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빅데이터 시대의 미술과 전시의 역할:Take 1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Ⅱ
[테마기획]빅데이터 시대의 미술과 전시의 역할:Take 1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Ⅱ
  • 윤지수 비평가
  • 승인 2020.08.3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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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시각적 소통방식: 다차원, 언어, 소통

1. 다차원과 소통

우리는 3차원의 공간에서 존재하며, 3차원의 공간 이외의 무한한 차원은 인지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자들은 무한한 차원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우리가 지속해서 받는 중력이 5차원의 시공간에서 분리된 다른 막에서부터 오는 힘일 수 있다는 가설도 제시했다.1) 따라서, 물리적 가설을 역사적 시간에 대입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다차원이 존재하고 같은 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임흥순은 인터뷰에서 ‘본 작업이 최근 한국 사회가 극단적으로 나눠진 원인이 무엇인가? 를 생각하다가 그 시작이 분단이라고 단정했다.’2) 그의 확신처럼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에 일어난 한국전쟁과 분단의 영향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 더불어 이에 파생되어 발생한 또 다른 역사적 힘에 노출되어왔다.

작가는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유의 방식을 통해 역사를 소환했다. 그리고 다차원의 시간과 공간을 다양한 전시적 장치를 활용하여 함께 보여주었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이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2017, 출처: 임흥순 작가 개인 홈페이지

첫째로, 작가가 3채널 영상을 만든 방식이다. 임흥순은 할머니의 인터뷰, 할머니의 친족 혹은 동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연기자들의 연기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다른 차원을 넘나들게 한다. 다음으로, 작가가 영상을 전시하는 방식에 있어서 블랙박스 공간에 무대미술의 개념인 ‘시노그래피(scenography, architecture on stage)’라는 형식을 가미했다.3)

작가의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적 요소로 읽히는 이 무대 설치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전시장 입구의 대기 줄에는 ‘warning’이라고 하는 사인과 함께 거대한 동상이 배치되었다. 이는 작업을 보기 위해 블랙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무대 설치들은 공연의 소품처럼 사용되었지만 실은 할머니들의 삶과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장치이다. 나룻배의 경우 정정화 할머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기에 중국에서 보트로 이동한 것과 고계연 할머니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낚시를 즐겼던 사실을 상징한다.4) 또한 이 설치 장비들은 영상 작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관객의 이해를 돕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설치물들(옷이 걸린 나무 한 그루, 나룻배 한 척, 풀과 바위)은 영상 속 이미지가 등장할 때마다 불이 켜지게끔 설비되었기 때문이다.5)

2. 언어와 소통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우리 세계의 한계’라고 주장했다.6) 그의 말대로 우리는 언어를 이용하여 이 세계와 소통한다. 지구에서 사는 우리의 모든 언어는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동시에 이는 철저히 선형적이다.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배열 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선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속성이 과연 범우주적 속성일까? 영화 <컨택트>는 세상에 다양한 특징을 지닌 언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헵타포드어(Heptapod Language)를 사용하는 외계인과 인류의 만남이 나온다. 외계의 언어는 시제 구분이 없기 때문에 인간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비언어적 특성 또한 다르기 때문에 이 두 차별된 존재는 새로운 언어의 발명을 통해 교류를 이루어낸다. 따라서 영화 속 다른 행성에 존재하는 언어가 다른 것처럼, 역사적 언어 또한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 생애 동안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을 겪은 존재들과 그들의 후손이 각기 사회를 다르게 인지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세대 차이가 생기는 이유 또한 이와 연결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 존재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려면 새로운 언어의 발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2017, 출처: 임흥순 작가 개인 홈페이지

