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결국 벗는 것으로 관객 몰이?...그 '어정쩡'한 불편함
[리뷰]결국 벗는 것으로 관객 몰이?...그 '어정쩡'한 불편함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12.08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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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관람가, 화제의 나체연극 '교수와 여제자' 시즌 2 ...중,장년층은 무엇에 열광하는가?

'참을 수 없는 불편함'

성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연극 영화과 혹은 국문과로 보이는 45세 교수가 그의 애 제자와 연기연습을 하는 척 제자를 모텔로 유인해 결국 여제자의 섹스테라피를 통해 성적장애를 극복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연극은 보는 내내 시종일관 불편할 것을 각오하고 극장을 찾아야 할 듯 하다.

이 연극에는 여느 연극과는 다른 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우선 관객층부터가 다르다. 관람석을 가득 메운 중 장년층의 관객들은 연극 첫 장면인 나체의 두 남녀가 성 행위를 하는 커튼 뒤의 그림자에 숨을 죽이고, 주인공 역의 최재경이 빨간 코트를 입고 등장할 때부터 다른(?)기대로 마른침을 꼴깍 삼키는 것 같다.

문화생활이라면 관심조차 없어져 버린 중ㆍ 장년층 관객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여서 뿌듯하다는 연출가의 그럴싸한 말에도 이 연극이 그래도 탐탁치 않은 것은 시스루 하나만 달랑 걸치고 결국은 벗는 것으로 관객 몰이를 하는 듯한 여 주인공의 어색한 연기와, 아무리 성장애를 앓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시대 지성인을 대표한다는 교수의 참을수 없는 '촐랑댐'일 것이다. 

이윽고 배우 최재경이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던 시스루 마저 벗고 교수와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에 이르면 신성한(?) 섹스테라피로 보여야할 그 장면이 저 여 배우가 우리 동생 혹은 아는 나의 친구라면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너무 좋아 거의 울다시피 하며 여 주인공의 몸을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온 몸으로 더듬는 교수와 마치 실험도구처럼 누워있는 여 주인공. 과감하게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야지 배우들마저도 어색해 하고 있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토리의 개연성도 떨어진다. 교수는 강간범에 당해 자살로 불행한 인생을 마무리한 어머니 때문에 더욱더 성기능 장애를 앓게 된 것이며 여 제자는 아버지의 성기능 장애로 바람을 피는 엄마를 보면서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에 측은 지심을 같게 됐다는 설정이다. 그럴싸한 포장을 했지만 대사와 분위기는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교수와 여제자가 관계를 하기전에 밀고당기기를 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며 특히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은 감정이입이 너무 과장돼 오히려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모텔 지배인 겸 벨보이가 긴 시간 등장하는 점과 너무 많은 대사를 말하는 점도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나름대로 정신의학의 치료법을 재연해 봤다는 '교수가 아기가 되는 장면'도 안타깝긴 매 한가지다. 교수가 기저기를 차고 엄마 젖을 먹는 듯 여 배우의 가슴을 탐할 때는 더욱 큰 불편함이 밀려온다.

관객들의 반응? 한 여성관객은 연극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 버리는가 하면 앞줄에서 나란히 머리를 기대고 앉아 연극을 보던 커플은 연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져만 갔다. 그래도 오늘 연극이 끝나면 연인끼리 혹은 부부끼리 '행복한 시도'를 하기 위해 근처 근사한 곳을 찾아보라는 멘트로 연극은 '애써 좋은 마무리'를 했다.

칭찬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의 긴장이완과 큰 웃음을 위해 꼭 필요했던 교수의 성적 만담과 촐랑대는 연기, 어린 나이에 영화도 아닌 연극이라는 예술을 위해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여 배우 최재경에게 박수를 보낼만 하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