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 동서양 회화적 표현 융화돼 화폭에...최민화展
한국 고대사, 동서양 회화적 표현 융화돼 화폭에...최민화展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9.01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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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신관 9.2~ 10.11, Once Upon a Time展, 1970년대 민중미술 작가
고구려 고분벽화ㆍ고려 불화 등 한국 미술과 르네상스 회화ㆍ힌두화 등 아울러져

[서울문화투데이 김지현 기자] 웅녀ㆍ단군ㆍ주몽ㆍ서동... 해모수 전쟁ㆍ시전의 풍경까지. 한국 고대의 다채로운 이야기 소재와 인물이 캔버스에 옮겨졌다. 그런데 도상에 표현된 인물은 동양화에서 마주했던 그 어떤 인물화ㆍ역사화 속 인물 표현과는 다르다. 색채 표현도 색다르다. 투명하면서도 선명한 파스텔톤의 색채 표현이 오묘한 느낌을 준다. 『삼국유사』를 뼈대로  ‘Once Upon a Time’ 연작을 선보여온 최민화(1954년~) 작가의 작품 이야기다.

▲최민화 작가가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최민화(崔民花)’라는 이름은 최 작가의 예명으로 ‘민중은 꽃이다’라는 의미를 드러낸다.

한국 고대사를 인물화나 역사화 장르로 풀어낸 최민화의 개인전 ‘Once Upon a Time’이 갤러리현대에서 오는 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최 작가와 갤러리현대가 함께 하는 첫 개인전으로 갤러리현대 본관 지하 1층부터 2층에 마련됐다.

최 작가가 1990년대 말 구상하고 20여 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동명의 연작 ‘Once Upon a Time’만을 한 자리에 공개하는 첫 전시다. 전시장에서는 최 작가의 60여 점의 회화와 40여 점의 드로잉 및 에스키스를 살필 수 있다.

▲지하1층에 전시된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

최민화 작가는 고조선, 건국 신화, 영웅의 탄생과 고난, 농경과 유목의 삶이 혼재한 고대의 풍속과 생활문화 등 희로애락이 깃든 인류 보편적인 흥미로운 이야기에 주목해 왔다.

연작에 대해 최 작가는  “동서양의 고대사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갔지만, 국내에서는 자료 찾기가 힘들어 다년간 현지로 배낭여행을 다니며 신화적ㆍ종교적 도상의 형체와 상징성을 연구했다”라며 “현지 사람들의 인간적 모습과 신과의 중간 도상을 찾아가던 중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 도상이 고대사의 전형적인 형상이라 생각했고, 차용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고대를 제대로 읽고, 알고, 느끼고, 보기 위해 국경과 민족, 인종과 종교 등의 구분 짓기 개념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해 왔다.

▲최민화 개인전 《Once Upon a Time》 1층 전경 (사진=갤러리현대)

최 작가 연작의 주요 소재인 『삼국유사』 의 내용은 익숙한 이야기로 전해오지만, 주인공들의 외형은 추측하기 어려웠다. 최 작가는 이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동서고금을 대표하는 도상과 색감을 융합했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어 조합, 변주, 배치, 생성 등의 작업을 이어왔다.

채색 표현에 대해 최 작가는 “강렬한 한국의 오방색과 원심력을 갖고 퍼져나가는 힌두화의 색감을 섞어 투명하면서도 선명한 파스텔톤의 색감을 완성했다”라고 했다. 색채 표현에서도 회화적 실험을 감행해온 것이다.

▲최민화, <알영 – 혁거세>, 2018, 캔버스에 유채, 130.3x97cm(도판=갤러리현대)

최민화 작가는 민중미술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Once Upon a Time’ 연작 이전 작가는 ‘부랑’ㆍ‘분홍’ㆍ‘유월’, ‘회색 청춘’ 등의 작업을 1970년대에 했다. 이를 통해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내던져진 민중의 부조리한 현실과 실존적 고민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최 작가는 태국과 인도 등지 여행을 시작했으며, 이후 한국의 전통적 서사에 맞는 상징적 이미지를 찾아고자 했다. 구상회화의 전통을 계승 및 심화하는 한편, 미술사와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도상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0년부터 최 작가가 본격적으로 작업한 ‘Once Upon a Time’ 연작은 그동안의 구성적, 색채적 실험이 총 집약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최민화, <천제환웅 – 신시에 오다>, 2018, 캔버스에 유채, 97x130.3cm(도판=갤러리현대)

최 작가는 2018년 이인성미술상 수상하며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천 개의 우회》을 개최하게 됐고, ‘Once Upon a Time’ 연작 일부가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이라는 타이틀로 대중에게 처음 소개됐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으로, ‘Once Upon a Time’ 연작에 집중한다. 1층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익숙하거나 낯선 신화적 인물들의 기념비적 초상을 만날 수 있다. 2층 전시장에서는 1층 전시장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하며, 고대의 시공간과 그곳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서사의 장대한 풍경이 표현된 작품이 전시된다.

▲최민화, <달달박박>,2020,캔버스에 유채, 116.8x91cm

지하 복도 전시장에는 최민화가 ‘민중적 시각’에서 흥미를 느낀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물에 빠져 죽은 남편과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공무도하가’의 주인공인 백수광부와 백수광부의 처, 그들의 모습을 목격한 어부 곽리자고와 그 이야기를 듣고 노래로 지어 부른 현대적 의미의 예술가 아내 여옥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지하의 안쪽 전시장에는 ‘Once Upon a Time’ 연작이 진행된 지난 20여 년 동안의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구려 고분벽화ㆍ고려 불화ㆍ조선 민화와 풍속화ㆍ탱화 등의 한국 미술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르네상스 회화ㆍ힌두 및 무슬림의 종교 미술을 아우른 최민화 작가의 작품 세계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9월 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갤러리현대 홈페이지(http://www.galleryhyundai.com/)에서 살필 수 있다. (문의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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