 영상화 작업은 모두의 관심을 받는 변화의 첫 장이며, 실감 콘텐츠에 대한 부분은 국가적 목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극장 및 예술인들이 중구난방 식 연구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저기에 어설픈 시설을 만들기보단,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갖춰지길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체부 차원에서 국립 공연장ㆍ단체를 하나로 묶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몸담았던 충무아트센터에서 <프랑켄슈타인> 제작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공동제작 작품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로 정동극장의 내년 상반기를 시작하는 것의 의미는?
대부분의 극장이 ‘자체제작ㆍ공동제작ㆍ대관’ 이렇게 세 가지 형태를 갖고 간다. 우리에게 대관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우리가 자체제작을 갖고 간다 해도 공동제작은 우리에게 필요한 작업 형태 아닐까 한다. 공공기관이 할 수 있는 사업의 형태는 매우 제한적이다.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는 데도 여러 제반 상황들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특히 제작 사업에 있어서 공공극장의 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동극장은 자체제작을 그간 업으로 삼아온 곳이다. 정동극장은 국내에서 그 어떤 극장보다도 그런 부분들을 장기적으로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 인력, 구조, 마인드를 골고루 갖춘 극장이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 모습(사진=우란문화재단)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 모습(사진=우란문화재단)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정영주’라는 배우가 구축해 놓은 이미지와 더불어 콘텐츠 파워가 강한 좋은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이 정동극장의 공동투자ㆍ제작과 만나 상업화 과정을 거친다면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존의 3면 무대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이룰 예정이다. 내용을 제외한 많은 것들이 바뀐다.

극장장으로서, 그리고 문화예술인으로서 목표하는 바는? 
나의 임기 동안 공연장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나의 생각과 방향성이 많이 반영될 것이다. 재건축 이후 이 극장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으나, 지금 그리는 그림처럼 극장의 아이덴티티가 시설적 측면과 잘 연결되어 공공극장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극장이 공간의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숨결을 불어 넣는 생명력도 함께 지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