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문화경영 수상자 인터뷰]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지원실장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문화경영 수상자 인터뷰]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지원실장
  • 인터뷰·정리/이은영 발행인·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8.2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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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현장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상호 간 소통과 이해로 풀어야”
‘문화의 힘’ 통해 지역민과 예술인 공존할 수 있어
예술인만의 특수성 고려 돼야…예술인복지에 관심 필요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김지현 기자]2005년 나온 이한철의 ‘슈퍼스타’ 라는 곡은 “괜찮아 잘 될 거야/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후렴구로 오랜 기간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곡이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질 때, 어떠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려움과 마주할 때 긍정적인 노랫말을 접하면 누군가는 희망을 찾기도 하고, ‘응원과 지지’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얻어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한 줄기 빛을 만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은 다수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만 여겨 어두컴컴한 터널에만 머물러 있는 것과 부정적 상황 속에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의지로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아가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전보다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코로나 19의 급변하는 상황은 특히 문화예술인에게 위기로 다가왔다. 변화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맞춰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예술인은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결과물을 선보일 기회를 잃었고, 문화시설의 운영 중단 등으로 생업이 끊어지게도 했다.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지원실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제 상황의 대응책으로 문화예술인을 위한 지원이 마련됐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문화예술인의 생태계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듯 코로나19 상황 이전부터 이어져 온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 지원 문제와 창작 환경 개선 등 예술인 복지에 큰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 문화경영 수상자인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지원실장이다.

나 실장은 문화예술 행정가로 문화예술 현장에서 10여 년간 일하며, 성동구 주민과 문화예술인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평생학습기관인 ‘성동구민대학’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과 전문가 등을 연계한 우수 강좌를 개설해 지역 주민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 학기별 평균 260여개 강좌를 열며, 단일기관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주민과 문화 예술인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활용,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트게 됐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 불모지인 마장동 우시장에 서울문화재단과 협력해 상인들과 주민들 니즈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이식했다. 실효성 있는 문화정책을 만들어 현장에 돌려주는 역할까지 했다. 시민들에겐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예술가들에게 공공기관의 문턱을 낮춰 고착된 문화예술 생태계 변화에 기여한 것이다. 그는 문화예술 행정가의 필수 요건을 ‘원활한 의사소통’이라 꼽으며 문화예술 행정가는 예술가-행정가, 예술가-주민 등을 매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과도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더욱 건설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긍정의 힘은 위기의 순간에도 더 나은 해결방법을 모색하게 하고, 문제를 교훈 삼아 보다 단단해지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 19 상황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동기유발의 기회로 삼자는 그다. 열악한 문화예술 환경에도 업(業)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문화예술인을 응원하며, 지역 주민과 예술인의 소통을 위해 힘써온 나 실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코로나 19 상황의 변화 등을 들어봤다.

제11회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문화경영 분야)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 이후 주변 반응은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열심히 살아온 부분에 대해 이렇게 큰 보상을 받게 되어 기뻤다. 더 열악하고 힘든 현장에서 일하는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들 중 내가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그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열악한 문화예술 환경에도 업(業)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조명될 수 있도록, 일하는 원동력이 되고 싶다. 수상 이후 축하 전화나 칭찬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정체돼 있던 시기, 스스로 의미부여와 자극이 됐다.

‘성동구민대학 등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와 안정적 구축을 위해 힘써 온 거로 안다. 또한 이를 규모 있게 운영 중인데, 그 과정과 성과를 정리한다면

시설 대비ㆍ비용적인 측면에서 ‘성동구민대학’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운영 중이다. 도시 관리 공단 이후 문화재단이 운영을 맡게 된 이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시민들의 요구나 니즈 등을 조사해 반영했다. 공공기관은 조례 등으로 강사료가 제한돼 비싼 강사료를 지불할 수 없다. 그래서 인기 있는 강사를 모셔오는 것이 큰 과제였는데 여러 과정을 겪고, 1년 반 정도가 지나니 260여 개강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이용객은 학기당 접수 인원이 600명 정도에서 3000명 정도까지 늘었다.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지원실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좌 수가 늘어나면서 이용객 수도 대폭 증가했다.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직원들끼리 합심해서 업무를 진행한 덕분이다. 문화예술전문 운영기관을 맡다 보니 새로 채용된 구성들이 있었다. 그 구성원들이 열의가 강사 선생님에게도 전달된 것 같다. 대학이라는 이름이 붙다 보니 경력 단절의 여성을 위한 취업프로그램도 추가됐다. 그런 배경과 강사들에게 전달하니 좋은 뜻에 동참했다.

‘소월아트홀’ 관장 당시 추진했던 사업과 이뤘던 성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공공 공연장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업무에 일종의 벽을 쳐놓는 경우가 많다. 기획이나 대관 쪽은 전문공연장으로 등록된 경우 더욱더 그렇다. 2009년도 이전 공연장 가동일은 연간 100일 정도였다. 공공시설에 시민들이 많이 유입돼, 공간이 활성화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하여 관계자들을 설득해 대관사업과 기업 세미나에도 ‘소월아트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 공연장이 전문성만을 고집해 전문시설과 인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보단 많이 알려지고 활용되는 것이 좋다는 부분에 구성원들 간에 합의를 끌어내 적극적인 공연장 홍보를 하였으며 접근성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년 정도 되니 좋은 공연제의도 많이 들어왔으며 1년에 260일을 운영하게 되었다. 처음엔 반대했던 동료직원들도 높아진 위상과 인지도에 공감하며 함께 하게 되었다. 문화예술 행정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공감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동문화재단 '숲속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운영모습(사진=성동문화재단)

지역문화 생태계를 조성한 사업이 있다면 구체적인 사례와 진행 과정은

명칭은 사업에 따라 다양하게 변경됐지만, 사업목적은 유사하며 성동구의 경우 한국의 브루클린인 성수동의 다양한 문화예술가들을 시민과 이어주고 성수권역문화예술 생태계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다. 정책이나 지역적 특성에 따라 예술가들이 특정 지역에 모이고 있다. 성수동은 2010년도부터 인구가 몰렸다. 이 전의 성수동은 공장지대였다. 문화적 요인으로 사람들의 유입이 늘어나면 투자가 이뤄지고,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원주민 및 예술가들은 그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한다. 성동구는이 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조례제정 등)을 만들어 임차인 특히 예술가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성동구에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그런 배경이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성수동에는 문화예술가들이 많이 남아있다.