임흥순의 작업에서 서로 다른 역사적 언어가 부딪혀 새로운 언어의 탄생을 가능하게 만든 작가의 의도가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째로, 벽면에 전시된 할머니 네 분의 일생 그래프 보면, 작가는 할머니들의 사적인 기록과 그들이 겪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함께 선형적인 그래프 위에 담았다. 그리고 이 그래프들을 병렬적 구조로 보여줌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사셨던 네 분 할머니들의 생이 유사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사적인 삶의 파편들을 읽으며, 우리의 삶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둘째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블랙박스 안에는 시노그래피 형식의 무대가 설치되었는데 이 방식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극적 무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은 관객에게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 혹은 배우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할머니 네 분인가? 영상 속 재연 배우들인가? 아니면 제삼자로 그 작업을 보고 있는 관람객인가?7)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작가가 할머니들의 삶의 서사를 조명하고 있으나 동시에 극의 주체를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까지 확장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할머니들은 남성 중심의사회에서 역사적 사건에 굴복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이고 희망적인 목소리’를 상징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다.8) 그리고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할머니를 상징하기도 하면서,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적 질곡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동시대의 우리를 겨냥한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2017, 출처: 임흥순 작가 개인 홈페이지

셋째로 아카이브를 전시한 방식이다. 작가는 3채널 비디오가 전시된 블랙박스 바로 뒤의 전시 공간에 할머니들의 물건을 아카이브 화했다. 관객들은 할머니들의 옷이 좁은 간격으로 배치된 공간을 지나가야 하는데, 이 길을 지나가면서 촉각적으로 옷을 느끼게 되고, 옷에 벤 오래된 향기를 맡게 된다. 이는 작가 자신이 할머니 집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처음 스치고 느꼈던 것을 관객에게도 비슷하게 전달하고자 의도한 배치 방식이라고 말한다.9) 작가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물건들과 소통하며 과거의 시간을 담고 있는 그것들과 현재의 시간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가: 사회의 대변자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 에서 “역사가는 다만 행렬의 어느 부분에 끼어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 돋보이지 않는 여느 인물에 불과하다.”라고 정의했다.10) 임흥순은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의 행렬을 묵묵히 걸었던 눈에 띄지 않는 인물들을 역사가로 설정함으로써 이를 철저히 순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또 다른 역사가였음을 인지하고자 했다. 그가 설정한 역사가들은 본 전시를 통해 또 다른 차원에 있는 역사 속 행렬들인 우리들과 만났고 소통했다. 이 점에서 본 전시는 비교적 무리 없이 역사를 다루었다고 읽힌다.

<각주>
1) 리사 랜들, 숨겨진 우주, 사이언스북스, 2008. 참조
2)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인터뷰 | 임흥순 :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https://www.youtube.com/watch?v=gGHJFyAQKD0&t=105s, (2020. 07. 25)
3) 시노그래피(scenography): 공연예술에서의 무대 장식 미술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현대의 공연예술에서는 단순한 무대 장식 미술을 뛰어넘는 시각적 극작법으로 이해된다. 무대를 뜻하는 스케네(skene)와 쓰기, 그리기를 의미하는 ‘그라페노(grapho)’가 합성된 단어이다. 김기란, 「현대 공연예술의 시노그래피(Scenography) 고찰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를 통한 시각적 극작법 분석」, 『드라마 연구』, Vol.42 No.-, 한국드라마학회, 2014, pp.5-7, 윤지수, 앞의 글에서 재인용.
4) 이현, 앞의 글.
5) 윤지수, 앞의 글.
6) 비트겐슈타인,논리-철학 논고, 책세상, 2020, p.100.
7) 윤지수, 앞의 글.
8) 이현, 앞의 글.
9)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인터뷰 | 임흥순 :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https://www.youtube.com/watch?v=gGHJFyAQKD0&t=105s, (2020. 07. 25)
10)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 2020, p.53.

■필자 윤지수 씨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를 졸업하고 동양학 공부를 위해 네델란드 유학을 앞두고 있는 청년 미술비평가이자 문화비평가입니다. 그동안 김동유의 <시진핑(마오쩌둥)> 읽기.2019./<귀국박스>(2008), <비념>(2013),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7)을 통해 알 수 있는 임흥순 작가의 역사 서술 방식 해독.2018./감각의 역사 안에서 이탈리아 미래주의 요리 운동이 위치한 지점 탐구.2018. 등 다수의 비평문을 써 왔습니다. 2014년도부터 2019년 1월까지 서울아트가이드 온라인 (Seoul Art Guide / 달진닷컴)에 ‘윤지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미술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역사, 과학의 현장을 인문학적 통찰로 녹여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이 지면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신진비평가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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