▲성동문화재단프로그램 운영모습(사진=성동문화재단)

문화예술인이 연대하거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의미 있는 콜라보도 가능하고 좋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문화재단과 자치구인 성동문화재단이 결합해 예술 활동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했고, 성수동에 예술인이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성동구만의 지역적 특색은 무엇이고, 연계해 추진하고 싶은 문화사업은 무엇인지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있듯 지역별로도 그런 격차가 존재하며 성동구도 마찬가지다. 성동구에는 마장동 우시장이 있는데 수도권 전체의 60~70%의 고기를 공급한다. 축산물 상가만 3000여 개 정도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환경 개선이 많이 된 상태지만 예전에 마장동 시장을 가면 악취가 심했다. 고기 도축 및 발골 작업을 시장 내에서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악취가 인근 몇 km까지 퍼졌다. 그래서 시장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면에서 작년에 진행한 ‘마장동 르네상스’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시장 상인과 주민들 간의 대립과 긴장이 있던 지역인 마장동에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사업이다. 마장 축산물시장 조합과 주민들을 한 축으로 각각의 프로그램을 매칭했다. 주민과 상인들의 긴장 관계를 문화예술로 풀어내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먼저 시장 상인의 니즈 파악을 위해 직원들이 시장에 가서 상인들을 설득하고 조합 회장도 만났다.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노래 교실 프로그램의 선호도가 높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나중에는 행위예술 분야까지도 이어졌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프로그램 및 문화적 접근이 쉽지 않던 상황에서 앞으로 접근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실마리를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 상인들과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사업 효과에 반신반의했는데, 시장 상인과 주민들의 협업이 잘된 사업이다. 사업 참여자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줬다.(웃음)

▲성동문화재단 조각 설치(사진=성동문화재단)

사업 수행을 위해 예술인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지

예술인복지재단과 ‘갤러리포레’라는 공간에서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을 지원한 사업이 있었다. ‘갤러리아포레’는 성동의 고급 주상복합 주거지로, ‘한화’에서 공적인 기여를 하고 싶어 지원한 사업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 평당 만 원 정도의 임대료로 공간을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모집했지만, 모집이 생각만큼 안 되었다. 여러 문제로 지금은 사업 자체가 종료됐다. 신청 공고를 2차까지 내고 홍보는 크게 했지만, 지원자는 적었다. 유사한 사업들이 마찬가지로 예술인 관련 사업이나 역량강화 사업을 하면 공적인 채널만으론 생각보다 홍보가 어려운 부분이 상존한다.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타깃이 정해져도 홍보 채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예술인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경우 더욱더 그렇다. 재단에서는 조각가들을 모아 전시회를 하는 ‘눈이 번쩍 왕십리전’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왕십리 광장과 비트플렉스 로비 등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이 작품을 전시한다. 예술가는 밤과 낮이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고, 밤에는 작업 몰두해 일체 연락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업을 할 때 기획 초기부터 예술가가 주체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심리적 부분과 경제적 부분만큼 다양성을 고려하여 사업적인 부분에 활용하고 있다.

▲성동문화재단 문화예술 프로그램 진행 모습(사진=성동문화재단)

코로나 19로 현재 어떤 것이 변했고, 현 상황에서 볼 때 위기는 어떻게 극복 방안은

코로나 19를 겪으며 한 단계 성숙해지는 것 같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시설에 대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적은 인력이 혼자서 많은 일을 해왔는데, 코로나 19 상황을 계기로 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할 시간이 생겼다. 또한 일자리 창출로 외부 인력이 투입되며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었다. 코로나 19 상황이 다수의 국민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 부분도 크지만, 이럴 때일수록 역발상이 필요하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문화분야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혹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에 일몰사업등으로 사업의 연계성이 문제가 된다. 성동구에도 그런 사례가 있나

질문한 부분에 딱 맞는 예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 사업인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경우 국가사업으로 7년간 운영되고 이후에는 종료되는 사업이었다. 사업대상이 취약계층 아이들이다 보니 사업이 끝나게 되면 갑자기 방치되는 경우가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다. 공공 부분에선 신규 사업을 통한 예산확보가 가장 어려운 일이며 담당자들은 큰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지방의회 의원분들을 각각 찾아가 사업 설명 및 사업을 통해 수혜를 받는 학생들의 상황 등을 전달하여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의회, 공무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례제정을 통한 지원근거까지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지역에서 조례 제정으로 엘시스테마 코리아의 지역거점의 최초사례가 되었다. 그 결과 ‘꿈의 오케스트라’는 구립 오케스트라로 전환됐고, 취약계층 아이들이 계속해서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했다.

▲성동문화재단 프로그램 운영(사진=성동문화재단)

개인적 소망이나 업무적인 부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문화 행정의 일선에서 일하며 근무하며, 문화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일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국가나 지자체에서 공간 지원과 직접적인 부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 구체적인 성과를 이루고 싶다. 예술복지나 지원 방법 과정 간소화, 수혜대상도 확장될 수 있도록 일선에서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문화 행정에서 일하며 좀 더 성장해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

사진=김재성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